경춘선 2층 열차와 함께한 글로리 가을 소풍
좌석급행열차, 글로리 회원 대상 최초로 시승행사 열어
우리나라엔 경부선, 호남선, 경인선 등 수많은 철도 노선이 있지만, 유독 낭만과 동일시되는 철도가 있다. 바로 '춘천가는 기차'라는 노래로 유명한 경춘선이다.
서울의 동부 철도역인 청량리역과 강원도의 도청소재지 춘천을 잇는 경춘선 철도는 1939년 첫 개통됐다. 그동안 경춘선에서는 디젤 기관차가 끄는 무궁화호 열차가 단선 철길을 따라 구불구불 달리며 낭만과 함께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경춘선 주변에는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등 북한강을 따라 천혜의 관광지들이 늘어서 있어 수많은 관광객들이 경춘선을 이용했다. 특히 수도권의 대학생치고 경춘선 기차를 타고 MT를 가보지 않은 학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춘선은 단선 철길에 곡선 구간이 많다 보니 속도가 느리고 열차수도 부족했다. 주말마다 열차에는 입석 승객들이 가득했으며, 청량리에서 춘천까지 100km도 안 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운행시간은 2시간씩이나 걸렸다. 그래서 철도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는 지난 2010년 12월 21일 경춘선 복선전철을 개통하고 경춘선을 수도권전철로 바꿔 운행하고 있다. 즉 '춘천가는 기차'가 '춘천가는 전철'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는 있다. 기존의 무궁화호는 좌석형 열차였는데, 새로 운행되는 수도권 전철은 입석형 열차이다 보니 차내의 쾌적성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오죽하면 춘천에서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관광객들이 피로에 지쳐 전철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는다는 말까지 나올까.
또 다른 문제는 전철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이다.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고속도로(60번 고속도로)가 2009년 7월 개통돼 승용차의 속도는 크게 빨라졌는데, 전철은 수송력의 양적 공급에만 신경쓰다 보니 속도는 기존 전철과 똑같은 최고 110km/h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코레일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춘선에 좌석형 급행열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열차는 전동차지만 기존 무궁화호처럼 시외버스 형태의 좌석이 설치돼 있다. 또한 최고속도가 입석형 차량의 110km/h에서 180km/h로 향상됐다. 코레일은 새로운 좌석 급행열차의 도입으로 차내 쾌적성과 속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경춘선 좌석급행열차는 제1호차가 도입돼 시범 운전 중인 상태. 지난 23일에는 좌석 급행열차를 일반에 공개하는 최초의 시승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코레일 각 지역본부의 글로리 회원들을 초대했다. 또한 코레일은 춘천에서 열린 국제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직원들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23일 오전 6시 30분, 서울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새로운 열차와 함께하는 가을 소풍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각 지역 본부별 글로리 운동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글로리란 '영광'이라는 뜻의 영어단어이기도 하지만, 코레일에서 글로리란 'Green Life Of Railway Yearning(철도를 열망하는 녹색생활)'의 약자로 전 국민 대상의 기차타기 운동을 말한다.
철도는 자동차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 따라서 글로리 운동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운동이라는 평이 있다. 글로리 회원이란 글로리 정신과 기차타기 운동에 동참하고자 코레일 각 지역본부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드디어 출발 시각이 돼 참가자들이 열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전철도 아니고 무궁화호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열차라 그런지 많은 참가자들이 흥미를 보이기도 했다. 분명히 전철 플랫폼에서 타는 전동차였지만, 좌석은 무궁화호처럼 배치돼 있었다.
이날 행사의 최고 인기 좌석은 바로 좌석급행열차 가운데 두 량에 설치된 2층 열차였다. 경춘선 좌석급행열차는 국내 최초로 2층 객실을 도입했다. 출입문으로 들어가 객실 쪽을 보면, 좌우로 갈라지는 나선 계단이 나오는데, 이를 따라가면 각각 2층 객실과 1층 객실이 나온다. 2층 객실에서는 보다 높은 위치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에 북한강을 따라가는 경춘선 주변의 풍광을 보다 아름답고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원래 경춘선 전철은 7호선과 중앙선의 환승역인 상봉역에서 출발하지만 첫 시승행사인 만큼 특별하게 서울역에서 출발했다. 앞으로 좌석급행열차가 정상 운행에 들어가면 용산역과 청량리역에서 나눠서 출발한다. 시승객을 싣고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용산역을 지나 한강을 따라 달렸고, 청량리역에서 허준영 코레일 사장을 태운 뒤 중간 정차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꼬불꼬불한 단선철도의 대명사였던 경춘선은 경로 복선화와 함께 직선화도 시행됐는데, 좌석급행열차는 곧게 펴진 철길을 빠르게 달렸다. 비록 선로에 미비한 점이 있어 이날 시승 때는 속도가 최대 150km/h에 머물렀다. 하지만 앞으로 설비가 완료되면 최대 180km/h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고속철도의 기준이 200km/h 이상인만큼 경춘선은 이제 준고속철도가 되는 것이다.
금곡역, 평내호평역 등의 인구밀집지를 지나고, 대성리역, 청평역, 가평역, 강촌역 등의 한강변 관광지를 지나 열차가 도착한 곳은 김유정역. 광주지하철의 '김대중컨벤션센터'역과 함께 사람의 이름을 딴 보기 드문 역이다. 원래 이 역의 이름은 신남역이었지만 이곳 출신의 문학가 김유정을 기념하기 위해 2004년에 역명을 바꿨다. 특히 역사는 한옥식으로 지었고 역명판에는 궁서체를 사용하는 등 역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역 근처에는 김유정을 기념하기 위한 김유정 문학촌이 있는데 시승 참가자들은 이곳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노래공연도 감상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주머니들은 마치 여고생 시절로 돌아간 듯 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함께하는 가을날의 즐거운 소풍이었다.
이곳에서 두 시간을 머무른 뒤 춘천역으로 이동했다. 마침 이날 춘천에서는 국제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을 비롯한 코레일 직원들 다수는 춘천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코레일의 마라톤 동호회는 '철건달'이라고 불리는데 '철도공사 건강 달리기'의 약자라고 한다. 이들은 단지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달린 거리만큼 기부를 하는 행사에도 참가한다.
시승 참가자들은 이날 마라톤에 참가하고 돌아온 직원들을 격려하고 풀밭에서 식사를 함께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춘천역에서 좌석급행열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참가자들이 모두 아침 일찍 서울역으로 오느라 피곤한 상태였는데 돌아오는 길에서는 자신의 좌석에서 의자를 뒤로 기대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의자가 옆으로 놓은 롱시트 형태의 일반 전철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편리함이었다.
이렇듯 경춘선의 신형 좌석급행열차는 고급서비스와 고속서비스를 원하는 승객을 동시에 만족시켜줄 것이라고 기대가 된다. 특히 좌석급행열차는 열차 성능도 개량됐는데, 새로운 출입문을 적용해 소음을 줄였고 안전설비도 늘렸다. 기존에 전동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장실이 설치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현재 경춘선 전철은 차량이 부족해 열차가 낮시간 기준으로 1시간에 3대만 운행되고 있지만 좌석급행열차가 추가로 도입되면 열차의 운행 격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승객 입장에서는 덜 기다리고 열차를 탈 수 있으니 더 편리해지는 것.
다만 아쉬운 점은 좌석급행열차 도입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크게 보면 종착역 문제와 운임 문제, 그리고 차역 문제다. 지자체는 모든 열차가 용산까지를 가기를 바라고, 운임은 가급적 저렴하길 바라며, 관내에 정차역이 많기를 바라지만, 열차 운행을 맡은 코레일 입장에서는 선로용량 부족으로 용산과 청량리로 종착역을 이원화해야하고, 운임은 좌석급행열차의 서비스 품질을 고려하여 충분히 받아야 하며, 높은 속도를 위해 정차역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아쉬운 점은 '이 같은 논란이 올해 말 개통 코앞을 두고 발생해야 하느냐' 것이다. 앞으로는 코레일과 지자체, 유관 기관들이 사전에 충분히 합의를 한 후에 안정적으로 준비된 상태에서 승객을 맞이해야 한다. 합의의 어려움으로 정책 결정을 제대로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은 사업 홍보와 신뢰도 제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레일에게 경춘선 좌석급행열차는 시설과 차량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임과 동시에 영업적 측면에서도 중대한 도전이다. 지금까지 고상(高床) 플랫폼에서 운행하는 전동차가 좌석형으로 운행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누리로의 사례가 있었지만 이것은 무궁화호와 동급인 일반철도였다. 하지만 좌석급행열차는 교통카드로 탈 수 있는 전동차다. 교통카드로 탈 수 있는 전동차인데 좌석 요금을 내는 것은 코레일의 새로운 영업체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현재 승강장이나 차내에서 교통카드와는 별도의 특급권을 구입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승강장 분리가 돼있지 않은 전철의 특성상 무표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운임질서가 엉망이 될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코레일의 영업 역량을 증명하는 길일 것이다.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2층 좌석급행열차의 이름은 잠정적으로 'ITX-청춘'으로 정해졌다. KTX-산천처럼 'OTX-한글'이름의 규칙을 따르며,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이 청춘인 승객들이 이용하는 열차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참고로 I는 도시간 연결을 의미하는 Inter-city의 약자이다. 경춘선의 2층 좌석급행열차가 차량의 성능향상, 서비스 고급화, 새로운 영업기술 개발 측면에서 한국 철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를 기대한다.
서울의 동부 철도역인 청량리역과 강원도의 도청소재지 춘천을 잇는 경춘선 철도는 1939년 첫 개통됐다. 그동안 경춘선에서는 디젤 기관차가 끄는 무궁화호 열차가 단선 철길을 따라 구불구불 달리며 낭만과 함께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경춘선 주변에는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등 북한강을 따라 천혜의 관광지들이 늘어서 있어 수많은 관광객들이 경춘선을 이용했다. 특히 수도권의 대학생치고 경춘선 기차를 타고 MT를 가보지 않은 학생은 없을 것이다.
▲ 23일날 시승식을 연 경춘선 2층 좌석급행열차 ⓒ 한우진
하지만 경춘선은 단선 철길에 곡선 구간이 많다 보니 속도가 느리고 열차수도 부족했다. 주말마다 열차에는 입석 승객들이 가득했으며, 청량리에서 춘천까지 100km도 안 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운행시간은 2시간씩이나 걸렸다. 그래서 철도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는 지난 2010년 12월 21일 경춘선 복선전철을 개통하고 경춘선을 수도권전철로 바꿔 운행하고 있다. 즉 '춘천가는 기차'가 '춘천가는 전철'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는 있다. 기존의 무궁화호는 좌석형 열차였는데, 새로 운행되는 수도권 전철은 입석형 열차이다 보니 차내의 쾌적성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오죽하면 춘천에서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관광객들이 피로에 지쳐 전철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는다는 말까지 나올까.
또 다른 문제는 전철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이다.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고속도로(60번 고속도로)가 2009년 7월 개통돼 승용차의 속도는 크게 빨라졌는데, 전철은 수송력의 양적 공급에만 신경쓰다 보니 속도는 기존 전철과 똑같은 최고 110km/h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코레일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춘선에 좌석형 급행열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열차는 전동차지만 기존 무궁화호처럼 시외버스 형태의 좌석이 설치돼 있다. 또한 최고속도가 입석형 차량의 110km/h에서 180km/h로 향상됐다. 코레일은 새로운 좌석 급행열차의 도입으로 차내 쾌적성과 속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전동차임에도 무궁화호같은 좌석이 설치된 경춘선 좌석급행열차 ⓒ 한우진
현재 경춘선 좌석급행열차는 제1호차가 도입돼 시범 운전 중인 상태. 지난 23일에는 좌석 급행열차를 일반에 공개하는 최초의 시승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코레일 각 지역본부의 글로리 회원들을 초대했다. 또한 코레일은 춘천에서 열린 국제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직원들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23일 오전 6시 30분, 서울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새로운 열차와 함께하는 가을 소풍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각 지역 본부별 글로리 운동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글로리란 '영광'이라는 뜻의 영어단어이기도 하지만, 코레일에서 글로리란 'Green Life Of Railway Yearning(철도를 열망하는 녹색생활)'의 약자로 전 국민 대상의 기차타기 운동을 말한다.
철도는 자동차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 따라서 글로리 운동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운동이라는 평이 있다. 글로리 회원이란 글로리 정신과 기차타기 운동에 동참하고자 코레일 각 지역본부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 시승 비표 겸 기념품 뱃지 ⓒ 한우진
드디어 출발 시각이 돼 참가자들이 열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전철도 아니고 무궁화호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열차라 그런지 많은 참가자들이 흥미를 보이기도 했다. 분명히 전철 플랫폼에서 타는 전동차였지만, 좌석은 무궁화호처럼 배치돼 있었다.
이날 행사의 최고 인기 좌석은 바로 좌석급행열차 가운데 두 량에 설치된 2층 열차였다. 경춘선 좌석급행열차는 국내 최초로 2층 객실을 도입했다. 출입문으로 들어가 객실 쪽을 보면, 좌우로 갈라지는 나선 계단이 나오는데, 이를 따라가면 각각 2층 객실과 1층 객실이 나온다. 2층 객실에서는 보다 높은 위치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에 북한강을 따라가는 경춘선 주변의 풍광을 보다 아름답고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 경춘선 좌석급행열차의 가장 큰 특징인 2층 객실 ⓒ 한우진
원래 경춘선 전철은 7호선과 중앙선의 환승역인 상봉역에서 출발하지만 첫 시승행사인 만큼 특별하게 서울역에서 출발했다. 앞으로 좌석급행열차가 정상 운행에 들어가면 용산역과 청량리역에서 나눠서 출발한다. 시승객을 싣고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용산역을 지나 한강을 따라 달렸고, 청량리역에서 허준영 코레일 사장을 태운 뒤 중간 정차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꼬불꼬불한 단선철도의 대명사였던 경춘선은 경로 복선화와 함께 직선화도 시행됐는데, 좌석급행열차는 곧게 펴진 철길을 빠르게 달렸다. 비록 선로에 미비한 점이 있어 이날 시승 때는 속도가 최대 150km/h에 머물렀다. 하지만 앞으로 설비가 완료되면 최대 180km/h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고속철도의 기준이 200km/h 이상인만큼 경춘선은 이제 준고속철도가 되는 것이다.
금곡역, 평내호평역 등의 인구밀집지를 지나고, 대성리역, 청평역, 가평역, 강촌역 등의 한강변 관광지를 지나 열차가 도착한 곳은 김유정역. 광주지하철의 '김대중컨벤션센터'역과 함께 사람의 이름을 딴 보기 드문 역이다. 원래 이 역의 이름은 신남역이었지만 이곳 출신의 문학가 김유정을 기념하기 위해 2004년에 역명을 바꿨다. 특히 역사는 한옥식으로 지었고 역명판에는 궁서체를 사용하는 등 역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 한옥식 역사인 김유정역 ⓒ 한우진
역 근처에는 김유정을 기념하기 위한 김유정 문학촌이 있는데 시승 참가자들은 이곳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노래공연도 감상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주머니들은 마치 여고생 시절로 돌아간 듯 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함께하는 가을날의 즐거운 소풍이었다.
이곳에서 두 시간을 머무른 뒤 춘천역으로 이동했다. 마침 이날 춘천에서는 국제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을 비롯한 코레일 직원들 다수는 춘천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코레일의 마라톤 동호회는 '철건달'이라고 불리는데 '철도공사 건강 달리기'의 약자라고 한다. 이들은 단지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달린 거리만큼 기부를 하는 행사에도 참가한다.
시승 참가자들은 이날 마라톤에 참가하고 돌아온 직원들을 격려하고 풀밭에서 식사를 함께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춘천역에서 좌석급행열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참가자들이 모두 아침 일찍 서울역으로 오느라 피곤한 상태였는데 돌아오는 길에서는 자신의 좌석에서 의자를 뒤로 기대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의자가 옆으로 놓은 롱시트 형태의 일반 전철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편리함이었다.
▲ 김유정 문학촌 방문과 공지천 조각공원에서의 점심식사 ⓒ 한우진
이렇듯 경춘선의 신형 좌석급행열차는 고급서비스와 고속서비스를 원하는 승객을 동시에 만족시켜줄 것이라고 기대가 된다. 특히 좌석급행열차는 열차 성능도 개량됐는데, 새로운 출입문을 적용해 소음을 줄였고 안전설비도 늘렸다. 기존에 전동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장실이 설치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현재 경춘선 전철은 차량이 부족해 열차가 낮시간 기준으로 1시간에 3대만 운행되고 있지만 좌석급행열차가 추가로 도입되면 열차의 운행 격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승객 입장에서는 덜 기다리고 열차를 탈 수 있으니 더 편리해지는 것.
다만 아쉬운 점은 좌석급행열차 도입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크게 보면 종착역 문제와 운임 문제, 그리고 차역 문제다. 지자체는 모든 열차가 용산까지를 가기를 바라고, 운임은 가급적 저렴하길 바라며, 관내에 정차역이 많기를 바라지만, 열차 운행을 맡은 코레일 입장에서는 선로용량 부족으로 용산과 청량리로 종착역을 이원화해야하고, 운임은 좌석급행열차의 서비스 품질을 고려하여 충분히 받아야 하며, 높은 속도를 위해 정차역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 기존 전철에는 없던 좌석급행열차의 새로운 설비(수유방, 수하물선반, 자동판매기, 장애인 화장실) ⓒ 한우진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아쉬운 점은 '이 같은 논란이 올해 말 개통 코앞을 두고 발생해야 하느냐' 것이다. 앞으로는 코레일과 지자체, 유관 기관들이 사전에 충분히 합의를 한 후에 안정적으로 준비된 상태에서 승객을 맞이해야 한다. 합의의 어려움으로 정책 결정을 제대로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은 사업 홍보와 신뢰도 제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레일에게 경춘선 좌석급행열차는 시설과 차량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임과 동시에 영업적 측면에서도 중대한 도전이다. 지금까지 고상(高床) 플랫폼에서 운행하는 전동차가 좌석형으로 운행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누리로의 사례가 있었지만 이것은 무궁화호와 동급인 일반철도였다. 하지만 좌석급행열차는 교통카드로 탈 수 있는 전동차다. 교통카드로 탈 수 있는 전동차인데 좌석 요금을 내는 것은 코레일의 새로운 영업체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현재 승강장이나 차내에서 교통카드와는 별도의 특급권을 구입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승강장 분리가 돼있지 않은 전철의 특성상 무표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운임질서가 엉망이 될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코레일의 영업 역량을 증명하는 길일 것이다.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2층 좌석급행열차의 이름은 잠정적으로 'ITX-청춘'으로 정해졌다. KTX-산천처럼 'OTX-한글'이름의 규칙을 따르며,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이 청춘인 승객들이 이용하는 열차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참고로 I는 도시간 연결을 의미하는 Inter-city의 약자이다. 경춘선의 2층 좌석급행열차가 차량의 성능향상, 서비스 고급화, 새로운 영업기술 개발 측면에서 한국 철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frdb.wo.to)운영자,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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