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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정치자금 이렇게 지출하면서 '알뜰시정'?

정치자금 지출 분석... 주유비 과다 지출 해명은 어불성설

등록|2011.10.25 09:22 수정|2011.10.25 09:56

▲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지원유세에 나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권택기 의원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은 지난 23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자기 당의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울시장직은 선출직으로서는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이다. 그래서 서울시장이 될 사람은 검증을 받아야 한다. 과연 도둑질 안 하고 서울시를 끌고 갈 수 있는지, 살아온 과정에 잘못된 것은 없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홍 대표가 이렇게 말한 것은 나경원 후보에 대해선 이미 검증이 다 돼 있고 문제가 없다는 걸 전제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17·18대 국회의원을 하면서 선관위에 신고한 정치자금 지출 내용에서만 해도 주유비, 미용비, 자선단체 기부금에 대한 문제가 이미 지적됐다.

2년간 주유비 5775만 원, 선거운동 때문에 많이 썼다?

나경원 후보는 차량 주유비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지나치게 많이 지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2009·2010년 국회의원 나경원의 정치자금 회계자료를 보면 이 기간 동안 주유비로 3315만 원을 지출했다. 국회 규정에 따라 지급되는 유류지원비 2년치 2460만 원을 더하면 총 5775만 원을 주유비로 사용한 것.

이에 대해 과다지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나 후보측은 "2009년에는 재보궐선거 지원을 다녔고, 2010년에는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지방을 왔다갔다 해 기름값을 많이 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나 후보가 지방을 많이 다녔다는 기간 동안 지출된 주유비를 합산해 보면 이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지난 2009년 4·29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4월 15일부터 14일간 나 후보가 쓴 주유비는 92만9300원. 같은해 10·28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 14일간 나 후보가 쓴 주유비는 108만5600원이다. 지난해 7·14 한나라당 전당대회 선거운동이 시작된 7월 5일부터 전당대회 당일까지 나 후보가 쓴 주유비는 45만8900원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247만3800원으로 나 후보가 2009·2010년 주유비로 지출한 돈의 4.3% 밖에 되지 않는다. 2009·2010년의 총 730일 중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은 38일로 5.2%다. 전체 5.2%의 기간 중 지출한 주유비가 전체의 4.3%이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 때보다 주유비를 덜 썼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재보궐선거 지원'과 '전당대회 선거운동을 위한 이동'을 이유로 대는 것은 말이 안되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 선거 기간 동안 나 후보는 지방 출장에 KTX와 비행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나 후보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차량에 올라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유성호


18대 동안 정치자금으로 자선단체 기부 716만 원

나 후보가 정치자금으로 각종 기부활동을 해온 것은 지난 6일 기사에서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나경원 후보, 개인 돈 아닌 정치자금으로 기부') 나 후보는 한국장애인부모후원회, 한국컴패션, 사회복지법인 다운회, 재단법인 스마일, 어린이재단, 한국혈액암협회, 해비타트 등에 매월 꾸준히 기부를 해왔는데, 이를 개인 돈이 아닌 정치자금으로 지출했다.

앞서 언급한 기사에서는 2008년 한 해 동안 7개 단체 235만5000원에 대한 기부금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했던 것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2008년 4월부터 2010년 12월까지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바탕으로 다시 계산해보면 나 후보는 2년 9개월 동안 이들 단체에 총 716만 5000원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했다.

정치자금으로 기부활동을 하는 것이 법 위반은 아니라는 게 중앙선관위 판단이다. 각종 판례상 '정치활동'의 범주가 넓고, 특히 정치인이 기부받는 단체와 관련된 활동을 해왔다면 이런 기부행위도 정치활동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부금을 받은 단체들은 나 후보의 기부가 나 후보 개인 돈이 아닌, 후원자들로부터 모금한 정치자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나 후보측도 정치자금을 기부활동에 활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나 후보측은 "2010년 8월부터 현재까지 일부를 제외하고는 개인 비용으로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17·18대 미용비에 정치자금 782만 원 지출... 다른 의원들은?

▲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시더룸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TV토론회에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토론에 앞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 유성호


나경원 후보가 '인터뷰 메이크업 및 코디 비용', '방송 토론 녹화 메이크업 비용' 등으로 미용실에 지출한 비용은 17대 국회 기간 중 572만 5000원, 18대 국회 들어 209만 8500원이다. 정치자금으로 총 782만 3500원을 미용실에 지출한 것,

이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하는 게 불법인 건 아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메이크업을 하고 자기 조카 결혼식에 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언론 인터뷰 등 공적인 활동을 위해 한 경우라면 정치자금 사용을 인정한다"며 "인터뷰나 TV 토론 출연이 정치활동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비용도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0년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았던 배은희 의원과 원내대변인을 맡았던 정옥임 의원의 2010년 정치자금지출 내역에서는 이런 미용비용 지출내역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 의원들도 당직을 맡으며 각종 TV토론과 인터뷰에 다수 출연했다.

나 후보도 이런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하는 것이 법적으론 문제가 되지 않지만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미용비용을 지출한 내역은 2009년 1월 20일 이후엔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나 후보는 17·18대 국회 동안 전화로 영어회화를 배우는 전화영어 비용도 수차례 정치자금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경원 후보의 이번 선거 유세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알뜰 시정' 이고, 최근에는 "알뜰살뜰 살림하는 것은 여자가 잘하지 않느냐"는 대목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나 후보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평가한다면 공금인 정치자금을 알뜰하게 썼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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