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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드라이브' 거는 민주당, 암초는 한미FTA?

'더 큰 민주당' 강조한 손학규 대표 "한미FTA 비준, 국민의 쓸개 내주는 것"

등록|2011.10.27 14:11 수정|2011.10.27 16:18

▲ 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를 찾아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이번 선거를 통해서 야권대통합이 민주당의 '가야 할 길'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더 큰 민주당을 원하는 국민의 여망과 변화에 대한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기 혁신의 길을 걸어가겠다."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마무리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첫 메시지는 역시 '통합'이었다. '야권단일후보 박원순'을 '서울시장 박원순'으로 만들며 시동이 걸린 통합의 열기가 쉽게 식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손 대표는 먼저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의 승리를 민주당이 앞장 서 견인한 데 무한한 자부심을 갖지만 당대표로서 민주당의 후보를 내지 못해 당원과 국민 앞에 송구스럽고 많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패배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어 "우리는 이번 전체 선거 과정을 통해 드러난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경고 앞에 겸허해야 한다"며 혁신과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나타난 정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비판 앞에선 어느 당에 속해 있는가를 떠나 깊이 성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민주당은 '더 큰 민주당'을 원하는 국민의 여망과 변화에 대한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 스스로 자기혁신의 길을 걸어가 야권통합의 길을 열겠다"며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 진정으로 국민이 중심되는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기 위해 혁신과 화합, 통합의 길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선거에 힘 합친 야권, 한미FTA 강행처리 앞에서 긴장 고조?

그러나 손 대표는 '통합'만을 얘기하진 않았다. 손 대표는 당면과제로 한미FTA를 꼽으며 "국회의 합의나 국민과의 진정한 합의도 없는 강행처리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리의 주권을 내주고 국민의 쓸개를 내주는 FTA 비준은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회동에서 한미FTA 4대 불가론을 얘기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또 "정부가 마땅히 국회에 제출해야 할 기본적인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채 국회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국회 무시,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거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에 와서 연설을 하겠다, 국회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겠다고 얘기하는데, 국회와 야당을 말로 설득하려 할 게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미국에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국회, 야당에 일방적으로 졸속 처리를 압박하는 것은 정부가,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 개인의 입장 표명은 아니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을 통해 의총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 전원이 의견을 개진하기로 하는 등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 강행에 대비한 입장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재협상된 한미FTA에 대해선 당론으로 '비준 반대'를 확정했지만, 한나라당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한미FTA를 단독상정해 강행처리할 경우,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통일된 행동방침을 정하기 위한 의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정희 대표 "물러서거나 타협하면 국민 앞에 심판 받을 것"

특히,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의 통상절차법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반(反) 한미FTA 전선'에 미묘한 균열이 발생했다. 4·27 재보궐선거 당시 쌓았던 양당의 '신뢰'가 한-EU FTA 비준에 대한 입장 차로 순식간에 무너졌던 점을 감안할 때 한미FTA 비준을 둘러싸고 또 당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마저 있다.

실제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의 통상절차법은 통상협정체결 과정에서의 정보 공개와 국회의 심의라는 뜻을 살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위헌 무효라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요구했던 3대 선결 요건 중 하나인 통상절차법이 처리됐다,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민변 등이 제안하는 문제가 있다면 몇 가지 보완을 해서 본회의 통과하면 된다"고 밝힌 것과는 그 온도 차가 명백했다.

이정희 대표는 무엇보다 "모든 야당은 흔들림없이 함께 한미FTA 비준 저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명백히 민주당을 향한 '충고'였다. 그는 "통상절차법 처리가 한미FTA 비준의 전제조건의 단 하나라도 충족시켰다 할 수 없다"며 "물러서거나 타협한다면 역사와 국민 앞에 한나라당과 함께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끝까지 마음을 모아 막아낸다면 국민들로부터 큰 신뢰와 믿음을 얻을 것"이라며 "야당이 함께 힘을 모아 일구어낸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가, 야당의 한미FTA에 대한 올바른 대응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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