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민주당,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10.26 재보선, 민주당은 승자이면서 패자

등록|2011.10.27 17:20 수정|2011.10.27 17:20
오늘(27일) 비로소 청명한 가을하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민이 권력을 이기고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다"는 박원순 당선자의 소감을 접하며 그제야 우리 주변에 단풍이 무르익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가슴 졸인 하루였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참여 독려 책임을 방기하고, 오히려 참여를 위축시키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가운데 진행된 투표여서 더욱 그랬습니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저의 이런 걱정이 한낮 기우(杞憂)였음을 보여줬습니다. 어찌 이번 결과가 '넥타이와 하이힐'만의 승리겠습니까. 이번 승리는 권력과 기득권에 굴하지 않고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모두의 바람이 거대한 물결을 이뤄 만들어낸 '모든 시민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이번 선거는 MB정권의 오만과 독선, 그리고 한나라당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자 심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입니다. 이 열망이 거대한 바람을 만들어 정치권에 불어 닥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열망의 바람이 MB정권과 한나라당의 무릎을 꿇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바람은 한나라당에 불기 이전에 민주당에 먼저 불어 닥쳤습니다. 서울시장 예비경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배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민주당은 승자임과 동시에 패자입니다.

이제 민주당이 가야할 길은 분명해 졌습니다. 민주당은 보다 길고 크게 봐야 합니다. 거대한 물결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그 흐름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지금의 민주당만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것이 설령 불편한 진실일지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민주당 밖에 있었던 '혁신과 통합', 박원순 시장과 함께하는 시민세력, 안철수 교수 등과 뜻을 함께 하는 제3세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함께 해야만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다는 것도 체험했습니다.

뼈를 깎는 통찰,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가진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 결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민주당을 혁신해야 합니다. 민주당의 모든 것을 바꾸는 대수술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화장을 고치는 수준으론 안 됩니다. 낡은 정당의 모습을 과감히 털어내고 시대가 요구하는 정당의 모습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박원순의 승리, 위대한 시민의 승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거대 바다를 이루기 위한 작은 물방물의 탄생일뿐입니다. 민주당도 시대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고, 국민과 함께 가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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