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지선다형인데... 그거 하나 못 찍냐고요?
'비밀' 보장 어려운 시각장애인 투표보조용구... 성의없는 점자 공보물도 문제
10·26 재보궐선거가 끝났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서울시장선거에서 야권단일 후보인 박원순씨가 당선됐다. 기존 정당정치의 문제를 시민의 힘으로 바꿨다는 의미 등 선거 결과를 두고 여러 매체에서 이런 저런 해석들을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난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장애인들의 투표 편의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8년 7월 30일 실시된 서울특별시교육감선거 때 계단과 턱이 있는 장소를 투표소로 선정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표보조용구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2항'을 위반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 판단 때문인지 몰라도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장애인의 편의시설 제공이나 시각장애인의 투표보조용구의 제공은 그런대로 이루어진 듯하다. 그런데 실제 선거에 참여한 시각장애인들은 이번 투표보조용구에 사소하지만 매우 중대한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것은 투표보조용구가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비밀투표의 보장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용 투표보조용구란 투표용지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별도로 만든 용구다. 재질이 두꺼운 도화지 같은 종이재질이고, 그 겉면에 점자로 각 후보들의 성명과 기호가 인쇄되어 있으며, 기표를 위한 사각형의 틀이 마련되어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투표시 이 틀 속에 투표용 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그런데 이 틀이 너무 좁아 투표용 도장을 제대로 찍기가 불편했다는 것이 시각장애인들의 주장이었다.
투표보조용구, 사용하기 너무 어려웠어요
서울 동대문구에서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참여한 A(32)씨는 시각장애인이 많이 이용하는 누리집을 통해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했다.
"시각장애인의 원활한 투표를 위해 투표용지 모양으로 틀을 만들어 기표를 돕는 투표보조용구가 있고 모두 사용해 보셨을 걸로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 투표보조용구는 각 투표소마다 한 개 또는 두 개 정도만 비치되어 있어 기표 후 보조용구는 반납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투표보조용구의 간격이 좁은 탓인지, 기표를 위한 도장의 크기가 큰 탓인지 투표보조용구의 겉면에 기표한 흔적이 남습니다. 신경을 집중해서 기표하지 않으면 보조용구의 겉면에 기표 흔적이 남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조금 부주의하거나,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흔적 없이 기표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밀 선거'는 선거의 4원칙의 하나로, 자신의 투표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밝히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보조용구를 반납하는 시점에서, 의도치 않게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누구인지 누출되는 문제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A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투표에 참여했던 다른 시각장애인들도 한결 같은 목소리로 같은 문제를 제기했고 "도장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거나 "도장을 틀 안에 넣은 후 볼펜을 누를 때처럼 위에서 누르면 도장이 찍히는 방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라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후보들의 점자 공보물, 너무 성의 없다
선거와 관련된 문제는 비단 투표보조용구뿐만 아니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각종 선거에 입후보하는 후보자들의 정견 등을 담은 선거용 홍보물에 시각장애인용 점자 자료가 없다. 또 점자나 문자를 모두 알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홍보물의 제공이 없다는 등의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오고 있다.
아울러 점자로 선거용 홍보물을 제작했다고 하더라도 점자가 틀리거나 시각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교사로 재직중인 B씨는 이번 선거 공보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한 나경원 후보자 선거 안내 홍보물의 점자가 엉망이더군요. 묵자의 행간에 점자를 쓰는 거야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점자가 너무도 희미하여 읽을 수가 없어요. 마치 쓰다가 점필 대가리로 문질러 지운 점자 같습니다.
그리고 문장부호도 틀렸고요. 그저 대충 점역하여 보내주면 그만이라는 식의 안일한 선관위나 시각장애 유권자의 표는 무시할 정도로 작은 것이라는 식의 후보자 캠프 그리고 한탕주의식의 점역 업체 이 모두가 우리 시각장애 유권자의 권리를 무시한 처사로 밖에 안 보입니다."
또 대구광역시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C씨는 이번 기초의회에 출마한 8명의 후보자 가운데 시각장애인용 점자 홍보물을 제작한 후보자가 3명 밖에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선거권은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자 권리이다. 장애인도 차별없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관리위원회는 좀더 세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8년 7월 30일 실시된 서울특별시교육감선거 때 계단과 턱이 있는 장소를 투표소로 선정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표보조용구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2항'을 위반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 판단 때문인지 몰라도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장애인의 편의시설 제공이나 시각장애인의 투표보조용구의 제공은 그런대로 이루어진 듯하다. 그런데 실제 선거에 참여한 시각장애인들은 이번 투표보조용구에 사소하지만 매우 중대한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것은 투표보조용구가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비밀투표의 보장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용 투표보조용구란 투표용지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별도로 만든 용구다. 재질이 두꺼운 도화지 같은 종이재질이고, 그 겉면에 점자로 각 후보들의 성명과 기호가 인쇄되어 있으며, 기표를 위한 사각형의 틀이 마련되어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투표시 이 틀 속에 투표용 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그런데 이 틀이 너무 좁아 투표용 도장을 제대로 찍기가 불편했다는 것이 시각장애인들의 주장이었다.
투표보조용구, 사용하기 너무 어려웠어요
▲ 지난 2008년 4월 대전의 한 시립종합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투표방법을 교육하는 행사가 열려 한 사회복지사가 시각장애인에게 투표보조용구를 이용해 기표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에서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참여한 A(32)씨는 시각장애인이 많이 이용하는 누리집을 통해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했다.
"시각장애인의 원활한 투표를 위해 투표용지 모양으로 틀을 만들어 기표를 돕는 투표보조용구가 있고 모두 사용해 보셨을 걸로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 투표보조용구는 각 투표소마다 한 개 또는 두 개 정도만 비치되어 있어 기표 후 보조용구는 반납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투표보조용구의 간격이 좁은 탓인지, 기표를 위한 도장의 크기가 큰 탓인지 투표보조용구의 겉면에 기표한 흔적이 남습니다. 신경을 집중해서 기표하지 않으면 보조용구의 겉면에 기표 흔적이 남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조금 부주의하거나,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흔적 없이 기표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밀 선거'는 선거의 4원칙의 하나로, 자신의 투표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밝히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보조용구를 반납하는 시점에서, 의도치 않게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누구인지 누출되는 문제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A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투표에 참여했던 다른 시각장애인들도 한결 같은 목소리로 같은 문제를 제기했고 "도장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거나 "도장을 틀 안에 넣은 후 볼펜을 누를 때처럼 위에서 누르면 도장이 찍히는 방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라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후보들의 점자 공보물, 너무 성의 없다
▲ 지난 4.27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27일 경기 성남 분당구 정자동 한솔종합사회복지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의 도움을 받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울러 점자로 선거용 홍보물을 제작했다고 하더라도 점자가 틀리거나 시각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교사로 재직중인 B씨는 이번 선거 공보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한 나경원 후보자 선거 안내 홍보물의 점자가 엉망이더군요. 묵자의 행간에 점자를 쓰는 거야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점자가 너무도 희미하여 읽을 수가 없어요. 마치 쓰다가 점필 대가리로 문질러 지운 점자 같습니다.
그리고 문장부호도 틀렸고요. 그저 대충 점역하여 보내주면 그만이라는 식의 안일한 선관위나 시각장애 유권자의 표는 무시할 정도로 작은 것이라는 식의 후보자 캠프 그리고 한탕주의식의 점역 업체 이 모두가 우리 시각장애 유권자의 권리를 무시한 처사로 밖에 안 보입니다."
또 대구광역시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C씨는 이번 기초의회에 출마한 8명의 후보자 가운데 시각장애인용 점자 홍보물을 제작한 후보자가 3명 밖에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선거권은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자 권리이다. 장애인도 차별없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관리위원회는 좀더 세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일본전문뉴스 JPNews(http://jpnews.kr)에도 송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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