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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다리도요, 욕심 부리다 큰일난다

[청다리도요 생태관찰기] 갯지렁이 넘어 물고기 먹기 위해 애쓰던 모습

등록|2011.10.28 15:51 수정|2011.10.28 16:54

▲ 물고기 건진 청다리도요 ⓒ 대전환경운동연합



▲ 물고기를 삼키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 청다리도요의 시도는 계속되었다. 약 10분간 ⓒ 대전환경운동연합



▲ 결국에는 깨끗이 입을 씻고 물고기를 뱉어버렸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지난주 금강의 갯벌을 찾아갈 일이 있었다. 갯벌에서 흔하게 볼수 있는 청다리도요가 금강에 찾아와 있었다. 청다리도요는 하루종일 먹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한참을 갯지렁이 등 저서생물을 먹던 청다리도요가 얻어 걸렸는지 작은 물고기를 잡았다.

이게 웬일인지? 물고기를 잡다니! 월척을 잡은 청다리도요는 급하게 먹을려고 물고기를 이리저리 부리로 돌리면서 애를 써다. 하지마, 결국에는 먹지 못해고, 뱉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왜였을까? 자세히 관찰해보니 작은 물고기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부리와 목의 크기가 작고, 먹는 기술도 없는 듯)이 안 되는 듯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한참 동안 갯벌에서 먹이를 채식하기 시작했다. 갯지렁이를 잡아서 물가에서 씻어서 먹기도 하고, 그냥 삼키기도 하면서 포만감을 유지하던 청다리도요는 다시 갯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닌가?

▲ 갯지렁이를 다시 잡아 먹는 청다리도요.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번에는 꽤 큰 물고기였다. 부리로 잡은 모양새를 보더라도 그전에 잡은 물고기에 비해 훨씬 컸다. 그러데, 아까도 먹지 못한 물고기를 또 다시 먹으려고 이리저리 돌려보는 것이 아닌가? 한참을 돌려보더니 다시 먹지 못하고 뱉어내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속담과 마찬가지로 청다리도요는 지렁이를 먹어야 하나 보다.

▲ 이번에는 좀 더 큰물고기를 잡았습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 결국 다시 물고기를 뱉어냅니다. 불쌍한 물고기 두마리는 물위에 둥둥... 다른 누군가의 먹이가 되겠죠. ⓒ 대전환경운동연합


나는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새대가리'라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붕어가 다시 먹이를 물듯이 청다리도요도 자신이 먹을 수 없는 물고기를 두 번이나 잡았다 버렸다.

한참을 웃고 나니 청다리도요의 무모한 시도에 박수를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신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청다리도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한계를 인정하지않고 여러번 시도해보는 끈기에 박수를 보내야 할지 아니면 멍청하다 해야 할지. 아무튼, 즐겁기도 하고 생각하게도 만들어 주는 청다리도요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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