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으로 시작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야권통합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 시작과 원인이 어찌되었건 간에, 역사상 최초의 무소속 후보가 이례적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됨으로써 향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파간 이해득실 계산이 매우 복잡해졌다.
특히, 유력한 대권후보로서 의심치 않았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과 함께, 천정배 의원을 지지했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입지 축소, 그리고 서울시장에 민주당 후보를 내놓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하는 손학규 대표의 대권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언론보도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현실과 거리가 먼 정당정치의 정당성과 정통성이 국민들에 의해 선택받지 못하는 순간, 제명이 된 역사성 초유의 선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예측과 판단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박원순 후보는 시민단체 진영의 인물이지만, 글자 그대로의 "순수한" 무소속 후보는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시민들의 열망에 의해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의 입당제의를 물리치고 결국 무소속으로 뛰어들었지만, 민주당과 기타 야당들 간에 합의되어 연합한 야권통합후보라는 점, 그리고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전체에서 선거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후보 등록 전, 안철수 교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한자리 수에 머물렀던 지지도가 급격한 상승을 보였지만, 만약 박원순 후보 단독으로 선거를 치렀다면 초반 지지율의 격차와는 달리 낙관적인 상황일 수 없었을 것이다. 몇 차례의 TV토론에서 치밀하지 못한 인상을 주었던 박 후보는 노련한 기성 정치인이었던 나 후보에게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을 뿐더러, 투표자에게 배달되었던 선거홍보지를 비교해 볼 때, 박 후보는 나 후보의 정책에 비해 전략적인 측면에서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즉 인물적인 측면에서는 나 후보의 치밀함과 준비성, 그리고 정치판에서의 노련함에선 열세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가 선거에서 예상했던 득표율에 비해 비교적 넉넉히 당선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 세 가지의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첫째, 학습효과에 의한 균형전략에 의한 것이다. 그동안 각종 선거 때마다 경선에 불복하거나, 혹은 같은 진영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함으로써 선거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전무한 상황이다. 과거 이인제 후보가 경선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실패한 대선의 사례부터, 가장 최근의 사례인, 그리고 야권이 통합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던 지난 서울시장 선거까지. 야권이 통합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진보진영이 참패했던 뼈아픈 경험은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위한 야권통합의 절대적인 우호적 환경을 조성해주었던 것이다.
바꾸어 말해, 굳이 박원순 후보가 아니었더라도, 현 정부와 집권 여당, 그리고 오세훈 전서울 시장에 대한 반감이 높았던 상황에서 야권통합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매우 높았으며, 통합이냐 괴멸이냐의 제로섬 게임에서 야권통합은 진보진영의 유일한 선택이자 유일한 가능성이었던 것이다.
둘째,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민주당은 자발적으로 기득권을 포기하였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열망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었던 민주당으로서는 딜레마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한 것인가, 혹은 넓은 의미에서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한 것인가의 선택에서 민주당은 후자를 선택했다.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그렇게 됨으로써 본연의 역할과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선택을 하였던 것이다. 더욱이 후보 등록 전 민주당내의 분열은 이러한 현실적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FTA 등 국내 현안이 시급한 원내 상황에서, 천정배 의원의 무모한 판단과 그리고 그 무모한 판단을 지원한 정동영 의원 대 현민주당 지도부와의 대립은 식상한 정당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마음을 새로운 정치로 신속하게 이동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당선된 후보를 시민 후보와 경선을 벌이도록 했고,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함으로써 기득권을 내려놓았다. 더구나 기득권의 포기 뿐 아니라, 아낌없는 지지와 지원을 통해 당선의 마중물로 작용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음으로, 내년 대선주자들에 대한 평가가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를 내놓지 못한 정당의 대표이자 떠오르는 새로운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 비해 밀리고 있는 손학규 대표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박원순 후보의 당선이 결코 향후 대선에서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결과적으로 불임정당으로 전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 초반 당내의 균열을 매끄럽게 마무리하였고, 야권통합 후보를 잉태한 이후 손 대표 자신도 기득권을 포기함으로써 당내의 재신임에 성공했다. 뿐만아니라, 선거 지원으로 결국 야권후보의 당선이라는 야권통합의 성공사례를 주도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이러한 부분은 일반론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대권후보로서의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이 현재로서는 미약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일반론적인 분석만으로는 손학규 대표의 대권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좀 더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반정부, 반 한나라당이라는 국민적 정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임기 1년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정부의 정책은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반영하지 못했다. 더욱이 임기 말을 앞두고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과 대통령 측근의 부정부패 사건, 그리고 날로 악화되는 남북관계 등을 일시에 반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은 서울시장과는 달리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지만, 진보진영이 대선후보 통합 성공사례를 축적한 만큼, 그리고 여당에 대한 균형의 필요성과 성공가능성을 감지한 만큼, 생각보다 쉽게 야권 단알화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누가 야권통합 후보로 나설 것인가에 달려있다.
다음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기득권을 과감히 던졌다.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운명을 충분히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양보하는 미덕과 관용을 베풀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점은 단순하게 불임으로 치부될 수 없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고자'가 되더라도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을 보여줌으로써, 진보진영의 화합과 포용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진보진영의 정체성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은 향후 대권통합의 주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직 예단하기 이르지만, 이러한 서울시장후보 포기라는 과감한 선택을 한 민주당으로서는 다음 대권에서 진보진영의 양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고받는 상호주의적 정치현실에서 거대한 골리앗을 상대로 대적하기에는 진보진영의 거대 정치집단인 민주당이 아직까지는 확률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진보 진영의 대권 후보로는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안철수 교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그리고 민주당 내 지도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들어 안철수 교수와 박근혜 의원 간의 양자 대결에 관한 여론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서울시장과는 달리 대권 후보는 국민들의 희망과 열망만으로는 결코 직접적인 대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철저한 자기관리, 사업과 학문의 성공 등 훌륭한 개인적인 이력들을 소유한 안철수 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안철수 교수의 개인적인 인생 역정에 초점을 두고 있을 뿐이며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 교수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또한 정치 현장의 경험도 전무한 상황에서 정치적인 검증과정이 시작된다면 희망의 안철수는 절망의 안철수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몇 년에 걸쳐 철저히 준비된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그리고 정치적인 검증이 되지 않은 안철수 교수는 아무리 야당통합 대권 후보가 된다할지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안철수 교수 이외, 문재인 노무현 이사장을 비롯한, 민주당 내의 유력 인사들을 분석해 볼 때, 현재로서는 손학규 대표가 가장 유력한 당내 조직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박근혜 의원을 대적할 만큼의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손학규 대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민주당 대권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의 당내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내의 유력한 후보는 손학규 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이사장이나 정동영 의원을 포함한 진보진영의 인사들은 당내의 조직력에서 현저히 열세라고 할 수 있다.
손학규 대표의 대권후보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과거의 약점이 현재로서는 더 이상 약점이 아닌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등 양극단의 이분법적인 한국의 정치적 현실에서 손 대표의 과거 이력은 철새정치인, 기회주의자 등의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분당 보궐선거에서 확인되었듯이, 오히려 진보와 보수의 균형감은 양극단의 대안으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보수적인 성남지역에서 진보의 깃발을 꽂았다는 사실은 이제 극우 또는 극좌의 선택은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또한 이번 서울시장 후보 통합과정에서 초반의 우려와는 달리 큰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야권통합이 이루어졌다. 당내의 세력을 포함하여 진보진영이라는 나름대로 깊고도 광범위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하나로 엮는 과정에서 손 대표는 포용과 관용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적 균형자 그리고 갈등의 조정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였다는 사실은 불임이 아닌 수정과 잉태, 그리고 탄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럼 점에서 그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한국 정치에 영향력이 높았던 3김 시대의 종말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1년전 지지율은 3%에 불과했다. 여러 대권 후보 중 하나로 인식이 되었을 뿐 당시의 정황상 대통령의 당선으로 직행할 만큼의 유력한 후보는 절대 아니었다. 현재 손 대표의 지지율은 거론되고 있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현저히 열세한 상황이다. 그나마 지지율도 점차 하락하고 있으며, 그 하락 추세도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손 대표 개인의 자질과 역량은 차치하고라도, 시민들의 대권통합 후보에 대한 기대, 반 한나라당과 현정부의 반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진보진영의 통합 후보 성공가능성, 민주당 내의 당권 장악력과 조직력, 정치적인 경험과 검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손 대표의 당선 가능성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대선을 1년 이상 앞둔 현상황에서 향후 개입될 많은 변수로 인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예측불가능한 변수들의 통제는 불가능하지만, 어떠한 변수의 개입에도 이를 능히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특히 보수를 포함한 국내의 모든 세력들을 포용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키워야한다. 이는 손 대표 뿐 아니라 모든 대권 후보, 그리고 모든 정치인들이 반성하고 앞장서나가야 할 부분이다. 정치적 발전을 위해 비판적인 시각과 검증은 분명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일관하는 기존의 기성정치에 대해 더 이상 국민들이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네거티브적인 전략은 이제 더 이상 성공이 아닌 정치적인 괴멸의 길을 걸을 것이다.
더 이상 남남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국민들의 애환과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국민들의 입장에서 고민하여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며, 한국의 미래를 그들 손에 맡겨야 하는 이 불안한 마음이 기우였기를 확인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나는 내년 대선을 이렇게 본다.
특히, 유력한 대권후보로서 의심치 않았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과 함께, 천정배 의원을 지지했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입지 축소, 그리고 서울시장에 민주당 후보를 내놓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하는 손학규 대표의 대권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언론보도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예측과 판단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박원순 후보는 시민단체 진영의 인물이지만, 글자 그대로의 "순수한" 무소속 후보는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시민들의 열망에 의해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의 입당제의를 물리치고 결국 무소속으로 뛰어들었지만, 민주당과 기타 야당들 간에 합의되어 연합한 야권통합후보라는 점, 그리고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전체에서 선거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후보 등록 전, 안철수 교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한자리 수에 머물렀던 지지도가 급격한 상승을 보였지만, 만약 박원순 후보 단독으로 선거를 치렀다면 초반 지지율의 격차와는 달리 낙관적인 상황일 수 없었을 것이다. 몇 차례의 TV토론에서 치밀하지 못한 인상을 주었던 박 후보는 노련한 기성 정치인이었던 나 후보에게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을 뿐더러, 투표자에게 배달되었던 선거홍보지를 비교해 볼 때, 박 후보는 나 후보의 정책에 비해 전략적인 측면에서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즉 인물적인 측면에서는 나 후보의 치밀함과 준비성, 그리고 정치판에서의 노련함에선 열세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가 선거에서 예상했던 득표율에 비해 비교적 넉넉히 당선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 세 가지의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첫째, 학습효과에 의한 균형전략에 의한 것이다. 그동안 각종 선거 때마다 경선에 불복하거나, 혹은 같은 진영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함으로써 선거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전무한 상황이다. 과거 이인제 후보가 경선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실패한 대선의 사례부터, 가장 최근의 사례인, 그리고 야권이 통합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던 지난 서울시장 선거까지. 야권이 통합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진보진영이 참패했던 뼈아픈 경험은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위한 야권통합의 절대적인 우호적 환경을 조성해주었던 것이다.
바꾸어 말해, 굳이 박원순 후보가 아니었더라도, 현 정부와 집권 여당, 그리고 오세훈 전서울 시장에 대한 반감이 높았던 상황에서 야권통합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매우 높았으며, 통합이냐 괴멸이냐의 제로섬 게임에서 야권통합은 진보진영의 유일한 선택이자 유일한 가능성이었던 것이다.
둘째,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민주당은 자발적으로 기득권을 포기하였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열망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었던 민주당으로서는 딜레마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한 것인가, 혹은 넓은 의미에서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한 것인가의 선택에서 민주당은 후자를 선택했다.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그렇게 됨으로써 본연의 역할과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선택을 하였던 것이다. 더욱이 후보 등록 전 민주당내의 분열은 이러한 현실적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FTA 등 국내 현안이 시급한 원내 상황에서, 천정배 의원의 무모한 판단과 그리고 그 무모한 판단을 지원한 정동영 의원 대 현민주당 지도부와의 대립은 식상한 정당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마음을 새로운 정치로 신속하게 이동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당선된 후보를 시민 후보와 경선을 벌이도록 했고,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함으로써 기득권을 내려놓았다. 더구나 기득권의 포기 뿐 아니라, 아낌없는 지지와 지원을 통해 당선의 마중물로 작용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음으로, 내년 대선주자들에 대한 평가가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를 내놓지 못한 정당의 대표이자 떠오르는 새로운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 비해 밀리고 있는 손학규 대표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박원순 후보의 당선이 결코 향후 대선에서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결과적으로 불임정당으로 전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 초반 당내의 균열을 매끄럽게 마무리하였고, 야권통합 후보를 잉태한 이후 손 대표 자신도 기득권을 포기함으로써 당내의 재신임에 성공했다. 뿐만아니라, 선거 지원으로 결국 야권후보의 당선이라는 야권통합의 성공사례를 주도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이러한 부분은 일반론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대권후보로서의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이 현재로서는 미약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일반론적인 분석만으로는 손학규 대표의 대권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좀 더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반정부, 반 한나라당이라는 국민적 정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임기 1년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정부의 정책은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반영하지 못했다. 더욱이 임기 말을 앞두고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과 대통령 측근의 부정부패 사건, 그리고 날로 악화되는 남북관계 등을 일시에 반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은 서울시장과는 달리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지만, 진보진영이 대선후보 통합 성공사례를 축적한 만큼, 그리고 여당에 대한 균형의 필요성과 성공가능성을 감지한 만큼, 생각보다 쉽게 야권 단알화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누가 야권통합 후보로 나설 것인가에 달려있다.
다음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기득권을 과감히 던졌다.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운명을 충분히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양보하는 미덕과 관용을 베풀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점은 단순하게 불임으로 치부될 수 없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고자'가 되더라도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을 보여줌으로써, 진보진영의 화합과 포용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진보진영의 정체성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은 향후 대권통합의 주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직 예단하기 이르지만, 이러한 서울시장후보 포기라는 과감한 선택을 한 민주당으로서는 다음 대권에서 진보진영의 양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고받는 상호주의적 정치현실에서 거대한 골리앗을 상대로 대적하기에는 진보진영의 거대 정치집단인 민주당이 아직까지는 확률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진보 진영의 대권 후보로는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안철수 교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그리고 민주당 내 지도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들어 안철수 교수와 박근혜 의원 간의 양자 대결에 관한 여론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서울시장과는 달리 대권 후보는 국민들의 희망과 열망만으로는 결코 직접적인 대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철저한 자기관리, 사업과 학문의 성공 등 훌륭한 개인적인 이력들을 소유한 안철수 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안철수 교수의 개인적인 인생 역정에 초점을 두고 있을 뿐이며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 교수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또한 정치 현장의 경험도 전무한 상황에서 정치적인 검증과정이 시작된다면 희망의 안철수는 절망의 안철수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몇 년에 걸쳐 철저히 준비된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그리고 정치적인 검증이 되지 않은 안철수 교수는 아무리 야당통합 대권 후보가 된다할지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안철수 교수 이외, 문재인 노무현 이사장을 비롯한, 민주당 내의 유력 인사들을 분석해 볼 때, 현재로서는 손학규 대표가 가장 유력한 당내 조직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박근혜 의원을 대적할 만큼의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손학규 대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민주당 대권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의 당내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내의 유력한 후보는 손학규 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이사장이나 정동영 의원을 포함한 진보진영의 인사들은 당내의 조직력에서 현저히 열세라고 할 수 있다.
손학규 대표의 대권후보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과거의 약점이 현재로서는 더 이상 약점이 아닌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등 양극단의 이분법적인 한국의 정치적 현실에서 손 대표의 과거 이력은 철새정치인, 기회주의자 등의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분당 보궐선거에서 확인되었듯이, 오히려 진보와 보수의 균형감은 양극단의 대안으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보수적인 성남지역에서 진보의 깃발을 꽂았다는 사실은 이제 극우 또는 극좌의 선택은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또한 이번 서울시장 후보 통합과정에서 초반의 우려와는 달리 큰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야권통합이 이루어졌다. 당내의 세력을 포함하여 진보진영이라는 나름대로 깊고도 광범위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하나로 엮는 과정에서 손 대표는 포용과 관용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적 균형자 그리고 갈등의 조정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였다는 사실은 불임이 아닌 수정과 잉태, 그리고 탄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럼 점에서 그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한국 정치에 영향력이 높았던 3김 시대의 종말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1년전 지지율은 3%에 불과했다. 여러 대권 후보 중 하나로 인식이 되었을 뿐 당시의 정황상 대통령의 당선으로 직행할 만큼의 유력한 후보는 절대 아니었다. 현재 손 대표의 지지율은 거론되고 있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현저히 열세한 상황이다. 그나마 지지율도 점차 하락하고 있으며, 그 하락 추세도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손 대표 개인의 자질과 역량은 차치하고라도, 시민들의 대권통합 후보에 대한 기대, 반 한나라당과 현정부의 반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진보진영의 통합 후보 성공가능성, 민주당 내의 당권 장악력과 조직력, 정치적인 경험과 검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손 대표의 당선 가능성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대선을 1년 이상 앞둔 현상황에서 향후 개입될 많은 변수로 인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예측불가능한 변수들의 통제는 불가능하지만, 어떠한 변수의 개입에도 이를 능히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특히 보수를 포함한 국내의 모든 세력들을 포용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키워야한다. 이는 손 대표 뿐 아니라 모든 대권 후보, 그리고 모든 정치인들이 반성하고 앞장서나가야 할 부분이다. 정치적 발전을 위해 비판적인 시각과 검증은 분명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일관하는 기존의 기성정치에 대해 더 이상 국민들이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네거티브적인 전략은 이제 더 이상 성공이 아닌 정치적인 괴멸의 길을 걸을 것이다.
더 이상 남남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국민들의 애환과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국민들의 입장에서 고민하여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며, 한국의 미래를 그들 손에 맡겨야 하는 이 불안한 마음이 기우였기를 확인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나는 내년 대선을 이렇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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