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에 주렁주렁...감귤열매에서 인내 배우다
[사진] 주인 몰래 익어가는 감귤원
▲ 작은나무에 달린 감귤감귤 ⓒ 김강임
▲ 주렁주렁 달린 감귤감귤 ⓒ 김강임
'된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이 지났습니다. 어느 농촌에서나 가을걷이로 바쁠 절기입니다. 특히 지난여름 장마와 태풍을 물리치고 영글어가는 가을 열매는 대단한 힘을 가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힘들다' '지친다' 하고 푸념을 늘어 놓건만, 들녘의 농작물들은 푸념 하나 없이 잘 자라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농작물보다 나약한 것은 인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전 가을 가뭄이 심했지만 잘 견뎌낸 농작물들이지요. 참으로 강한 인내를 배워봅니다.
▲ 감귤농장감귤농장 ⓒ 김강임
▲ 가지에 지탱한 감귤감귤 ⓒ 김강임
▲ 탐스런 감귤탐스런 감귤 ⓒ 김강임
지난 휴일, 주말농장 감귤원에 가보았습니다. 주인 몰래 익어가는 노란 감귤을 보니 풍요러워집니다. 주말농장 감귤들은 핑계 없이 잘 자라주었네요.
감귤원 방풍림 주변은 새들의 소리로 왁자지껄합니다. 새들도 달짝지근하게 익어가는 냄새를 어찌 알았는지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요놈들도 먹거리가 풍부해지니 즐거운가 봅니다.
▲ 수확한 바구니상큼한 바구니 ⓒ 김강임
▲ 수확한 감귤수확한 감귤 ⓒ 김강임
전정가위와 바구니를 들고 감귤을 수확해봅니다. 작은 감귤나무에 어떻게 이렇게도 많은 열매가 달렸는지요. 주렁주렁 달린 열매을 지탱하기 위해 가지들은 안간힘을 씁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봄 햇빛이 잘 들라고 나무를 잘라준 아픔도 있었네요. 초저녁 달빛을 맞으며 유기농 퇴비를 준 적도 있었지요. 어디 그뿐입니까, 장맛비를 맞아 가며 새순에 살충제 뿌린 적도 있었군요. 생각해보니 모두가 발품의 흔적이고 땀방울의 이력입니다. 햇빛이 너무 강한 늦여름에는 일사를 방지하기 위해 한 알 한 알에 검정 스타킹으로 모자를 씌워 주기도 했지요.
그리고 드디어 수확기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감귤원을 둘러보는 마음이 왜 이리도 벅찬지요. 수확의 기쁨보다는 힘든 자연환경 속에서도 잘 자라준 감귤나무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알맹이를 잘라 한 입 베어 입에 물어봅니다. 달콤함과 새콤함이 묻어나는 노란 열매, 빨간바구니에는 어느새 한가득 달콤함이 넘쳐흐릅니다.
▲ 새가 쪼아 먹었네요잘 익은 감귤 ⓒ 김강임
새들은 어찌 알았는지, 제일 당도가 높은 열매를 쪼아 먹어버렸군요.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한 것 같습니다. 감귤 꽃이 필 때는 벌들이 날아들더니, 노랗게 열매가 익어가니 새들이 날아듭니다. 감귤원은 사계절 끊임없이 잔치가 열리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극조생 감귤을 수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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