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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원내대표, 야5당 합의사항 거꾸로 돌리나"

민노당, 한미FTA 여야정 합의문 성토... "한미FTA 처리 묵인하는 꼴"

등록|2011.10.31 14:05 수정|2011.10.31 14:16

▲ 여야 원내대표가 한미FTA와 관련한 여야정 합의문에 서명한 가운데,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최대 쟁점이었던 투자자-국가 제소조항(ISD)의 전면 재협상과 여야정 합의문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강기갑, 곽정숙, 김선동, 이정희 대표, 권영길, 홍희덕 의원). ⓒ 유성호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합의문은 사실상 '한미FTA처리 합의문'에 다름 아니며, 그동안 야당과 시민사회가 요구해오던 핵심적 문제들을 완전히 빗겨간 누더기 합의문이다."


민주노동당이 31일 오전 의원단 전원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마련한 '한미FTA 관련 여·야·정 합의문'을 강도 높게 성토하고 나섰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이날 오후 4시에 예정된 야5당 합동 의총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은 지난 30일 열린 한미FTA 여·야·정 협의체 논의에서 농어업 및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대책과 통상절차법 수정안 등에 대한 합의문을 작성했다. 특히 정부·여당은 최대 쟁점으로 꼽힌 투자자 국가 소송제(ISD) 유지 여부에 대해 협정 발효 후 3개월 간 양국 간 협의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를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총회의 추인을 전제로 한 뒤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협의 결과에 민주당 내부와 다른 야당들이 반발했다. 야권 모두가 ISD 조항 등 독소조항 10개를 삭제하는 재재협상안을 주장하고 있는 지금, 합의문을 작성한 자체가 정부·여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에 명분만 쌓아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이 합의문에 서명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공동 투쟁을 약속한 야권 간 신뢰에도 금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한미FTA 처리 묵인하는 합의"

민노당은 "(합의문에는) 민주당이 핵심적인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경우, 재협상이 아닌 서한교환(Exchange of Letter)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돼 있다"며 "그것마저도 협정 발표 후 3개월 이내 양국 간 협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사실상 한미FTA 처리를 묵인하는 합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또 "더욱이 협정 발효 이후 (ISD 관련) 재협상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라 협의를 해보겠다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실효성이 전혀 없다"며 "이외에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중소기업 작업반 설치, 서비스-투자위원회 설치 등의 문제도 사실상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협의 수준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즉, 독소조항 제거 및 보완책 마련에 대한 '보장'도 충분히 명시돼 있지 않은 '빈껍데기 절충안'에 불과하단 얘기였다.

민노당은 민주당 측이 "어느 정도 합의를 봤다"고 한 농어업 및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대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합의문에서 ▲ 피해보전직불금 지급기준 완화 ▲ 밭농업·수산물직불금 신설 ▲ 축산발전기금 조성 ▲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 기존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내 소상공인지원기금 별도 계정으로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피해지원대책을 마련했다.

민노당은 이와 관련, "농업분야에 대해서 많은 진전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관세 즉시 철폐'에 대한 재협상 없는 피해대책으로는 농업 말살을 막아내지 못한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대책 역시, 한미FTA 발효 이후 국가 간 분쟁대상이 되거나 ISD에 의해 제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합의문 당장 폐기하고 야5당 합의정신으로 돌아오라"

▲ 여야 원내대표가 한미FTA 논의를 거쳐 서명한 여야정 합의문에는 농어업분야와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대책은 물론, 통상조약의 법률 수정안과 최대 쟁점이었던 투자자-국가 제소조항(ISD)까지 포함되어 있다. ⓒ 유성호



무엇보다 민노당은 "불과 며칠 전 야5당 대표 회동을 통해 독소조항에 대한 전면적인 재재협상과 19대 국회에서의 처리를 합의한 바 있다"며 김 원내대표의 합의문 서명 사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노당은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야당 대표들의 합의사항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민주당은 여·야·정 합의문을 당장 폐기하고 야5당 대표들의 합의정신으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영길 민노당 의원은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의원총회가 이미 (야5당 대표가) 합의한 대로, 야당의 공동투쟁이 이뤄질 수 있는 결과를 내주길 기대한다"며 민주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권 의원은 또 "합의문 내용대로라면 민노당은 오늘 오후 예정된 공동의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긴급히 지금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의원총회에 민노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도 "오후 3시 민노당 의원단-최고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한미FTA와 관련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입장 정리에 따라 예정된 공동의총 상황이 변화할 수 있음을 짚었다.

그는 또 "한미 FTA는 야권연대의 핵심사항이기 때문에 그동안 철저한 공조 아래 매우 긴밀한 논의를 진행했던 것"이라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통합'에 진정성이 있다면 민노당이 여기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살피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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