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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 학부모 교원평가,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주장] 교과담당에 교장교감까지 평가... 제대로 된 정보 없이 무슨 평가?

등록|2011.11.02 17:48 수정|2011.11.02 17:48

▲ 나이스 메인화면 ⓒ 나이스 누리집 캡쳐


학부모 여러분, 교원평가 해보셨나요? 지난 10월 초·중·고등학교에서 일제히 국가교육정보시스템시스템(NEIS), 이른바 나이스를 통한 교원평가가 진행됐습니다. 이 글에선 인터넷 국가교육정보시스템(NEIS)을 통한 학부모의 교원 능력 평가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10월 중순,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아빠 중 한 명이 NEIS 시스템에 가입해서 교원평가를 해야 한다"고 재촉했습니다. 아이는 "부모님들이 NEIS를 통해 교원평가를 해주지 않으면 내일 학교에 가서 혼나게 된다"며 꼭 평가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 안내문에는 어느 학부모가 참여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아이는 꼭 해달라고 재촉하였다. ⓒ 나이스 누리집 캡쳐


NEIS의 안내문에는 '어느 학생의 학부모가 참여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공지가 돼 있었지만, 아들 녀석이 어리숙한 탓인지 자꾸 재촉하는 것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퇴근했더니 아이와 아내가 둘이서 컴퓨터를 켜놓고 인터넷을 통해 NEIS시스템에 접속해 교원평가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1시간을 넘게 컴퓨터에 매달려 씨름을 했지만 회원 가입도 못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교원평가를 하려고 보니 '공인인증서'가 있는 경우에는 그냥 평가할 수 있었지만, 공인인증서가 없는 경우에는 'NEIS 시스템'에 가입해야만 교원평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인터넷뱅킹 등을 이용하느라 공인인증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지만 하필 그날은 공인인증서를 사무실에 두고 와 NEIS 회원 가입 절차를 거쳐야만 교원평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들 녀석 성화 때문에 가입한 NEIS

▲ 에러 메시지는 반복됐다 ⓒ 나이스 누리집 캡쳐


저는 아들에게 "내일 저녁에 하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절대 안된다"고 하더군요. 아이는 벌써 며칠 전부터 엄마에게 교원평가에 참여해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가교육정보시스템 구축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아내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웬만하면 교원평가를 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아마 아이가 매일 저녁 재촉하지 않았다면 아내는 교원평가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튼 나름대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잘 다룬다고 자부하는 제가 NEIS에 회원가입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NEIS 회원가입 절차에 맞춰 지시하는 대로 여러 번 시도해도 자꾸만 막히더군요. 약관에 동의하고 실명등록요청을 하는 단계에서 반복해서 에러가 났습니다.

위 캡쳐 이미지로 보시는 부분에서 반복해 에러가 났습니다. 이미지로 보시는 것처럼 선택 메뉴에서 '만 17세 이상 개인'을 선택했고 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실명등록요청을 하면 자꾸만 '만 17세 이상만 사용하는 메뉴입니다. 만 17세 미만을 선택해주세요'하는 에러 메시지가 나오더군요.

여러 번 반복해도 자꾸 에러가 나니 확 짜증이 나더군요. 괜히 잘못이 없는 아들 녀석에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진작 해달라고 하지 마감 날짜가 다 되어서 이러느냐"고 말입니다.

사춘기인 중학생인 아들 녀석이 삐쳐서 제방으로 가고 난 후 어떻게 하다 보니 30여 분 만에 회원 가입에 성공했습니다.

▲ 학부모 만족도 조사지 ⓒ 나이스 누리집 캡쳐


사실 저는 애초에 NEIS를 통해 교원평가를 하는 것이 못마땅했습니다. 왜냐하면 국가교육정보시스템을 통해 방대한 학생, 학부모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 못마땅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부모로서 교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평가를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회원가입에 성공했다고 하였더니, 삐쳐서 제 방으로 갔던 아들 녀석이 달려 나왔습니다. 아들은 담임선생님을 잘 따르고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인 저도 담임선생님 평가를 좋게하라고 부탁하더군요.

어차피 아이의 담임선생님에 대하여 잘 모르는 저는 아들 녀석이 요청하는 대로 담임선생님을 좋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가할 만큼 아는 것이 없는데... 그래도 해야 하나요?

▲ 교과담당 선생님 모두를 평가하도록 돼있다 ⓒ 나이스 누리집 캡쳐


질문은 ▲ 담임 선생님이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습지도를 하고 있는지 ▲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도한다고 생각하는지 ▲ 열정을 가지고 학급운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묻더군요.

아이의 담임선생님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정보는 대부분 아이에게 전해 들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사실상 학부모 평가라기보다 학생 평가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더 어려운 것은 교과담당 선생님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 교과담당 선생님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습지도에 임한다고 생각하는지 ▲ 교과와 관련해 자녀의 진로나 직업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지 ▲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는지 등이 평가 항목이었는데 사실 그 어떤 과목 선생님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부형들이 교과담당 선생님에 대해 이런 평가를 할 수 있을 만한 정보나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할 것입니다. 학교운영위원이나, 학부모회 임원을 맡아 학교에 깊은 관심을 가진 부모님들이라면 수월하겠지만 먹고 살기 바쁜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런 평가를 할 만큼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별로 다르지 않았고, 결국 중학교 2학년인 아이의 도움을 받아 교원 평가를 하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교사에 대한 '인기투표' 이상의 평가를 할 수 없겠더군요. 물론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라서 문제라는 것은 아닙니다.

제 이야기는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서 교원 평가를 했기 때문에 학생 평가와 학부모 평가를 따로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설문지에는 '잘 모르겠다'는 선택지가 있어서 사실 그대로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난감한 것은 교장·교감선생님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질문에는 '교장선생님이 미래지향적인 학교 경영철학을 갖고 경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같은 문항이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미래지향적인 교육에 대한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추상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교장·교감 선생님을 평가하라는 것이 참 황당하더군요.

저는 학부모가 제대로 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불필요한 교원평가를 강요하는 교육당국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노력비용을 들였음에도 실효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교원평가라면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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