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소주에 참치캔 끼워 주는 이유, 알고 보니

도 넘은 대형마트 끼워팔기... 국세청 "공급가 초과 덤상품 현장조사"

등록|2011.11.03 14:23 수정|2011.11.03 17:38
[기사수정 : 3일 오후 4시 21분]

▲ 이 상품의 경우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덤으로 주고 있다. ⓒ 김영욱

주류 제조사와 대형마트의 공동 작업물 '끼워팔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오로지 대형마트에서만 볼 수 있는 끼워팔기의 여파가 좀처럼 식지 않을 모양새다. 이처럼 주류 제조사와 대형마트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져 끼워팔기란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를 만들어 냈지만 매출에는 단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평이다.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선 끼워팔기에 해당되지 않는 술은 찬밥신세나 다름없다. 고객들 역시 주류 코너에 가면 끼워팔기가 당연히 있겠지란 무의식 속에서 발길을 옮긴다. 끼워파는 상품이 없는 술이 외면받는 현실이다.

지난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사무실에 각종 술이 진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의 거의 모든 술이 이날 협동조합 최장동 이사장 집무실로 총집결, "내가 더 싸다"며 자랑이나 하듯 테이블 위를 장식했다. 라면, 음료수, 과자, 캔, 밀폐용기 등 다양한 공산품도 술과 함께 동행했다.

이날 최장동 이사장은 수도권 체인본부 대표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주류 제조사의 끼워팔기 심각성을 집중 성토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최 이사장의 입장에 동의한다는 뜻을 전했으며, 특히 일부 대표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주류사를 항의 방문하자며 제조사의 끼워팔기 행태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날 이들은 "대형마트에 대한 주류사의 전폭적인 홍보마케팅에 비해 조합 산하 90여 체인본부에게는 1년에 한두 번 할까말까 할 정도로 판매촉진 행사가 아주 미흡하다"며 "체인본부에 대한 홍보마케팅비 확대와 함께 물류비 지원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끼워팔기', 그 진실은?

▲ 지난 10월 31일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의 회의 모습. ⓒ 김영욱


특히 이날 최 이사장을 비롯해 수도권 체인본부 대표 50여 명은 롯데주류, 진로하이트, 오비를 잇따라 방문하고 끼워팔기를 철폐하든지, 아니면 우리에게도 대형마트에 상응하는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실제로 체인본부는 약 30년 이상 국내 4대 주류사를 비롯해 지방 주류사의 술을 전국 각지에 배송하는 등 유통물류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인천 소재 영진체인의 서봉선 이사는 지난 9월 말 "지금의 4대 주류사가 누구 때문에 이만큼 성장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체인본부가 없었다면 매년 수백억 이상의 순이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또 체인본부의 매출이 대형마트 매출을 훨씬 웃도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조사들은 대형마트 위주의 판촉행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끼워팔기 상품을 왜 체인본부에는 공급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덤상품 제공으로도 불리는 '끼워팔기'는 자사 제품의 매출 증대를 위해 라면, 용기 등 다양한 제품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동일가격에 또 다른 제품을 공짜로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 제조사는 공급가보다 비싼 덤상품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체인본부 관계자는 지적한다.

특히 체인본부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끼워팔기도 문제지만 주류 제조사들이 대형마트에만 덤상품, 장려금 등을 잔뜩 지원하고 슈퍼마켓에는 일절 행사상품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외치는 사회적 분위기와 달리 주류 재벌들은 골목상권을 완전히 장악한 대형마트에만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어 우리 골목상권에서는 상생을 찾을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판매가보다 비싼 덤상품을 제공하는 주류업체들

▲ ⓒ .


소주는 예로부터 서민의 상징이다. 그러한 소주가 지금은 끼워팔기의 주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소주 제조의 대표격인 진로와 롯데주류는 예전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다양한 덤상품을 술과 함께 포장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진로는 제품 가격의 최대 113%가 넘는 덤상품을 공짜로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13%를 감수하면서까지 대형마트에 술을 공급하고 있는 것.

술과 담배는 국세청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 제품 중 하나다. 특히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때는 그에 따른 법적 조치가 당연히 수반된다. 하지만 관계기관의 영향력이 끼워팔기 상품에는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

'즐겨찾기 6입'의 경우 실제 판매가격이 5700원이지만 덤상품인 밀폐용기는 5990원이다. 결국 -290원의 역마진이 발생하는 희한한 판매촉진 행사를 지속하지만 제대로 단속이 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진로는 제조사 공급가의 최대 113%까지의 덤상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있으며, 롯데주류도 공급가의 최대 90%의 덤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맥주의 경우는 더 가관이다. 하이트와 오비,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공히 90%가 넘는 덤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맥주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덤상품 역시 다양히 개발됐다. 전기구이오징어부터 땅콩캔에, 라면까지... 

국세청 "공정위 판단에 따라 국세청 현장조사 벌일 것"

▲ 호떡믹스부터 라면까지... 각종 상품이 덤으로 붙어있다. ⓒ


이와 관련 '주류거래질서확립에 관한 명령위임고시(국세청, 2013년 6월 30일까지 적용)'와 '경품류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 행위의 유형 및 기준고시(공정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무 기관인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주류제조사의 끼워팔기를 수 년간 방관해 왔다. 양 고시에는 장려금 지원 금지를 비롯해 경품을 제공하거나 주류를 실제구입가격 이하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 소비세과의 한 관계자는 1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예전부터 덤상품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공급가를 초과하는 덤상품까지 있는지 몰랐으며, 공정위가 이번 주류 끼워팔기를 경품이라고 판단할 경우 조만간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이 주류의 끼워팔기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에 제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정거래위가 주류의 끼워팔기 상품을 경품으로 판단할 경우 과징금 부과뿐 아니라 상황이 심각할 경우 출고량 감소 등의 제재 조치까지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 홍보과장도 같은날 "주류의 끼워팔기와 관련해 지난 10월 25일 소장이 접수됐다"며 "관련 부서에서 경품여부 판단 협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한 주류업체 담당자는 2일 기자와 통화에서 "일반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한 판촉행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오래 전부터 다양한 판촉행사를 해 왔었다"며 "지금도 주류 관련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부 점포들이 그 가격만큼 할인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소주와 맥주의 끼워팔기가 대세가 돼버린 듯하다. 지금의 끼워팔기 사태가 중단된다면 대형마트 이용 고객들은 더 이상 주류 코너로 발길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주류의 끼워팔기가 이제는 다반사가 됐으며, 주류 제조사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다음에는 어떤 덤상품을 개발할까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끼워팔기로 인해 체인본부와 골목슈퍼의 궤멸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말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