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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소리나는 군밤, 드셔보셨나요?

인심 묻어나는 구례장터...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등록|2011.11.02 17:37 수정|2011.11.02 17:37

▲ 뻥튀기 기계에 고온으로 구워낸 군밤이랍니다. ⓒ 조찬현


지난 10월 28일, 구례장터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납니다. 냄새를 따라가 보니…. 바구니에 군밤이 한가득 있었습니다.

뻥튀기 기계에 고온으로 구워낸 군밤이었습니다. 갓 구워낸 걸 먹으니 정말 맛있습니다. 그 맛이 궁금하다고요? 구수하고 촉촉해요. 군밤과 찐밤의 장점을 골고루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군밤, 어디서 맛볼 수 있냐고요? 전남 구례장터에 가면 있습니다. 단 밤은 개인이 직접 가져와야 한답니다.

생밤에 칼집을 내 뻥튀기 기계에 튀겨냅니다. 사실 튀긴다기보다는 '구워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합니다. 군밤을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세요. 입이 심심할 때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정말 좋답니다.

"밤은 고대로 나와~ 요대로, 그냥 군밤이여!"

불을 붙이고 예열을 합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가스 불을 끄고 벨트를 해체합니다.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압력을 빼고 뻥튀기 기계의 뚜껑을 열어젖힙니다. 이내 바구니 한가득 군밤이 쏟아져 나옵니다.

▲ 뻥이요! 빤히 알면서도 '뻥~' 소리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 조찬현


▲ 뻥튀기의 튀밥처럼 웃음꽃이 한없이 튀겨져 나옵니다. ⓒ 조찬현


재래시장, 에누리와 푸근한 정이 살아있는 곳

이곳 뻥튀기 가게에는 옛말이라 생각되던 '인심'이 오롯이 살아 있습니다. "뻥이요!" 뻥튀기 할머니는 산더미처럼 부풀어 오른 뻥튀기를 맛보라며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건네줍니다.

"뻥튀기 하신 지 꽤나 오래되셨나 봐요."
"하이고, 오래 됐어요, 이제 귀신이 다 됐그마~"

왕밤에 칼집을 넣고 있던 할머니가 대답을 대신합니다. 뻥튀기 할머니 김영순(70)씨는 장날만 나옵니다. 김영순 할머니는 원래 뻥튀기만 파는데 밤을 가져온 손님에게는 밤을 직접 구워준다고 합니다.

▲ 뻥튀기 할머니의 장난스런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 조찬현


"뻥이요!"
"아유 놀래라! 아이고, 배야!"

뻥튀기 소리에 놀란 표정들을 서로 보면서 깔깔대느라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장에 나온 사람들은 빤히 알면서도 '뻥'소리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뻥튀기는 한 됫박에 4천 원입니다.

"아이고, 이쁘다! 떡이 한보따리가 됐네."

튀밥 튀기러 온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산더미처럼 부풀어 오른 튀밥을 보며 재미난 농담도 던집니다.

"손자도 주고, 우리 영감도 주고, 영감 각시도 주고…."

구례장터에서 '밥통'으로 불리는 뻥튀기 할머니는 성격이 호탕합니다. 근데, 왜 밥통이냐고요? 뻥튀기 기계 허가증 품목에 '밥통'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랍니다.

오늘도 구례장터의 뻥튀기 가게에는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뻥튀기를 튀겨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 산더미처럼 부풀어 오른 튀밥입니다. ⓒ 조찬현


▲ 뻥튀기를 튀겨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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