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헌법까지 왜곡해 '종북세력과 전쟁'
1일 창간 20주년 사설에서 "제헌헌법이 자유민주주의 천명했다" 왜곡
"대한민국 체제를 거부하거나 전복하려는 종북세력과의 전쟁을 결연히 수행할 것이다. 국가를 허무는 종북세력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
"대한민국 체제", "전복", "종북세력", "전쟁"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들이다. 극우세력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정치집회를 할 때 자주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안검찰이 진보세력을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라며 수사할 때도 쓴다. 그런데 이 단어를 중앙일간지가 썼다면 고개를 갸웃둥거릴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향한 대한민국의 전진은 계속돼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기사 보기)에서 창간 20주년을 맞아 세 가지 결의를 다짐하면서 "건국 이념에 대한 어떤 불순한 도전에도 사익(社益)에 매몰돼 소홀히 하거나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말이다.
사설은 "대한민국의 건국(建國)은 역사의 우연이 아니다"며 "해방 후 3년간의 극심한 좌·우 대결의 광풍을 헤치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대한민국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치를 올림으로써 건국의 첫발을 내디디게 된 것"이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토대를 세웠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읽어야 한다고?
사설은 이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제헌(制憲)헌법에 담아, 5000년간 대륙에 편입됐던 대륙 지향형 국가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해양 지향형 국가로의 거대한 출발을 시작했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풍요와 발전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내린 역사적 결단의 산물"이라고 강조해, 제헌헌법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정신을 담았다고 강조했다면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제헌헌법) 전문(前文)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수립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各人)의 기회를 균등히하고…'라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을 강조한 뒤, 본문에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 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본으로 삼는…'이라고 시장경제 원칙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는 제헌헌법의 심각한 왜곡이다. 제헌헌법 전문 어디에도 '자유민주주의'는 없다. <문화일보>가 그렇게 보고 싶었을 뿐이다. 제헌헌법은 '민주주의'라고 명시했을 뿐이다. 우리 헌법 전문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처음 들어간 것은 1972년 12월 27일 이른바 '유신헌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이 들어간 때다. 이전 헌법 전문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없었다. 민주주의라고 명시한 것을 자유민주주의라고 읽는 것이 더 문제다.
사설은 또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 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본으로 삼는…"이라는 제헌헌법 조문을 인용해, 이것이 시장경제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고 했다. 과연 제헌헌법 제84조는 시장경제 원칙을 천명한 것일까? 제84조 전문을 보자.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
제헌헌법은 시장경제가 아닌 경제민주주의 강조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고 했다. 특히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에 관한 현재 헌법 제119조 2항보다 더 적극적이다. 시장경제의 원칙이라기보다는 경제민주주의에 더 가깝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 1987년 개정헌법 119조 2항
그러므로 제헌헌법 제84조가 시장경제의 원칙을 세웠다고 주장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라고 읽는 것과 별다르지 않다. 특히 제헌헌법 제86조와 제87조는 <문화일보>와 시장경제주의자들이 보면 '사회주의'다.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제86조)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사영을 특허하거나 또는 그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대외무역은 국가의 통제하에 둔다.(제87조)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는 헌법은, <문화일보>가 '건국 대통령'이라고 칭송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인한 법조문이다. 정말 언론으로서 양심이 있다면 제87조를 시장경제의 원칙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앞으로 헌법을 개정할 때 이 조문을 다시 넣자고 하면 <문화일보>는 '빨갱이', '공산주의' 발상이라며 분노할지도 모른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향한 대한민국의 전진(前進)은 계속돼야 한다.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영원한 가치이기 때문"이라는 <문화일보> 다짐까지야 비판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제헌헌법 조문을 교묘히 왜곡하면서 "종북세력과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언론이 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체제", "전복", "종북세력", "전쟁"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들이다. 극우세력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정치집회를 할 때 자주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안검찰이 진보세력을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라며 수사할 때도 쓴다. 그런데 이 단어를 중앙일간지가 썼다면 고개를 갸웃둥거릴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향한 대한민국의 전진은 계속돼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기사 보기)에서 창간 20주년을 맞아 세 가지 결의를 다짐하면서 "건국 이념에 대한 어떤 불순한 도전에도 사익(社益)에 매몰돼 소홀히 하거나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말이다.
사설은 "대한민국의 건국(建國)은 역사의 우연이 아니다"며 "해방 후 3년간의 극심한 좌·우 대결의 광풍을 헤치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대한민국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치를 올림으로써 건국의 첫발을 내디디게 된 것"이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토대를 세웠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읽어야 한다고?
사설은 이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제헌(制憲)헌법에 담아, 5000년간 대륙에 편입됐던 대륙 지향형 국가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해양 지향형 국가로의 거대한 출발을 시작했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풍요와 발전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내린 역사적 결단의 산물"이라고 강조해, 제헌헌법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정신을 담았다고 강조했다면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제헌헌법) 전문(前文)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수립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各人)의 기회를 균등히하고…'라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을 강조한 뒤, 본문에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 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본으로 삼는…'이라고 시장경제 원칙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는 제헌헌법의 심각한 왜곡이다. 제헌헌법 전문 어디에도 '자유민주주의'는 없다. <문화일보>가 그렇게 보고 싶었을 뿐이다. 제헌헌법은 '민주주의'라고 명시했을 뿐이다. 우리 헌법 전문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처음 들어간 것은 1972년 12월 27일 이른바 '유신헌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이 들어간 때다. 이전 헌법 전문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없었다. 민주주의라고 명시한 것을 자유민주주의라고 읽는 것이 더 문제다.
사설은 또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 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본으로 삼는…"이라는 제헌헌법 조문을 인용해, 이것이 시장경제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고 했다. 과연 제헌헌법 제84조는 시장경제 원칙을 천명한 것일까? 제84조 전문을 보자.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
제헌헌법은 시장경제가 아닌 경제민주주의 강조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고 했다. 특히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에 관한 현재 헌법 제119조 2항보다 더 적극적이다. 시장경제의 원칙이라기보다는 경제민주주의에 더 가깝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 1987년 개정헌법 119조 2항
그러므로 제헌헌법 제84조가 시장경제의 원칙을 세웠다고 주장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라고 읽는 것과 별다르지 않다. 특히 제헌헌법 제86조와 제87조는 <문화일보>와 시장경제주의자들이 보면 '사회주의'다.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제86조)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사영을 특허하거나 또는 그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대외무역은 국가의 통제하에 둔다.(제87조)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는 헌법은, <문화일보>가 '건국 대통령'이라고 칭송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인한 법조문이다. 정말 언론으로서 양심이 있다면 제87조를 시장경제의 원칙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앞으로 헌법을 개정할 때 이 조문을 다시 넣자고 하면 <문화일보>는 '빨갱이', '공산주의' 발상이라며 분노할지도 모른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향한 대한민국의 전진(前進)은 계속돼야 한다.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영원한 가치이기 때문"이라는 <문화일보> 다짐까지야 비판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제헌헌법 조문을 교묘히 왜곡하면서 "종북세력과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언론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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