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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실세-청와대 고위인사들 '혐의없음'

대검,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 수사결과 발표... "기자들 촌지는 못 밝혀"

등록|2011.11.02 20:26 수정|2011.11.02 20:48

▲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지난 5월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에서 저축은행 부실과 사전인출 의혹 등에 대한 대검중수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단일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금융비리 수사였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2일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자평'이다. 이어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 적발"도 수사 성과의 하나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최고 수사부서가 일궜다는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른바 '박태규 리스트'에 정권실세와 청와대 고위인사들이 거론됐지만,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과 은진수 감사위원,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구속하고,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부산저축은행의 핵심 로비스트인 박태규씨의 입을 열지 못한 게 아니라 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소문이 돈다고 묻지는 않는다"며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고 응수했다.  

로비자금 15억 원 중 극히 일부만 사용했다고?   

박태규씨는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 등에게 금융감독원 감사 완화 등을 청탁하는 명목으로 17억 원을 받았다. 17억 원 중 김양 부회장에게 돌려준 2억 원을 빼면 15억 원 정도가 사실상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15억 원 중 일부만 로비자금으로 쓰였다고 판단했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1억3290만 원은 김두우 수석에게 줬고, 5억3000만 원은 압수했고, 기타는 대부분 개인 생활비 등에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핵심 로비스트인 박태규씨가 사용한 로비자금은 김두우 수석에게 건넨 1억3290만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대검 중수부는 "일부 금품공여 혐의는 수사중"이라며 "일부 금원(금액)이 떡값 등으로 평소 가까운 지인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내사종결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금원'의 사용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검 중수부의 한 간부는 "운전기사 월급, 접대비, 촌지 등에 상당부분 쓰였다"고 답변했다. 수사중인 '일부 금품공여 혐의'와 관련해서는 "수사중이라 정확히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정권실세인 정치인 L씨, 홍상표 전 홍보수석과 권재진 전 민정수석(현 법무부 장관) 등이 로비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일축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대검 소환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씨에게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구명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의혹이 있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9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소환되고 있다. ⓒ 연합뉴스


정권실세인 L씨가 시내 한정식집에서 박태규씨를 만났다는 의혹과 관련, 대검 중수부의 또다른 간부는 "소문이 돈다고 묻지는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추궁할 정도의 상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는 것.

홍상표 전 수석의 경우 "충분히 내사했지만 범죄혐의가 확인된 바 없고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의견이다. 특히 박종록 변호사를 통해 로비가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받은 권재진 전 수석의 경우도 "박 변호사가 전화를 한 번 걸긴 했지만 L씨가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고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소환조사를 벌였던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과 관련, 검찰은 "비리로 처벌하려면 돈이 오간 정황이 있어야 하고 직권남용의 증거가 많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기소할 정도의 혐의가 없었다"며 "주식 차명보유에 의혹을 가졌지만 박태규씨한테서 더 이상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태규씨,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가까웠다"

한편 대검 중수부의 한 간부는 "박태규씨는 거의 매일 정계, 관계, 언론계 인사들을 만나왔다"며 "워낙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특히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가까웠다"고 전했다. 이 간부는 "정보가 많이 모이는 곳 중 하나가 언론사인데도 언론사 정치부 사람들조차 박태규씨를 만나면 들을 얘기가 있다고 할 정도"라고 박씨의 정보력을 인정했다.

그는 "박태규씨가 정치인, 언론인, 관료 등을 만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들의 애로사항도 해결해주고 서로를 연결해주기도 한다"며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돈만 매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씨에게는 사람 만나는 것이 일이기 때문에 만나는 것 자체를 범죄와 연결시키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자들에게 준 촌지나 떡값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또다른 간부는 "여러분의 선배가 될 수도 있는데 밥값이나 촌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좀 그러니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박태규씨는 쉬지 않고 점심과 저녁 때 사람들을 만나는데 부산저축은행 얘기만 했을 수 있겠느냐?"라며 "박씨가 사교클럽을 운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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