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감방'에 갇혀 물 끊긴 채 단식투쟁"
앰네스티인터내셔널 "미얀마 정부, 여전히 정치범 학대" 비판
▲ 미얀마 정부가 여전히 정치범들을 학대하고 있다고 비판한 앰네스티인터내셔널. ⓒ 앰네스티인터내셔널
버마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 후 버마는 한동안 잘나갔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며 동남아시아에서 부유한 축에 속했다.
1962년 네윈이 이끄는 쿠데타가 성공한 후 상황은 변했다. 군사 독재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버마는 악명 높은 인권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경제 상황도 매우 나빠졌다. 군사 정부를 몰아내기 위한 대대적인 운동이 1988년('8888 민주화 운동')과 2007년('샤프론 혁명') 펼쳐지지만, 미얀마(1989년 버마에서 미얀마로 국호 변경) 독재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다.
올해 3월 테인 세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미얀마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테인 세인은 군부 독재에 맞선 저항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와 대화하고, 언론 검열 강도를 낮췄다. 1962년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노동조합 설립도 용인했다. 10월 12일에는 정치범 300여 명을 포함한 재소자 6359명을 석방했다.
테인 세인의 경력을 감안할 때, 이는 대체로 의외의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테인 세인은 군 장교 출신으로 군사 정부 시절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이와 관련, 미얀마가 민주화 운동을 오랫동안 탄압한 것 때문에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국제 사회는 전반적으로 테인 세인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얀마가 진정으로 변화할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연이은 유화 조치... 그러나 '개 감방' 논란은 계속
이러한 가운데, 미얀마의 인권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인권 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4일(현지 시각), 미얀마 당국이 정치범들을 여전히 학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르면, 미얀마의 옛 수도 랑군(양곤)의 인세인 감옥에 갇힌 재소자 중 약 15명의 정치범이 10월 26일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일반 재소자에게도 허용된 감형 조치에서 자신들이 제외된 것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이었다.
그 다음날(10월 27일), 미얀마 당국은 단식투쟁에 참가한 정치범들에게 강경 대응을 했다. 미얀마 당국은 이들이 물을 마시지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탈수 증세가 심해져 죽음의 문턱에 이른 정치범 2명은 11월 1일 병원으로 실려 갔다. 또한 가족들이 단식투쟁 참가자들을 접견하고, 편지를 전하고, 의약품과 먹을거리를 전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와 함께 미얀마 당국은 단식투쟁에 참가한 정치범 중 8명을 '개 감방(dog cells)'에 가둔 것으로 전해진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개 감방'은 본래 군견을 수용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크기는 가로 2.1미터, 세로 3미터 정도다. 이곳에는 방음 시설이 갖춰져 있고 창문이 없어 외부와 차단돼 있다. 적절한 위생 시설이 없고, 침대는 물론 바닥에 깔 매트리스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정치범은 예전에 자신이 갇혔던 '개 감방'에 이가 득실거리고 그곳에서 하수구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고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전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단식투쟁에 동참한 것에 대한 징벌로 물을 뺏는 것은 지극히 비인간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8명의 정치범을 '개 감방'에서 나오게 하라고 촉구했다.
'개 감방'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5월에 인세인 감옥에 갇혀 있던 25명 이상의 정치범이 수감 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했을 때도 '개 감방'은 등장했다. 이때 미얀마 당국은 두 명의 승려를 포함한 7명의 정치범을 '개 감방'에 가둔 것으로 전해진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감옥에서 고문, 학대, 독방 감금 등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며 "수감 조건이 국제 표준에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300여 명의 정치범이 석방됐지만, 여전히 1800명이 넘는 정치범이 미얀마 감옥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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