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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을 위한 발열내의 보급, 안 될까요

군복무중인 동생... 기능성 발열내의를 입혀 주세요

등록|2011.11.08 14:55 수정|2011.11.08 14:55

▲ 군인들을 위한 발열 내의, 안 될까요 ⓒ 오민정


엄마와 아이 셋을 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린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초등학생 막내는 '상주'가 뭔지도 모르면서 초상집에서 상주 노릇을 해야했습니다. 그때 이미 우리 엄마의 하늘은 다 무너졌을 텐데도 엄마는 세 남매를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삶과 싸워 왔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 아빠의 제삿상에 정종을 올리고 절을 하고있는 군인이 바로 제 동생입니다. 이렇게 튼실한 남자가 우리집 거실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으니, 항상 마음이 편안했더라면 몰랐을 법한 '새삼스러운 편안함'이 느껴지더군요.

동생이 입대하고 며칠 동안 엄마가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웬 사람 형체의 검은 그림자가 우리집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안, 엄마와 언니와 저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찜찜한 악몽이었습니다. 아무런 힘도, 기댈 곳도 없는 우리 여자 세 명은 동생의 입대를 계기로 동생의 빈자리를 시리게 느낀 것이었습니다. 가족을 지켜주던 동생이 나라를 지키러 가고 나니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검은 그림자가 우리 가족을 위협했던 게 아니었을까요?

사람들은 항상 '당연한 것'의 소중함을 모릅니다. 그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려면, 그것이 없어져야만 합니다. 우리가 거의 매일 들르는 편의점이 없다면? 무뚝뚝해서 나랑 안 친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시고 집에 수입이 없다면? 그제서야 편의점이 얼마나 편리한지,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해 오셨는지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저마저도 동생이 입대 하고 나서야 동생이 남자로서 든든했다는 것을 알게된 것처럼 말입니다. 소중한 내 동생이 군대에 가고 나니 모든 남자들이 나라를 지키느라 2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냥 다 군대 안 가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군인들이 동시에 전역을 한다면? 그  이후는 상상도 하기 싫지만, 그제서야 모든 국민들은 군인들의 공로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가족에게나, 국가에게나 소중한 제 동생을 위해 작은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군대에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어보았을때 동생이 "다 힘든데, 추운게 제일 싫어"라고 말했던 게 떠올라서 기능성 발열내의를 사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동생에게 물었더니 방한복 말고는 입으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겨울에 너무 추워서 방한복을 있는 대로 다 껴입어도 추운건 마찬가지고 옷이 두꺼워서 움직임이 둔해져서 난감하다고 합니다.

동생이 휴가 나와서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강원도와 서울, 거리상으론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강원도가 무지무지 춥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서울에 가을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기 시작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가을 자켓을 걸쳐 입을 때쯤 강원도에는 벌써 첫 서리가 내립니다. 그러나 이기적이게도 저한테는 서울도 너무 춥습니다(고향이 남쪽인지라). 걷다가 추워서 옷매무새를 고쳐 입을 때도, 잠을 자다 추워서 이불을 끌어 당길 때도 동생이 걱정됩니다.

저는 군대에 가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기능성 발열내의가 어느 정도 보편화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 군인도 이 기술의 혜택을 볼 수 있다면 다방면으로 이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사비를 털어 기능성 발열 내의를 입을 수 있도록 바뀐다고 하더라도 그럴 여력이 안 되는 군인은 여전히 추위에 떨어야 하는 아픔이 존재할 것입니다. 발열내의가 보급된다면 군인도 덜 고생할 것이고 군인의 가족들도 마음이 훨씬 편안해질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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