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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이 감히? 중앙정부, 박원순 '전면 반격'

한미FTA 의견 개진에 5개 부처 이례적 반박 "패소하면 자치단체에..."

등록|2011.11.08 16:10 수정|2011.11.09 22:01

▲ 8일 오후 세종로 청사에서 서울시의 한미FTA 의견제출에 반박하는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정병두 법무부 법무실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가운데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와 문재도 지식경제부 산업자원협력실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투자자 국가 제소권(ISD)에 따라 정부가 (투자자와의 소송에서) 패소하면, 지방자치단체의 금전적 손해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죠."

정병두 법무부 법무실장의 말이다. 정 실장은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동 기자브리핑에서 "ISD의 경우 외국 투자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지방정부가 아니라 중앙정부를 상대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내놓은 한미 FTA 의견서에선 "미국 기업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소할 수 있고, 패소할 경우 서울시 재정부담이 우려된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반박인 셈이다.

"만약 소송에 졌을 경우 서울시가 금전적 배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자, 정 실장은 "우선 정부가 배상을 하게 되며, 추후에 해당 자치단체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자가 "결국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에 구상권을 행사하면, 서울시 주장대로 재정부담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묻자, 그는 "ISD에서 패소하면 자치단체의 금전적 손해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ISD 조항에 따라 자치단체의 재정 부담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정 실장은 다만, 중앙정부의 구상권 행사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 8일 오후 세종로 청사에서 서울시의 한미FTA 의견제출에 반박하는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이 이경옥 행정안전부 차관보,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 문재도 지식경제부 산업자원협력실장, 정병두 법무부 법무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박원순 시장의 한미 FTA 의견에, 정부 5개 부처에서 이례적인 반박 회견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 실장 이외에 최석영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교섭대표와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이경옥 행정안전부 차관보, 문재도 지식경제부 산업자원협력실장 등이 5개 부처 고위 공무원이 직접 나섰다.

전날(7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놓은 한미 FTA 추진 재검토 의견에 대한 반박을 위해서였다. 박 시장은 의견서를 통해 "한미 FTA가 국익과 민생,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라며 "하지만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 논의와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적었다. 이어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서울시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서 제약을 받을 것이고, 260억 원의 세수감소와 ISD 소송에 따른 재정 감소 우려 등을 제기했었다.

이에 최석영 대표는 "서울시의 의견을 검토한 결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장된 우려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면서, 서울시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투자자 국가 제소권의 경우 협정문에서 발동 요건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면서 "한미 FTA와 관련된 모든 조치가 ISD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의 ISD 제소건수가 많은 것은 일부 개발도상국에 대한 사안이 많기 때문이며, 우리나라에도 제소가 많을 것이란 건 지나친 억측"이라며 "미국 투자자가 ISD 제소한 경우에도 승소보다 패소가 더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ISD로 인한 정부 공공정책의 자율권이 다각도로 충분히 확보돼 있다"면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 8일 오후 세종로 청사에서 서울시의 한미FTA 의견제출에 반박하는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이 책자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공공복지 정책이라도 ISD 제소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하지만 협정문에는 정부의 공공복지 정책 역시 투자자-국가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FTA 협정문(부속서 11-나)에는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인 때와 같은 드문 상황'일 경우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국 투자자에게 배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ISD의 소송에서 '소'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없다"면서 "FTA 협정문에 없더라도 보통 일반 사람이 국가 정책에 불만이 있을 때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자유는 얼마든지 보장이 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정부가 유보하고 있는 조치에 대해 (미국 투자자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 과연 승소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마디로 가능성이 없는 소송을 제기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밖에 서울시의 260억 세수 감소에 대해서도, 최 대표는 "한미 FTA 자동차세 세율구간 축소 등으로 인한 지방세 감소 부분은 정부에서 전액 보전해주기로 합의했다"면서 "서울시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특히 서울시의 한미 FTA 일방적인 처리 반대에 대해 "외교, 국방, 사법 등의 국가 존립에 필요한 업무와 수출입정책 등의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아닌 중앙정부의 권한"이라며 "한미 FTA는 국익에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지자체를 포함한 관계 기관과 협의해 왔다"고 주장했다.

▲ 8일 오후 세종로 청사에서 서울시의 한미FTA 의견제출에 반박하는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정병두 법무부 법무실장(오른쪽)이 발언하는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를 쳐다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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