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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연타석 홈런의 비밀은 '원샷신공'

'나멋대로 내꼼수 분석' 2부

등록|2011.11.09 16:28 수정|2011.11.09 16:28
일이 벌어지려면 '스리쿠션'이 필요하다. 내곡동 사저 계획 백지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도올 김용옥 교수 방송 복원, 인천 국제공항 매각 사실상 백지화 등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서 다뤘던 주제들이 현실이 되었다. MB 정부 치하에서 좀처럼 드문 현상이다. 나꼼수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러한 일들을 가능하게 할까?

지난 글에 1900년대로 가서 저널리스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만난 것처럼, 미국 뉴욕으로 가서 클레이 셔키를 만나보자.

국제정치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 100인'으로 선정했고,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가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제프 베조스와 함께 IT분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로 꼽은 소셜미디어 전도사 클레이 셔키 미국 뉴욕대 교수의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갤리온)을 읽으면 촛불집회에서부터 박원순 당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련의 깜짝 놀랄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촛불집회에 관한 10권 가까운 책을 봤지만, 셔키 교수만큼 정확하게 설명하는 이를 보지 못했다. 나꼼수의 하이라이트인 10.26 보궐선거는 대중들이 집단행동(투표)을 통해서 박원순 시장을 만들었다. 클레이 셔키 교수는 이와 같은 집단행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인식의 3단계를 통해야 한다고 말한다.

1단계 : 모두가 무엇인가를 아는 단계
2단계 : 모두가 알고 있음을 모두가 아는 단계
3단계 : 모두가 알고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단계


2008 촛불집회를 예로 들면, 정부의 쇠고기 협상과 일련의 정책들이 나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인식의 1단계)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이후 여고생들이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나섰다. 사람들은 여고생의 이미지를 통해서 쇠고기 문제를 다른 사람들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인식의 2단계) 사람들이 하나 둘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광장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만나며 서로가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인식의 3단계)에 이르자 대규모 집단행동이 일어났다. 나꼼수도 이와 비슷하지만, 놀랍게도 3단계를 '원샷신공'으로 해결해버렸다.

나꼼수는 스리쿠션을 원샷으로 끝낸다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면 이제는 다른 사람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나꼼수는 '원샷신공'으로 단번에 3단계까지 달려가 버린다. 왜냐하면 나꼼수 파일을 내려받은 사람들의 숫자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다. 나꼼수는 회당 200만 번의 내려받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꼼수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숫자는 그 자체로 위력적이다.

여기서 보너스로 꼼수 쓰시는 분들에게도 공포감을 안겨주는 효과까지! 이것은 바로 '숫자'의 힘이다. 고대 동서양에서는 '숫자'를 센다는 것에 대해서 금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구약성서에는 사탄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대적하고, 다윗을 시켜 이스라엘 사람들의 수를 세도록 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고대에 숫자를 센다는 것 자체가 부족의 통일을 파괴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숫자를 미디어의 눈으로 정확히 분석한 사람은 전설적인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이다.

극장, 무도회장, 야구장, 교회 등에서 각각의 개인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를 즐긴다. 대중 속에 있다는 즐거움은 숫자가 많다는 것이 주는 쾌감이며 이것은 오랫동안 서구 사회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어렴풋이 인식되어 왔다.

- 마셜 매클루언, <미디어의 이해>(커뮤니케이션북스)

수란, 그것이 사람의 수든 숫자의 수든 아니면 돈의 단위든, 그 대상을 장악하고 포섭하려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나꼼수의 경우 내려받기 횟수다. 대중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서 끊임없이 내려받는 사이에 MB와 한나라당이 세웠던 정권과 짬짜미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추정된다.
덧붙이는 글 위키트리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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