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주진우 "청춘에게 모든 일탈을 추천합니다"

[김제동의 청춘콘서트2.0 게스트] '나꼼수' 주진우 기자의 청춘

등록|2011.11.09 17:42 수정|2011.11.09 21:16
"일탈이요? 저는 모든 일탈을 추천하는데.(웃음) 굳이 추천하고 싶은 일탈이요? 그때 더 많이 말 안 들을걸. 저는 진짜 계획표 짜서 놀고 딴 짓하고 그랬는데 그거도 부족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안 놀고 고민만 하는 거. 나중에 다 후회합니다. 모든 일탈을 권합니다."

지난 8일 김제동의 청춘콘서트2.0 대전편에 게스트로 출연한 <나는 꼼수다>의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청춘들에게 추천할 만한 일탈이 있냐는 질문에 한 답이다. 그는 특유의 주절주절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로 자신만의 단단한 신념을 청춘들 앞에 풀어냈다.

▲ 청춘콘서트 대전 ⓒ 청춘얼쩡기자단


"학생들 고민을 들으니 어떠냐"는 김제동의 첫 질문에 주 기자의 대답은 의외로 냉정했다. "고민이요? 고민을 좀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조금 그렇습니다"라고 운을 떼며, "그 나이 때는 뭐든 다 고민거린데. 인생은 그렇게 살기 쉽지가 않습니다. 아까 뭘 결정해야 되는데 고민만 하고 왔다 갔다 한다 이랬는데요, 고민이 깊어지지 않고 실천하지 않으면 익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대화에서 주 기자가 "언제부턴가 돈, 힘이 가장 중요한 사회가 됐습니다. 돈 많은 게 좋은 일이지만 그게 바르고 잘 산다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거보다는 가치, 신념 같은 거요. '아 저 사람 멋있다. 쟤 괜찮았어' 이런 얘기 들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알려지기 전에 멋있게 떠났어야 되는데 조금 늦어진 거 같아 굉장히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자, 김제동이 "굉장히 멋있습니다"라고 말을 받았고, 관객석 여기저기서 "멋있다! 멋있다~"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주 기자는 자신의 신조가 '침묵'이라며, "전엔 맨 뒤에 숨어 항상 듣는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마이크를 잡게 됐는지 저도 당황스럽습니다. 빨리 '꼼수다'가 끝나기를, '가카'의 시간이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근데 제가 그냥 보내드릴 순 없지 않습니까. 언론이 자꾸 피하고 그랬던 게 저 같은 패륜아를 (갑자기 마이크 나가서 말소리가 들리지 않자) 결정적일 때 꺼졌네.(웃음) 그렇습니다. 언론이나 가카나 권력기관에 대해 얘기해야 될 기관이나 단체 개인들이 그 부분만 꼭 외면하고 눈 감으려 해가지고 저 같은 사람이 생겨난 거 같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좀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관객들 박수와 환호)

▲ 청춘콘서트 대전 ⓒ 청춘얼쩡기자단


김제동이 "두렵지 않냐"고 묻자 주 기자는 "가진 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괜찮습니다"라며, "처음에는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오나 했는데, 계속 걸리니까 이 소송으로 저 소송을 잊고 저 소송으로 이 소송을 잊고. 괜찮아요. 견딜 만해요. 아무리 싸움을 잘하는 사람도 싸우다 보면 한두 대는 맞을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게임 값을 좀 치러주기 위해서라도 그냥 붙어보자 생각해요"라고 답해 박수가 쏟아졌다. 

어떻게 기사를 취재하냐고 묻자 주 기자는 "그냥 저는 열심히 많이 놀아요. 근데 다른 기자들이 별로 열심히 안 하는 거 같아요. (생략) 제가 공부도 다른 기자들보다 준비가 덜 돼서 뭘 할까 했는데 기자들이 삼성 문제를 아예 안 쓰는 거에요. (생략) 근데 너무 말도 안 돼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에요. 모든 법이 삼성 앞에만 가면 구부러져요. 그래서 열심히 삼성 썼어요. 껄끄러운 거, 다른 기자들이 외면하는 거"라고 밝혔다.

김제동이 "주 기자가 주로 남들이 안 하는 걸 굉장히 잘 주워드신 것 같다"고 하자, 주 기자는 "남들하고 똑같이 하면 재미도 없고 잘 쓸 자신도 없고요. 그래서 저는 다른 데 가서 지키고 있죠"라면서도 "'사랑 얘기'는 취재해도 한 줄도 쓰지 않는다"라고 답해 웃음이 터졌다.

주 기자는 "햇볕이 안 들어오는 부분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권력기관이나 삼성이 이 땅에서 종교처럼 됐는데 꼭 좀 바꿔야 한다"라며 "소송을 하면 거의 이기는데 계속 괴롭히고 기사를 못 쓰게 하죠. 그런데 질 수밖에 없다고 안 쓰면 그분들이 망쳐놓는 한국사회 단면이 너무 더러워서 어쩔 수 없습니다. 하려고 합니다"라고 반복하자 진지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청춘콘서트 대전 ⓒ 청춘얼쩡기자단


김제동이 "(주진우 기자에게) 저도 배울 게 많습니다"고 말하자 주 기자는 "배우면 안 된다"며 말을 이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좀 말을 잘 안 들었어요. 초등학교 때 잘못해서 선생님이 뭐라 하면 다른 데 쳐다보다 대충 인사하고 가요. 선생님이 '너 불만 있어?' 그러면 '선생님이 세 대 때릴 때까진 때린 건데 그 다음엔 감정이 들어가지 않았냐. 학생이 실수할 수 있는데 왜 감정적으로 때리고 그러냐?' 그러고 더 맞았죠. 계속 맞았죠.(웃음)"

그의 대학시절도 범상치 않다.

"대학교 때 공부 너무 안 해서 대신 학교 다녀준 친구도 있었어요. 계획표 짜서 돈이 생기면 바로 어디 튀는 거에요. 돈 떨어지면 다시 오고 그랬어요."

하지만 주 기자는 놀면서도 늘 했던 생각이 있단다.

"'내가 뭘 해야 하지? 뭘 해야 손가락질 안 받고 좀 멋지고 가치 있게 살 수 있을까?' 하다 연애소설 읽는걸 좋아해서 고전을 읽기 시작했는데. 고전이면 근 100년간 읽혀지는 '구라' 아닙니까? (웃음) 그걸 하나둘씩 읽기 시작하다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중학교 때 선생님이…. 말이 두서가 없습니다. 저는 원래 두서가 없어요. 말을 못해요! 그냥 들으세요. 싫음 말고. 하하하"

"22, 23살 때까지만 해도 축구해설가나 축구전문기자 생각했어요. 그러다 밤에 클럽 가서 테크노를 듣고 DJ를 해야겠다! 이 길이 내 길이다 이거 두 개로 계속 고민 했었어요. 내가 즐겁고 남들한테도 도움이 되고요. 그러다가 뭘 하면 즐거울까보다는 사회에 좀 보탬이 되자 해서 길을 이렇게 잡게 됐죠."

▲ 청춘콘서트 대전 ⓒ 청춘얼쩡기자단


김제동이 "계속 놀았는데 어떻게 기자가 됐냐"고 묻자 주 기자는 졸업 후 광고회사에 취직했던 사연을 전했다.

"거기서 사회의 단면을 봤는데 젊은 나이에 이건 안 되겠다. (생략) 기업이 상품 만드는 거에 도움 되기보다는 요런 시스템을 고쳐봐야지 하고 시험 봤는데 어디가나 떨어지죠 뭐. 근데 10명 뽑을 때 5명은 다 정해져 있습니다. 나머지 4~5명을 뽑는 건데 4명 정도는 아주 정상적인 사람을 뽑고 1명은 좀 이상한 사람으로 모험해보는 경우가 있어요(웃음). 도전해보세요. 괜찮습니다. 그런 케이스로 언론사에 들어갔죠."

김제동이 "제가 아까 20대엔 적당이 또라이로 살아도 괜찮다 그랬죠? 이분이에요"라고 하자 주 기자가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전 적당하진 않고요. 취직해서 나중에 부모님한테 더 잘하면 된다 생각했어요. (생략) 어렸을 때 말썽 많이 부리는 거 나중에 커서 다 괜찮아져요. 부모님한테 그렇게 미안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아~ 학비 너무 비싸.' 어쩔 수 없어요. 부모님이 낳으셨잖아요. 대답이 안 됐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청춘콘서트 대전 ⓒ 청춘얼쩡기자단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한 질문자는 KTX를 타고 주 기자를 보러왔다고 했다. 주 기자의 팬미팅도 갔었다는 그녀의 말에 김제동은 "팬미팅도 합니까? 허! 같잖아서! (폭소) 저도 이제까지 두 번인가밖에 안 한 팬미팅을? 그래놓고 일탈? 참내. 팬 많아서 좋겠수다~"라고 응수해 최근 주 기자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종교는 없을 듯하고 스트레스 받거나 평정심을 잃을 때 어떻게 해소하시냐"는 물음에 주 기자는 먼저 "어떻게 생기면 종교 없게 생겼어요?"라고 반문해 연이은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종교가 없는데 모든 종교를 다 믿기도 한다. 절에 가면 불공 드리고 교회 가면 기도하고 성당가면 미사 봐요"라며 성직자들과 나름대로 잘(?) 지낸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존경하는 분은 함세웅 신부님이신데 삼성을 위한 기도회도 하셨어요. 스님들하고도 잘 지냅니다. 어떤 스님친구랑 아주 친해서(웃음) 둘이 삼성 고발하고 사리 찾으러 다니고요. 일본에서 의궤 가져오고 그런 스님 하나 있어요. 제 친구에요. 거기서 시위하고 쓸데없는 일 저보다 더 많이 합니다.(웃음) 조용기 고발 때 같이 했던 목사님들 아주 친합니다. 다만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랑 좀 덜 친해서 그렇죠. 스트레스 해소. 혼자서는 화도 잘 냅니다. 집에 가서 자기 전에 연애소설 읽는 걸로 풉니다. (관객들 웃자) 왜 어이 왜 뭐에요. 하하하."

덧붙여 주진우 기자가 생각하는 사랑은 뭐냐는 질문에 "사랑은요. 사람이 사랑하라고 사람이라고 이름 지어진 것 같습니다. 젊은 분들 사랑 등한시 하고 성적 학교 집착하는 걸 보면 참 사람답지 않다 생각돼요"라고 답해 다시 한번 청춘들의 박수를 자아냈다.

▲ 청춘콘서트 대전 ⓒ 청춘얼쩡기자단


마지막으로 주 기자는 20대 청춘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를 전했다. 그는 "지나고 나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죠. 나이 먹어도 인생은 정말 살기 어렵습니다. 계속 언덕길 올라가고 깨지고 부셔지고 하나씩 버리는 게 인생인 것 같다"며 "꿈을 벽에다 과감하게 박으십쇼. 그럼 어떻게 되던 간에 그쪽으로 걸어가게 돼 있습니다. 꿈은 누구든 이길 수 있는 송곳과도 같아서 호주머니에서 다 삐쳐 나옵니다. 저 사람이 저 꿈을 위해서 어떻게 해왔다는 게 금방 보입니다"라고 당부했다.

"'갈 지'자여도 좋구요. 가다 넘어져도 좋습니다. 근데 그 방향으로는 가야 되는 것 같습니다. 절대 어려워 마시고 그냥 그쪽으로 걸어가면 됩니다. 청춘 1년. 제가 40이 가까운데 10년하고 바꾸고 싶습니다. 정말로요. 아무리 성공한 사람도 여러분 때 1년하고 바꾸자 하면 다 바꿀 겁니다. 그렇게 중요한 때를 살고 계신데 그걸 모르죠. 그냥 고통스럽다 고민된다 하는데 진짜 내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다시 고민해봐야 되요. 좋습니다. 꿈을 얼른 집에 가서 박으시고 그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시길 제가 기도합니다."

김제동에게 "아휴 잘한 건지 모르겠습니다"라며 겸연쩍은 듯 말하며 무대를 떠난 주진우 기자는 이전 어떤 게스트보다도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그래서 저는 그냥 끝까지 좀 해보려고 합니다"라고 던지는 그의 말처럼, 청춘들은 이날 주 기자에게서 두둑한 배짱을 한 아름씩 얻어갔다.
덧붙이는 글 청춘콘서트 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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