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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착하기도 하지!

[푸드스토리 33] 애플파이, 가을에 더 맛있는 음식

등록|2011.11.13 10:57 수정|2011.11.13 10:57
장을 보러 갔는데 사과가 맛있어 보이더군요. 좀 많이 사온 까닭에 이걸로 뭘 할까 망설이다가, 차 마실 때 곁들일 애플파이를 굽기로 했습니다. 시고 차가워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과일 중 하나지만 사과는 조금 특별한 이미지로 제게 다가와 있습니다.

이효석 선생님의 수필에 보면, 가을 오후에 대학 강의실에서 어느 학생의 책상에선가 톡 떨어진 빨간 홍옥을 보고 가을의 여운을 느낀다는 구절에 매료되기도 했었고, 아주 오래 전에 어머니께서 해주신 그리운 사과 도넛, 그리고 '빨간 머리 앤'이 마닐라 아주머니와 매튜 아저씨와 함께 저물녘의 과수원에서 사과를 몇 바구니씩 따는 구절은 혼자만의 풍경화로 머릿속에 남겨두었습니다.

사과. ⓒ 조을영


가을 끝 무렵부터 두툼한 양탄자가 거실에 깔려지면 그 위에 앉아 서툴게 뜨개질을 했는데, 곁에 놓인 나무 상자에서 사과를 하나 집어서 옷에 쓱 닦곤 한입 아삭 베어 물었던 기억도 있네요. 그런데 이상하게 사과에서 석유 냄새가 난다는 생각이 들어, '어째 이 수퍼에서 산 사과는 항상 석유 냄새가 진동을 할까?' 하며 의아해 하며 가족들에게 얘기했지만, 다들 '너, 코가 이상한 거 아니냐?' 하며 핀잔만 줄 뿐이었죠.

하지만 다 커서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사과는 후숙이 계속 진행되는 과일이기에 보관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그 장소의 냄새도 함께 흡수한다는 것이죠. 그러니 그때 사과에서 나던 석유냄새는 사과를 석유가 있는 창고에 같이 보관해서 그 냄새가 사과에 흡수된 것이란 걸 말입니다.

하여간 사과는 이 무렵 대표과일이면서 일상의 추억을 많이 담은 과일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초단기 초간편 다이어트 비법을 가진 과일이기도 하죠. 영양소의 체내 흡수를 빠르게 하도록 도와주고, 체내의 독소를 살균하고 해소시켜주는 작용, 풍부한 식이섬유 덕분에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줘서 변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애플파이 만드는 법(1)1.사과를 적당하게 썬다 2.팬에 버터를 두르고 사과를 볶다가 계피가루를 넣고 졸인다. ⓒ 조을영


애플파이 만드는 법(2)1. 파이 반죽 위에 사과 졸인 것을 올린다 (파이 반죽:밀가루,버터, 계란을 섞어서 반죽 후에 냉장고에 1시간 정도 숙성시켜서 준비한다) 2. 예열된 오븐에 굽는다. ⓒ 조을영


애플파이. ⓒ 조을영


애플파이. ⓒ 조을영


뿐만 아니라 남자의 목젖을 의미하는 아담스 애플Adam's apple),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분쟁의 씨(Apple of discord), 겉모양만 그럴듯함을 의미하는 '소돔의 사과'(Dead Sea fruit[apple]), 근대 시민정신의 상징인 '빌헬름 텔의 사과', 뉴튼이 만유인력을 발견하게 한 사과까지, 인간은 문화와 과학과 사회의 한 부분을 사과라는 과일을 통해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가을 대표 과일 사과. 맛과 추억과 그 이상의 방대한 의미까지 포함하면서 늘 우리 곁에 있는 좋은 친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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