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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프로듀서 비결은 '여유'"

[나의 애독서⑩]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마음 한 번 바꾸면>, <인생수업>

등록|2011.11.14 11:43 수정|2011.11.14 11:43
'헌 책 줄게, 새 책 다오!'. 중고 책을 기부하면 공부방 아이들에게 새 책을 선물합니다. 오마이뉴스는 CJ도너스캠프,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함께 오는 11월 30일까지 '책 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나의 애독서'는 이 캠페인 가운데 하나로, 명사들이 감명깊게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연재 기사입니다. 친필 사인을 담은 명사들의 추천 애독서는 책 나눔 캠페인에 참여했던 기부자 분들께 추첨을 통해 선물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 설앤컴퍼니


"요즘 사람들은 고전 명작을 잘 읽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너무 기본을 갖추지 못한 시대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빨리, 모든 것을 습득하고 체득하려고 하기 때문에 기술들만 늘어가는 것 같아요. 머리로 노래하는 사람과 가슴으로 노래하는 사람의 차이랄까요. 연기자나 가수나 오래가는 사람들은 가슴으로 노래합니다. 조용필, 인순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1세대'. 예전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있는 무언가를 가장 처음 만들고 정착시킨 사람들을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한국 뮤지컬 1세대 프로듀서이다. 그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국내 최다 관객, 최다 흥행 기록을 세웠고 뮤지컬 <캣츠><미녀와 야수><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손대는 세계 유수의 뮤지컬 작품마다 성공적으로 국내에 안착시킨 뮤지컬계의 '미다스손'으로 불리고 있다.

뮤지컬 불모지인 한국에서 뮤지컬 만드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는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 설 대표는 "뮤지컬이 너무 좋아서 모자란 걸 하나하나 채우다보니까 어느덧 이렇게 됐다"며 지금의 자신을 만든 요소들로 뮤지컬에 대한 열정을 첫 손에 꼽았다. 그는 "창의력이 필요한 예술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지내기 위해서는 독서와 음악, 그리고 쉼과 여유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의 애독서'에서는 설 대표에게 한국 대표 뮤지컬 프로듀서가 되기까지 읽었던 인상 깊은 책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설 대표는 최영순의 <마음 한 번 바꾸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가 지은 <인생수업>을 추천했다. 그는 이 중 <마음 한 번 바꾸면>에 서명한 후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했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것만큼 경쟁력 있는 것 없죠"

- 어떻게 뮤지컬 프로듀서가 되었는지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뮤지컬 프로듀서가 꿈이었나요?
"제가 고등학교 때는 합창반, 대학 때는 연극반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가 뮤지컬 배우를 하게 됐지요. 그게 1981년인데 그때는 우리나라에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가 없을 때에요. 우리나라의 1세대 내로라 하는 엔터테이너들이 다 모여있던 극단 현대극장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서 뮤지컬을 접했고, 뮤지컬을 하다 보니 필요해서 현대무용을 배우게 됐고, 그러다보니 연출, 또 제작자가 되었지요.

무슨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뮤지컬이 너무 좋아서 제게 모자란 것들을 하나하나 채우다보니까 이렇게 됐네요. 제가 원래부터 뚜렷한 목표가 있었으면 금방 지쳤을텐데 그냥 좋아하는 걸 따라가다 보니까 어느새 내가 살쪄있고 풍요로워져 있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 뮤지컬 프로듀서가 된 비결이 있다면.
"일단 많이 봤어요.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것만큼 경쟁력 있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책들이 참 좋아요. 창의력을 길러주거든요. 요즘 연기자들이 대중들에게 '너무 가볍다', '연기를 못 한다'는 평들을 많이 듣잖아요. 연기를 못하는 이유는 그 배역에 푹 빠져서 충분히 전달을 못하기 때문이거든요. 경험이 있어야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건데 내가 창녀역을 맡았다고 창녀가 되기는 어렵잖아요. 그럴 때는 문학작품들로 간접 경험을 해야 하는 거죠. 제가 창의적인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과 차별된 것이 있다면 그 이유는 책을 가까이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보면 읽은 것을 모두 다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그게 눈처럼 쌓여서 어느 순간 효과를 발휘하게 되지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책과 음악은 너무 공통분모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을 성장시키는 데 책과 음악이 합쳐지면 정말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많이 경험하라는 겁니다.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갤러리 가서 전시도 보고, 공연장에 가서 공연도 많이 보고요."

- 어떤 책들을 인상 깊게 읽었나요?
"요즘 사람들은 고전 명작을 잘 읽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너무 기본을 갖추지 못한 시대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것들을 너무 빨리 받아들이다보니 역사와 전통이 없어져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저는 어릴 적에 봤던 <레미제라블> 같은 책들이나, 프랑스 문화원에 가서 봤던 오래된 영화들, 세계적인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었던 주말의 명화 같은 것들이 뮤지컬을 계속하는 데 큰 도움을 줬어요.

많은 사람들이 너무 빨리, 모든 것을 습득하고 체득하려고 하기 때문에 기술들만 늘어가는 것 같아요. 머리로 노래하는 사람과 가슴으로 노래하는 사람의 차이랄까요. 연기자든 가수든 오래가는 사람들은 가슴으로 노래합니다. 조용필, 인순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기본적으로 고전들을 많이 읽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추가해서 저는 제 인생사와 관련된 책들을 추천 드리고 싶네요. 몇 년 전에 저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하체마비 증상이 온 적이 있어요.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는 건가 하고 절망하고 있을 때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우연히 읽었는데 그 책에는 다 죽어가는 사람들 얘기가 나오거든요. 정말 열심히, 바쁘게 살던 시기인데 그 책을 보고 제 인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내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지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데, 그러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 중 하나가 '여유'였습니다. 예술가의 창의력은 바쁘면 생기지 않아요. 나가 떨어지지 않고 적절하게 방전과 충전을 거듭하면서 계속 활동을 지속시키려면 쉼과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지요."

▲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가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할 <마음 한 번 바꾸면>에 서명하고 있다. ⓒ 김동환


- 책 나눔 캠페인 독자들에게 추천할 책은?
"최근에 읽은 <마음 한 번 바꾸면>이라는 만화책입니다. 명상 카툰인데 공자, 이해인 수녀 같은 유명한 사람들의 명언들을 쉽게 만화로 풀어서 엮은 책이에요. 더 많은 분들이 쉽게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무겁지 않은 책을 골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행복해지는 방법이 이 책 안에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 중에 델로니어스 몽크라는 재즈 피아니스트가 있어요. 그 사람이 '음악에서 가장 격정적인 부분이 클라이막스가 아니다. 모든 음이 딱 멈추는 순간이 가장 격정적인 순간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게 무척 인상 깊었어요. 사람들이 너무 요란하고 화려한 것들을 좋아하지만 사실 어느 순간 모든 음이 정지하고 정적이 흐를 때 더 강력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게 여유와 쉼의 힘인 것 같아요. 저는 우리 모두가 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컴퓨터랑 핸드폰 끄고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좀 돌아볼 때 무언가 발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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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 이레 | 2006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그녀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가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인터뷰해서 책으로 엮었다. 자기 안에서 행복의 비결과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 답을 찾아나가는 자기 성찰적인 내용이 담긴 책이다.

<마음 한번 바꾸면> 최영순 지음 | 고즈윈 | 2011
<행복 콘서트>의 작가 최영순의 명언 모음집. 마음의 여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잊고 있는 삶의 가치들을 다룬 명언들을 소재로 만든 86편의 명상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 만화와 만화 사이를 채우고 있는 여백과 여운이 시나 소설이 줄 수 없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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