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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비밀회동한 심대평, 당 내 의원들에게 '혼쭐'

9일 만남 '사과' 했으나 의원들 집단적으로 반발... "재 뿌리나"

등록|2011.11.14 20:49 수정|2011.11.14 20:49

▲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 ⓒ 자유선진당


지난 9일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비밀리에 만난 것과 관련, 자유선진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당 내 의원들은 심 대표가 사전에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음에도 심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자유선진당은 14일 오전 최고위원회와 국회의원 연석회의를 동시에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심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비밀회동에 대해서 사과했다.

당시 심 대표는 당에 알리지 않은 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들은 '발끈'했다.

특히, 김창수·임영호·이상민·권선택·이재선 의원 등 대전 출신 5명의 국회의원들은 긴급 공동성명을 통해 심 대표를 맹비난했다. 이들은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회동은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들의 뜻에 따른 것이 결코 아니며,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이에 우리 5인의 국회의원들은 심대평-이명박 회동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사태로서 당이 중대 기로에 서 있음을 인식하고, 우선 심대평 대표에게 응분의 책임을 질 것과 이와 관련하여 긴급 의총을 소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심 대표, 의원 연석회의에서 사과... 그러나 "당 외로 문제를 끌고 나간 것 부적절"

이런 요구에 따라 심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와 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심 대표는 이날 "본인이 청와대를 방문해서 오찬을 한 것과 관련,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사려 깊지 못했다는 지적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어 "당 대표가 정치를 위해서 누구를 만나는 것은 당을 위한 것으로 인정해주어야 하고, 당 대표로서 당의 위상에 손상 가는 만남은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면서 "정치란 만나는 것이고, 그 만남의 성격과 형태는 다양할 수 있지만 당내 의견에 대해서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절차상 사려 깊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또 "앞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당내 논의과정을 충분히 거쳐서 당 대표가 이런 지적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당내 문제를 당내에서 충분히 수렴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당 외로 문제를 끌고 나가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자신을 비판한 의원들을 꼬집었다.

이런 심 대표의 발언에 당초 문제를 제기했던 대전출신 의원들이 또 다시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심 대표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자신들이 소집을 요구한 '의원총회'에서 자신들이 꾸지람을 당한 셈이기 때문이다.

김창수 "백주대낮에 비밀회동? 경악"... 이상민 "잘해보려는데 재 뿌리는 말씀"

▲ 14일 열린 자유선진당 의원 연석회의 장면. ⓒ 자유선진당


가장 먼저 김창수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대표님께서 '당 외로 문제를 끌고 나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로 유감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 공당의 대표로서 대통령을 만나는데 비밀회동을 갖는다는 것이야말로 구태정치이고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쏘아 붙였다.

그는 또 "공당의 대표가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될 절차가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며 "분명히 사전에 주요 당직자 내지는 최고위원, 국회의원들에게 공개하고 당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해서 그것을 가지고 대통령을 만났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무엇보다 비공개나 비공식이 아닌 공개적인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며 "백주 대낮에 공당 대표가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과 비밀리에 만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부분은 분명히 대표가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공당 대표로서의 처신을 잘못하고, 불투명하고 부적절한 행보를 했다는 게 심히 유감이고 이것에 대해서 당 대표께서 공개적으로 사과하기 바란다"며 "이러한 문제를 당 외로 끌고 가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는데, 그 말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상민 의원이 "김창수 의원의 발언에 전적으로 같은 의견"이라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심 대표께서 이명박 대통령 만난 것은 개인적인 정치인으로 만나신 것이 아니라 자유선진당 대표로서 만났을 것이고, 당 대표가 아니었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만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당이 한나라당 2중대 등등해서 의혹이나 오해를 받고 있는 터에 책임이 있는 당 대표가 오히려 그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처신을 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약 대표가 우리들이 문제제기한 걸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여기에서 왈가왈부 논란 벌이고 싶지 않다"며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우리들의 문제제기를 달갑게 여기지 않고 대표가 여기에서 언성을 높이고 따져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허탈해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 지방선거 이후 이회창 대표와 (심 대표의)동반 퇴진을 요구하면서 나는 당 공식회의에 일체 참가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정치적 표현의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렇게 문제제기하면서 어떻게든 수습하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고 다시 해보자고하는 충정으로 최소한의 요청을 했는데 마지막에 그런 재 뿌리는 말씀을 하면 되겠느냐"고 분개했다.

이어 이재선 의원과 임영호 의원, 권선택 의원이 거들면서 심 대표의 청와대 방문과 이날 발언에 대해 문제 삼았다.

심대평 "앞으로 소통에 앞장서겠다"

그러자 심 대표가 다시 나섰다. 심 대표는 "절차상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렸다"며 "여러분들이 나에 대해서 지적하는 것은 내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지적해서 언론에 나가면 당 대표가 당 대표직을 맡아서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표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 소통에 앞장서겠다,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충분히 받아들인다는 말씀으로 사과를 대신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조순형 상임고문이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시국이 비상시국이다, 이러한 시기에 제3당 대표가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나서 언론 보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표는 최소한 당5역 회의를 소집해서 이 회동을 받아들일 것이냐. 언제 할 것이냐. 의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 단독회담을 할 것이냐. 배석자를 누구로 할 것이냐. 회담 결과는 어떻게 발표할 것이냐 등을 논의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인제 의원도 거들었다. 이 의원은 "우선 대전의 여러 의원님들이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심 대표님의 청와대 비공식 방문 사태가 우리 국민 여론 민심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그 파장을 민심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대표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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