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오른 과메기, 그래도 참 맛나네
'구룡포 과메기철' 돌아왔다... 미식가들 벌써 군침
▲ 도로가에서 해풍을 맞으며 말라가는 과메기 ⓒ 성낙선
과메기철이 돌아왔다.
예전 과메기는 차가운 바닷바람에 얼고, 녹기를 며칠이나 반복해야 상품으로 완성됐다. 그래서 제대로 추워지는 12월이나 돼야 과메기 참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건조 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빠르면 10월 말부터 비교적 질 좋은 과메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김기영(41)씨는 "지난달 말 동료들과 단풍산행을 갔더니 일행 중 한 명이 과메기를 챙겨 왔더라"면서 "산속에서 먹는 과메기는 그야말로 별미였다"고 말했다. 이어 "먹기 전에는 '좀 이르다' 싶었는데 쫀득쫀득해서 한겨울 과메기 못지않았다"고 덧붙였다.
잘 알려진 대로 과메기의 원료는 청어였다. <동국여지승람>에 보면 '매년 겨울이면 청어가 포항에서 잡히는데 먼저 나라에 진헌한 다음에야 모든 읍에서 이를 잡았다. 잡히는 것이 많고 적음으로 그 해의 풍흉을 짐작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른 후 청어가 잡히지 않게 되면서, 과메기 원료는 꽁치로 대체됐다. 임금님 진상품이였으나 훗날 서민 음식이 되기도 했다. 기름기가 많은 청어는 비린 맛이 강한 반면, 꽁치는 첫맛은 비려도 씹을수록 말랑말랑하고 고소한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래서 참맛을 제대로 알게 된 사람들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겨울이면 소주 한 잔과 과메기 한 점에 매일 저녁이 행복하다. DHA와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하고 피부미용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과 아이들까지 과메기 마니아 대열에 합류한다.
인터넷쇼핑몰·홈쇼핑 등 물류시스템까지 급속도로 발달하자 매출 증가세는 더 커졌다. 생산량은 2006년 4430톤에서 지난해 5209톤으로 매년 늘고 있다. 2006년 400억 원이었던 매출고는 불과 3년 만에 600억 원으로 50%나 늘었고, 지난해에는 625억 원 어치나 팔렸다. 이는 포항시청 등 관련 기관의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음식점 등 2차 부가가치 산업까지 합하면 그 경제 파급 효과는 이 수치의 5배에 이른다고 한다.
포항시청 수산진흥과 김창식 주무관은 "과메기 산업의 기반도 갈수록 튼튼해진다"며 "소비시장 측면에서는 국내 소비가 매년 늘고 있는 것은 물론, 작년부터 민간업체들이 일본 등 해외 판로까지 개척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8월엔 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이 발족해 가격과 품질을 표준화할 수 있게 돼 과메기 산업의 발전 기반도 더 공고해졌다는 평이다.
하지만 올해 과메기는 값은 지난해보다 더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원전사태 영향으로 일본산 꽁치 수입이 전면 중단되고, 꽁치 주산지로 알려진 러시아 연안의 꽁치 어획량이 줄면서 지난해보다 20% 정도 값이 오른 것이다.
지난 14일 죽도시장에서는 과메기 한 팩(20마리·40편들이)이 지난해 1만5천 원에서 13.3% 오른 1만7천 원에 판매됐다. 이마트 포항점과 이동점에서는 과메기 4마리(8편들이)가 지난해 4980원보다 24.5% 비싼 6200원에 팔렸다.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김점돌 이사장은 "러시아 북쪽 어장 꽁치는 보통 11~12월이 되면 일본 연안으로 이동하는데, 일본의 꽁치잡이 어선들이 쓰나미 영향으로 많이 파손돼 조업이 어려워진 점도 과메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냉동 꽁치 한 상자의 도매가가 지난해보다 4, 5천 원 가량 비싸졌다. 냉동 꽁치 물량 확보 부족 등의 원인으로 올해 과메기 소매값은 작년보다 2천 원 정도 비싼 수준이며 이 가격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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