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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신형 시빅 타보니... 2% 부족한 아쉬움?

부드러운 승차감·핸들링 흡족... 스포티한 주행 미흡

등록|2011.11.16 20:43 수정|2011.11.17 11:08

▲ 혼다 9번째 신형 시빅. ⓒ 혼다


혼다 신형 시빅이 3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2008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모델) 이후 한국시장에 재상륙한 시빅은 성형수술을 거쳐 '폼(?)' 나게 바뀌었다.

출력(2마력)과 연비(9%)는 이전 모델보다 높아졌다. 얼굴(디자인)은 공격적이면서 날렵한 이미지에 부드러움을 입혔다. 날선 각과 직선을 적절히 사용해 질리지 않는 무난함을 강조했다는 것.

혼다코리아 측은 이를 두고 '시빅의 진화'라 표현한다. 대중적인 패밀리 세단으로 한층 가속도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시빅은 중형세단인 어코드와 함께 혼다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모델이다. 1972년 처음 출시된 이후 39년 동안 전 세계 160개국에서 2000만 대 넘게 판매된 월드 베스트셀링카인 점이 그렇다.

특히, 한국에 첫 선을 보인 지난 2006년과 2008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3년간 국내 수입 준중형 세그먼트에서 절대강좌를 지켜왔다. CR-V와 함께 혼다코리아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효자 차종이기도 하다.

때문에 혼다코리아에게는 신형 시빅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혼다차를 비롯한 일본차 업체들은 올해 최악의 한해를 맞고 있다. 엔고(엔화가치 상승)와 일본발 대 지진, 태국 홍수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시장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빅의 국내 경쟁 모델로는 코롤라(토요타)와 포커스(포드), 아반떼(현대)가 꼽힌다. 1.8 시빅(가솔린)과 1.5 시빅(하이브리드) 두 가지로 라인업으로 한국에 출시됐다. 이전의 2.0 모델은 단종됐다. 신형 시빅이 '가문의 영광'을 재현할 확실한 구원투수 역할을 해 줄 것으로 혼다 측은 기대하고 있다.

'위기의 혼다'를 구원할 비장의 카드인 신형 시빅을 가평과 춘천 일대에서 시승했다. 시승차는 가솔린 엔진은 얹은 고급형 모델인 1.8 시빅(EX)이다.

튀지 않는 디자인... A필러의 비밀?

▲ 9세대 시빅의 날렵한 뒷모습. ⓒ 혼다


신형 시빅의 첫 인상은 평범해 보이면서도 당차고 다부진 모습이다. 날렵함을 부각시킨 캐릭터 라인의 '엣지'는 멋스럽다.

디자인의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 전체적인 평가는 무난함을 들 수 있다. 경쟁모델에 비해 화려함에 치중하기보다는 보면 볼수록 질리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 듯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보닛이 짧다는 것. 실내 공간을 넓히기 위해 엔진룸을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A필러를 많이 기울여 바깥으로 최대한 길게 빼냈다. 이로 인해 운전석 앞 공간이 상당히 넓고 깊다.

때문에 운전석에 앉으면 대시보드와 앞 유리창이 앞으로 길게 뻗어 탁 트인 느낌의 시야가 들어온다. 혼다는 이를 캡 포워드 디자인이라 말한다. 아반떼도 이 같은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차체 크기는 전장×전폭×전고 4550×1755×1435mm다. 구형보다 길이는 짧아지고 높이는 낮아진 대신 폭은 넓어졌다. 각각의 변화 폭은 5mm다.

특히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 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는 2670mm로 구형보다 30mm 줄었다. 그런데도 실내 공간은 좁지 않아 보인다. 이는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당기고 밑으로 낮춰 뒷좌석 공간을 구형보다 40mm 넓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앉아보니 좁다는 느낌은 덜했다. 준중형급에서 이 정도의 공간 확보는 그리 흠이 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전고가 낮아서 키가 큰 성인이 앉았을 경우에는 머리가 천장에 닿을 수도 있는 것이 흠이다.

심플한 실내... 2단 클러스터 고속주행시 시인성 뛰어나

▲ 계기판이 상하로 구분돼 고속주행시 운전자가차량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정영창


실내에 돋보이는 부문은 상하 분리형 계기판이다. 위로는 디지털 속도계와 연료게이지를 배치했고, 아래는 엔진회전수(rpm), 기어 위치, 각종 경고등이 위치한다.

속도계의 조명은 운전 상태에 따라 바뀐다. 독득한 아이디어다. 정속이나 고속 주행시에는 파란색을 띄다가 연비위주의 에코 모드 운전 중에는 초록색이 나타난다. 가솔린 모델에 처음으로 에코 기능을 적용한 탓이다. 일종의 운전코치 기능이다.

또 다른 특징은 인텔리전트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i-MID)를 새롭게 적용한 것. 계기판 상단 오른쪽에 5인치 컬러모니터 창에 입력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스티어링 휠(핸들)에 왼쪽 윗부분에 위치한 스위치를 누르면 연비, 트립, 오디오 등의 정보가 뜬다. 후진할 경우 리어뷰 카메라를 통해 차 뒤쪽의 상황이 화면에 나타난다.

실내는 화려함보다는 심플하면서도 개방감이 돋보인다. 대시보드가 앞으로 쭉 뻗어나가 보기에도 더욱 시원하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석 방향으로 틀어져 있다. 편의장치 등을 쉽게 조작,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조 스위치 배열도 구형보다 짜임새 있게 배열돼 단정해진 느낌을 준다. 핸들 그립감은 손에 꽉 쥐면 약간 까칠하다. 왼쪽에는 오디오 스위치, 오른편에는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위치한다.

5인승 시트는 가죽 재질이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전해지는 압박감이 타이트하기보다는 안락한 편이다, 뒷좌석은 바닥이 평평하다. 센터터널이 없고, 레이아웃을 적절하게 조절해 평평한 바닥을 만들었다.

소프트한 승차감에 연비↑... 스포티한 퍼포먼스 이전보다 떨어져

▲ 신형 시빅은 1.8 i-VTEC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와 어울려 기존 모델의 13.3km/l보다 9% 향상된 공인연비 14.5km/l를 실현했다. ⓒ 정영창


시승차인 시빅 1.8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이 142마력으로 구형보다 2마력 향상됐다. 최대토크는 신형과 구형 모두 17.7kg.m다.

가장 좋아진 점은 연비다. i-VTEC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와 어울려 기존 모델의 13.3km/l보다 9% 향상된 공인연비 14.5km/l를 실현했다.

시동을 걸었다. 엔진음이 거세게 들린다. 아이들링(공회전) 상태에서 소음이 거슬린다. 심할 정도는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거친 숨소리를 낸다.

첫 출발은 부드럽기보다는 약간 거칠다. 탄력을 받는 시간이 여유롭다. 그래서일까. 초반 가속은 힘이 약간 더딘편이다. 그렇다고 파워가 쳐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질감에서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내 탄력을 받아 속도가 높아지면 가속력은 다시 살아난다. 속도가 올라 갈수록 앞으로 치고 나가는 직진 가속력은 좋아진다. 하지만 급코너링 구간에서는 차체가 약간 흔들린다.

차량이 공략지점을 벗어나 안쪽과 밖으로 튕겨 나가려는 오버와 언더스티어를 잡아주는 모션 어탭티드 EPS(차체제어장치)가 개입되지만 2% 부족한 맛이다. 

낮은 토크에서 뿜어내는 중저속구간의 파워는 흠 잡을 데 없다. 안정감 있게 노면에 밀착, 부드럽게 주행한다. 자동 5단 변속기는 부드럽다. 변속순간이 충격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소음은 옥의 티다. 고속주행시 조용한 편은 아니다. 속도를 높이면 엔진소리와 함께 바람소리가 실내로 파고 든다.

하체는 다소 단단하다. 승차감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이전 모델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준다. 핸들링이 이전모델보다 훨씬 가벼워져 조향감은 빠르게 반응한다.

코너 공략에도 민첩하다. 좀 더 단단하면서 스포티한 승차감을 원하는 고객은 기존 16인치 타이어에서 17인치로 갈아타볼만 하다.

신형 시빅은 스포츠 세단은 아니다. 오히려 패밀리 세단에 맞는 차급이다. 제 몸에 딱 맞는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세팅됐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승차감을 부드럽게 했고 연비 효율을 높이는 쪽에 포인트를 맞춘 차다. 폭넓은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는 장점은 갖췄다.

가격도 나름대로 메리트가 있다. 기존 모델보다 200만 원 정도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신형 1.8의 가격은 2690만(기본형 LX)~2790만 원(고급형 EX))이다. 1.5 하이브리드 모델은 3690만 원이다.

고급형을 기준으로 경쟁모델인 코롤라(2990만 원)와 포커스(3370만 원)보다 싸다. 엔트리 수입차로서의 나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정영창의 아우토반

▲ 춘천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신형 시빅. ⓒ 혼다


월드 베스트 셀링카인 시빅에 내비게이션이 없는 것이 아쉽다. 실제 센터페시아를 살펴보니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 보인다.

변속레버 디자인도 촌스럽고 수동모드에 패들 시프트 기능이 없는 것도 옥의 티다. 대시보드의 플라스틱 질감도 떨어진다.

6개의 에어백을 기본 적용했지만 1.8 LX 모델에는 사이드 커튼 에어백과 차체제어장치인 VSA 시스템을 제외했다. 가격인상에 대한 부담감일까.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취재부장입니다. 이 기사는 오토모닝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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