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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통합, 이대로면 한나라당 못넘는다

[주장] '더 큰 민주당'을 바란다

등록|2011.11.18 10:54 수정|2011.11.18 10:54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나는 민주당이 수권정당을 꿈꾸는 야권의 맡형으로써 통큰 모습을 보여줄 것을 몇 차례 블로그를 통해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지금 다시 한번 민주당에 호소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스스로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정확히 부응하기를 바란다.

박원순 희망캠프에서 조직을 총괄하였던 입장에서 나는 민주당에 고마운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안철수, 박원순 바람으로 표현되는 정치 변화의 열풍이 강하게 불었다고 해도 민주당이 적극 결합하지 않았다면 박원순 후보의 승리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초반 어려움이 있었지만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위한 민주당의 열정은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거대한 물결을 만들었다. 나는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은 이인영 최고위원을 비롯하여 대다수 민주당 인사들이 보여준 진정성에 아낌없이 고마움을 표한다. 물론 민주당만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의 진보정당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결코 소홀히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선거기간, 특히 경선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모습은 솔직히 안타까움을 넘어 실망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민주당 후보가 객관적인 열세였음에도 이를 억지로 균형을 맞추려는 듯한 경선규칙 마련도 그렇지만 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대거 참여한 경선인단 3만명의 명단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주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의 한사람으로써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 명부가 공개되면 개인의 신상정보가 선거 때마다 정치권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이는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 행위이다.

내가 선거인단에 등록한 것은 새로운 서울을 만들기 위해 적합한 후보가 범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어 한나라당과의 최종 선거에서 이기고 서울시장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순수한 마음과 달리 내 정보가 정치권의 동원선거에 악용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선거인단 등록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는 축제와 같은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보자는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아니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경선 당시 선거인단 명부 공개만은 절대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던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또 하나의 안타까운 모습은 박영선 후보와 박원순 후보의 텔레비전 토론에서였다. 나는 박영선 후보가 네거티브 전략을 쓴 것을 문제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바람직스럽진 않지만 선거 전략상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박영선 후보가 박원순 후보에게 '정체성과 철학'에 문제제기를 한 것은 후보단일화를 합의한 양 당의 후보로써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시민후보가 함께 단일화 합의를 할때는 각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갈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도 많은 철학과 정체성의 차이가 있고 시민후보인 박원순 후보와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철학의 차이를 문제삼을 요량이었다면 단일화 합의를 하면 안되는 일이었다. 굳이 선거가 끝난 지점에 이를 다시 지적하는 것은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비슷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지역선대본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시민사회진영의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지만 이는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선 논외로 한다.

이제 선거가 끝나고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었다. 나는 통합논의에서도 민주당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야권의 맡형다운 모습을 보습을 보이고 스스로 변화하려는 입장을 취한다면 국민들이 바라는 제대로 된 통합이 가능할 것이요, 만약 기득권을 고집한다면 통합을 하더라도 '도로 민주당'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다른 글에서도 통합의 당위성에 동의하지만 통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혁신과 변화임을 강조한 바 있다. 10.26 선거에서 보여준 민심도 이를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단순히 기존정당들의 헤쳐모여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 새로운 정치 주체가 담보되는 통합이어야만 힘을 발휘할 수 있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장담컨대 현재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이 보여주는 방식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그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은 결코 한나라당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선거과정에서 민주당 입당을 권유받았을 때 '더 큰 민주당'이 되면 자연스럽게 입당하겠다고 했다. 나는 박원순 시장 입장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수준의 통합정당에 자연스럽게 입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더 큰 민주당'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단 박원순만이 아니다.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수많은 정치신인들도 함께 하기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 바란다. 일정에 쫓겨 정치공학적 통합을 하려하지 말고 민심이 가리키는 곳을 정확히 바라보아야 한다. 이미 시대정신은 새로운 변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갈망하고 있다. 역사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되돌릴 수 없다. 시대의 흐름과 역사의 요구를 제대로 수렴할 수 있을 때만 민주당이 정치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다. 다시 판을 흔들어 근본적인 변화를 보일 것을 민주당에 기대한다. '더 큰 민주당'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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