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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문재인, 2012년 대통령이 되려면?

[대담] 박상훈과 한귀영, 두 정치학자의 2012 대선 전망

등록|2011.11.20 16:54 수정|2011.11.21 10:37

▲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전 연구위원과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평가 및 2012 총선과 대선을 전망하는 대담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결국, 핵심은 정치 안으로 들어올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의 문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관한 얘기다. 두 사람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탈정치의 정치' 영역에서 활동했는데 이것만 지속해서는 2012년 대권후보로 각광받기 어렵다는 셈법이 나왔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진보대통령, 보수대통령>이라는 새 책을 낸 정치학자 한귀영 박사와 <정치의 발견> 개정판을 낸 정치학자 박상훈 박사를 만나 2012년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대통령과 통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학자는 이 자리에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아젠다와 제대로 된 통치, 2012년 대선의 주요 의제, 주요 대선주자들의 성공 가능성 등에 대해 대화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통치의 영역에서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이사장이 시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는 성과를 거둘 때만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2012년 총선에 출마해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라야 그들의 통치 가능성을 저울질 해볼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냉정한 지적인 셈이다. 그 전까지는 애매함과 모호함의 정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정치는 권력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에 구체적이어야 하고 예측가능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막연한 기대 위에 서 있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갖는다.

문재인 이사장도 통합문제에는 적극적이지만 그 외에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문제와 관련해서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둘다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과감하게 통치의 무대에 서야 한다는 것이 두 정치학자의 진단이다.

다음은 두 학자의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실패하는 까닭

▲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전 연구위원. ⓒ 권우성

- 최근 정가의 화두는 통합이다. 민주통합정당과 진보통합정당으로 구획이 나눠지고 있다. 한 박사께서 <진보 대통령, 보수 대통령>을 집필하던 시점에는 통합정당 논의가 뜨겁지 않을 때였나. 

한귀영 (이하 한) "이 책의 문제의식은 정당통합 같은 현실의 일정보다는 차기 대통령이 어떻게 통치를 해야 할까, 큰 틀에서는 대통령의 통치와 관련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분석결과, 진보대통령은 진보정책을 강화하는 통치를 할 때 대중여론에 부합했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보수대통령은 기존의 보수정책을 강화할 때보다는 중도적 타협적으로 가야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

박상훈 (이하 박) "민주화 이후 국민은 직선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을 5명이나 뽑았는데 어느 누구도 성공한 통치자로서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8년 통치를 마쳤을 때 지지율이 80%였다. 그런데 우리는 진보든 보수든 통치 영역으로 들어가면 실패하게 된다. 왜 그럴까. 집권과정에서는 사회적 에너지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지만 통치과정에서는 늘 실패하게 되는 까닭. 그것을 탐구한 책이다."

"이명박정부를 지지하는 핵심층은 극상류층이거나 아예 하층, 둘로 양분된다. 문제는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는 아젠다를 두 계층이 모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세정책 같은 게 대표적이다. 일부 상류층만 대변하고 다수의 중하층은 배제되는 정책을 쓰기 때문에 다수의 보수층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작년 지방선거나 10.26 서울시장 보선을 보면, 과거와 달리 하층민이 박원순과 야권을 지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서민층이 보수대통령의 지지기반이고 통치영역 내에 존재했다면, 이명박 시기에는 보수정체성이 강한 아젠다를 실시하면서도 지지층이 이탈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한국의 보수는 그동안 자신에게 위협되는 상대나 경쟁자에게 '배제의 논리'를 써서 부정하는 방법을 썼다. 보수는 본디 선거 뒤에 본인들의 이념적 편향성을 더 드러낸다. 반대로 진보는 제대로 된 진보정책을 구현하지 못함으로써 지지자로부터 역공을 받는다. 결국 진보의 문제는 진보 안에 있고, 보수의 문제는 보수 안에 있다. 만일 2012년 대선에서 진보가 집권에 성공한다면, 보수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

- 문제는 2012년 우리는 어떤 대통령과 어떤 통치철학과 마주할 것인가 하는 점 같다. 내년에 새로 집권할 대통령은 어떤 통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대선은 사회에 있는 모든 에너지가 다 들어온다. 그 열망이 통치의 시대로 접어들면 5년간은 멈춰버린다. 왜 그럴까. 정당의 문제다. 현대민주주의의 정의는 정당정부다. 민주당정부, 노동당정부로 정당이 책임지는 정치가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당선되면 정당과 인연을 끊는다. 스스로 정당정치 구조를 끊는 격이다. 이렇게 되니 선거 때는 사회적 에너지가 폭발하지만 선거 후에는 보수적 퇴행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한국정치가 구조적으로는 양당제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가장 지리멸렬한 형태로 남아 있다. 선거 때는 양당제를 통해 모든 사회적 에너지를 흡수하지만 막상 통치 국면으로 가면 시민사회와 부조응 하는 정치를 한다. 정당과 유권자 지형과 부조응 하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통치영역에서는 완전히 별개로 가버리는 것이다. 통치의 위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2012년 대선의 핵심 의제는 노동과 복지다

- 다가오는 대선의 주요 의제는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내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사회경제적 의제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복지수요가 굉장히 늘어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계속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정치적 문제와 부패문제를 꼽았다. 그런데 1997년 이후에는 경제적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구시대의 막차를 자임했던 노무현은 이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정치문제에 집중했고, 이명박은 전근대적 방식으로 해서 파탄난 것이다."

"다음번 대선을 결정짓는 핵심은 사회경제적 이슈다. 세대와 계층문제. 세대론에서도 지방대 출신과 대학을 가지 못한 계층의 이해관계는 대표되지 않고 있다. 세대론을 과도하게 제기하는 것은 민주당 중심의 반한나라당 연합전선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밖에 안 된다. 지방대생, 대학 못간 사람들, 수도권 대학 중에서도 하위층들, 이들이 결국 한국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불완전 노동조건으로 간다. 결국 노동문제다. 세대와 노동문제가 적절하게 중첩되지 않은 채 세대론으로 일반화 하면 결과는 부정적일 수 있다."

- 지난해 지방선거와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에서 핵심적인 정책의제는 복지였다. 복지 문제는 내년 대선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인가.

"복지는 지배담론이 됐다. 논쟁의 구도가 공급주의적 편향을 갖게 될 가능성이 많다. 누가 더 유능한가 '전문가주의적 논쟁'이 격화할 것이다. 그러나 원래 복지는 분배효과가 가장 큰 갈등적 주제다. 그런데 우리 정치구조가 이 문제를 들어오게 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누가 더 복지에 예산을 쓸 것인가 하는 논쟁으로 갈 것이라는 게다. 그러나 복지논쟁의 핵심은 이게 아니라는 점이다. 복지는 프로그램 예산이 아니고 생산자 집단 사이에 어떤 협약을 마련할 것인가로 귀결돼야 한다. 재밌는 것은 한국의 모든 시스템을 신자유주의 시스템으로 해놓고 복지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대선 상황도 비슷하다. 다들 경제 얘기를 하면서 경제가 중요하다고 했지 구체적으로 누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를 할 것이냐가 아니었다. 누가 경제를 제대로 해봤느냐, 누가 더 잘살게 해줄 것이냐 하는 '능력논쟁'으로 갔다."

안철수와 문재인, 그리고 박근혜...성공 가능성은?

- 2012년 대선에서 모두 경쟁하는 구조지만, 올 가을 안철수 현상을 통해 새로운 주자가 발견됐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인데, 이 분이 출사표를 던졌을 때 성공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 권우성


"지금 한국정치는 마치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를 보는 것 같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선택해서 다음번 통치자와 인터액션을 하는 게 아니라 동굴의 우화처럼, 원래 이상한 사람을 마치 미남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정치에서 가장 좋은 통치자는 나와 닮은 사람이다. 나와 내 의사를 대표할 사람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정상적인 민주정치라면 정치과정에 들어온 사람들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가 미리 알려져야 한다. 그런데, 애매모호함의 정치가 지속되고 있다. 박근혜도 너무 좋은 말만 하고 있지 않나."

"안철수에 대한 평가는 일반 사회영역과 정치영역으로 구분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혼재돼 있다. 정치영역에서 보면 모호하고, 동굴의 비유에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안철수의 잘못이 아니다. 그는 정치를 해본 일도 없고 정치영역에서 발언한 적도 없다. 다만 그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뿐이다. 또, 사회영역에서 보면 안철수가 주는 임팩트는 크다. 2030 세대와 소통하고 공감하고 위로하고 들어주고, 공익의 가치, 경제정의 등을 통해 기존의 지배엘리트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인간형을 보여줬다. 사회영역에서 보면 그는 훌륭한 인물이다. 정치영역에서 평가할 기준이 없는 게 문제다."

"정치는 권력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에 구체적이어야 하고 예측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안철수는 막연한 기대 위에 서 있다. 안철수가 정말 정치를 할 것이라면 그는 정치의 과정으로 들어와야 한다. 일단 내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출마해야 한다. 국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충분히 모니터해야 한다.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면, 당내 경선과 국회의원 경력, 세력도 규합해서 열정을 통한 팀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가 모호함의 정치로부터, 또 열망과 실망의 사이클로부터 벗어났으면 좋겠다. 사회적 차원에서의 신선함만으로 통치자를 만든다면 그것은 너무 위험하다."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우는 어떻다고 보나.

"비서출신을 대통령에 앉히는 것은 좋지 않다. 안철수와 마찬가지로 문재인도 통치의 영역에서 시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정치의 미덕이다. 애매한 상태에서 마땅한 대권후보가 없기 때문에, 어쩌면 유권자들이 안철수라는 인물을 찾아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대할인율이 너무 높다. 어떤 사람에 대한 기대를 했다가 금방 무너진다. 할인율이 너무 세다."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는 어떻다고 보나.

"우선 박근혜의 복지담론이 민주당의 복지담론과 별 차이가 없다. 결국 누가 복지를 더 잘할 수 있느냐, 누가 더 능력이 있는가로 갈 수 있다."

"야권에 그 어떤 후보가 나서든 박근혜는 상수다. 가장 안정된 지지집단과 정치엘리트를 갖고 있다. 박근혜가 대선후보로 나선다면 복지담론의 전폭적 참여자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야가 모두 공급논쟁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럴 때 야권은 과감하게 이슈를 대체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박근혜를 넘을 수 있다. 도저히 박근혜가 할 수 없는 갈등라인을 긋는 것이다. 그것은 노동문제다. 노동과 복지, 이것은 내년 대선의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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