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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서로 본 강용석의원과 개그맨 최효종의 차이

등록|2011.11.21 15:11 수정|2016.08.29 18:46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씨를 모욕죄로 고소한 사건으로 이른바 '집단 모욕죄'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개그맨인 최효종씨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한 내용을 고소한 이 사건은 강용석 의원이 단순히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인 스스로가 모욕을 당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것이 아니라, 현재 강용석 의원 본인이 대학생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한 발언으로 인하여 피소당한 공판 사건에 관한 또다른 한 수라는 의견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다시 말해, 강용석 의원이 아나운서에 대해 발언한 것이 집단 모욕죄에 해당한다면 개그맨 최효종씨가 국회의원에 대해 풍자한 내용도 집단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것이고, 반대로 개그맨 최효종씨가 무죄라면 강용석 의원 본인 또한 무죄라는 주장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고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강용석 의원이 본인의 블로그에 게시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서를 보면 강용석 의원의 이 한 수는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1심 판결에 대하여 강용석 의원과 검사가 모두 항소한 제2심 사건에서 법원은 집단 모욕죄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하면서 강용석 의원의 발언을 표현의 '대상'이 집단인지 아닌지에 대하여만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법리상 쟁점이 될 "표현의 대상으로 집단을 표시한 경우에도 그 표현으로 인하여 집단의 개별 구성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으면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면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표현의 내용뿐만 아니라 발언자의 사회적 지위와 발언의 상대방 등 그 발언의 경위 그리고 집단의 성격과 집단과 구성원과의 관계, 집단 또는 구성원에 대한 일반 사회의 관심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법원은 위 판단근거를 강용석 의원의 사건에 적용해 발언자인 강용석 의원이 현직 국회의원인 점,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의 장래에 대한 상담과 조언을 하는 과정에서 발언한 점, 아나운서란 직업은 업무 특성상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을 통해 일반 공중과 자주 접촉한다는 점, 여성 아나운서들이라는 집단은 개별 여성 아나운서들을 총칭하는 것으로 성(性)은 지극히 개인적은 것이으로 구성원 개개인을 비하하는 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는 점, 이 사건 피해자들이 한국아나운서협회에 등록된 회원들로 그 경계가 분명한 점 등이 분명하다며 강용석 의원의 항소 주장을 기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원의 판단을 개그맨 최효종씨의 경우에 적용을 해보면, 풍자나 여러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의 신분인 점, 개그맨으로서 개그프로그램에 출연해 해당 코너의 통상적인 전개방법으로 사회의 한 면을 풍자한 점, 표현의 대상인 국회의원은 간접민주정치의 한 기구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행위를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평가를 받는다는 점, 국회의원이라는 경계가 분명한 점은 인정되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집단에 대한 비하가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비하로 인정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점 등에서 분명한 차이를 인정할 수 있다.

결국, 대상이 집단이나 아니냐의 문제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개그맨 최효종씨가 국회의원인 집단에 대한 비하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비하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기타 사실들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본다면 집단모욕죄의 범죄사실을 구성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강용석 의원은 변호사의 신분으로, 개그맨인 최효종씨가 무고하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으므로 무고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강용석 의원의 이 한 수는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고소 사건과 관련해 해당 방송사 측은 소속 법무팀에서 대응방법을 강구케 하도록 하고, 동료 개그맨들은 물론 다른 방송인들까지 이 고소 사건을 비난하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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