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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사건, 법적-도덕적 책임 구분해야 한다

[주장] 법원, 신중히 판단하길... 공선법 232조 1항 2호, 선거일 전에 금전제공 약속행위 있어야

등록|2011.11.21 16:15 수정|2011.11.21 16:15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자료사진). ⓒ 권우성


공직선거법(이하 '공선법') 232조 1항 2호(일명 '사후매수죄')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교육감 1심 재판이 다른 일반 재판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재판진행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 우려스러운 부분들도 있다.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법정에서 검찰이 곽 교육감을 기소한 공선법 232조 1항 2호와 무관한 내용들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곽 교육감 측의 "박명기 교수가 7억을 요구한 것은 과한 것이 아니냐?"는 항변이나,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자살언급 여부에 대하여 박 교수가 곽 교육감 측과 벌이는 불필요한 진실공방 등이다.

이런 식으로 재판이 진행되면 검찰이 곽 교육감을 기소한 공선법 232조 1항 2호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책임을 추궁하는 재판으로 변질되고 도덕적 책임이 법적 책임으로 둔갑해서 곽 교육감이 유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

'곽노현 사건'의 본질은 ▲첫째, 곽 교육감의 금전제공이 대가성이 있느냐 여부 ▲둘째, 곽 교육감이 양 캠프관계자들의 구두합의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이 두 가지를 살피면 된다.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은 곽·박 양 선거캠프관계자의 구두합의 사항을 선거 당시 "곽노현 후보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곽 교육감 스스로도 줄곧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검찰도 곽 교육감 등의 주장에 반하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 선거캠프 관계자의 (구두)합의는 곽 후보의 위임을 받지 않은 곽 후보 측의 권한 없는 자의 행위로 인하여 공선법상 후보매수죄로 처벌할 수 없는 행위 즉 '단순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법적 측면에서는 교육감 선거 이후 곽 교육감의 박 교수에 대한 금전제공은 양 캠프 관계자의 구두합의 행위와 "단절된 행위"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런데 검찰은 곽 교육감이 금전제공의 사전합의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선거 후에 금전을 제공했음으로 공선법 232조 1항 2호(사후매수죄)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조항이 단순히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금전제공 등의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이유로 들고 있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한 것은 다소 성급

한편 지난 16일 곽 교육감의 변호인단은 해당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1심 법원에 신청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변호인단은 "법 조항이 명확치 않아 처벌범위가 자의로 확장될 수 있으며,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금전이 오갈 수 있는데 이를 모두 처벌하게 될 수 있고, 다른 법 조항으로도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얻게 될 공익은 모호한 반면 침해하는 기본권은 너무 크다"고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이유를 들고 있다.

1심 재판진행 중 변호인단이 해당 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고 판단된다.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경도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 해당 조항이 헌법적 관점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사후매수죄 성립요건으로 대가성 등을 규정하고 있어 법원이 스스로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 변호인단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할 것이 아니라 곽 교육감의 금전제공 행위가 공선법상의 후보매수죄 성립요건에 해당하는 대가성 있는 금전제공과는 단절된 행위임을 입증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공선법 232조 1항 2호(사후매수죄)'에만 주목하길

검찰과 곽 교육감 측 변호인들 모두 공선법 232조 1항 2호 규정에 대해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공선법 232조 1항 1호(사전매수죄)뿐만 아니라 공선법 232조 1항 2호(사후매수죄)도 금전제공 등의 약속행위는 적어도 "선거일 전"에는 있어야 한다.

입법자들의 입법취지를 고려해 보면, 공선법 232조 1항 1호(사전매수죄)는 후보사퇴 전에 금전제공 또는 약속행위 등으로 후보사퇴를 유도하는 경우에 처벌을 규정한 것이고, 공선법 232조 1항 2호(사후매수죄)는 후보사퇴 후의 금전제공 행위 등의 처벌을 규정한 것이다. 해당 규정 1호와 2호 모두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처벌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공선법 232조 1항 2호(사후매수죄)도 적어도 "선거일 전"의 금전제공 등 약속행위를 범죄성립요건으로 한다.

필자는 검찰의 주장과 달리 공선법 232조 1항 2호(사후매수죄)도 후보사퇴 전에 금전제공 등의 '사전약속'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설령 해당조항이 후보사퇴 전에 금전제공 등에 대한 사전약속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치더라도 해당 조항은 적어도 "선거일 전"에 금전제공 등 약속행위는 있어야 한다. 이는 공선법 268조(공소시효) 규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공선법 268조(공소시효)에 따르면 공선법 232조 1항 1호(사전매수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이고, 선거일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개월이다. 그렇다면 검찰의 주장과 같이 곽 교육감의 금전제공행위가 선거 후에 행하여진 범죄 즉 공선법 232조 1항 2호(사후매수죄)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면 공소시효제도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린다. 예를 들어 선거 후에도 어느 때나 금전제공 행위 등이 있으면 공선법 232조 1항 2호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하면, 선거 후 3년, 5년, 10년 있다 금전제공 행위 등이 있어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과 같이 공선법 232조 1항 2호를 해석하면 공선법 232조 1항 1호의 공소시효와 달리 공선법 232조 1항 2호(사후매수죄)의 공소시효는 부당하게 확장된다. 즉 공선법 232조 1항 1호(사전매수죄)에 의한 금전제공 행위와 공선법 232조 1항 2호(사후매수죄)에 의한 금전제공의 공소시효를 비교해 보면 형평에 맞지가 않는다.

이 경우 공선법 232조 1항 2호의 공소시효는 그 자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석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후보자 사퇴 전의 금전제공 행위보다 후보자 사퇴 후의 금전제공 행위를 공소시효제도를 통하여 더 가중하여 처벌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따라서 공선법 232조 1항 2호에 대한 입법자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선거일 전"에 최소한 금전제공 등의 약속행위 등이 있어야 한다. 공선법 232조 1항 2호를 확정되지 않은 선거일 후의 모든 금전제공 행위 등에까지 확장하지 않고 "선거일 전"으로 제한함으로써 해당 조항은 헌법에 합치될 수 있다.

결국 박명기 후보자의 후보 사퇴 전에 양 캠프관계자의 금전제공에 관한 구두합의가 곽 후보의 위임이 없어 공선법상의 후보매수죄 처벌요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고, "선거일 후"에 박 교수 측에 금전이 제공되었다면 즉 "선거일 전"에 곽 교육감 스스로는 금전제공 약속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공선법상의 사후매수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곽노현 교육감은 캠프관계자 관리책임에 따른 도의적 책임은 별개로 하고 공선법 232조 1항 2호의 사후매수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일 수밖에 없다.

1심 재판 중 검찰과 변호인들의 다소 법적 책임과 거리가 먼 도덕적 책임공방도 있었음에도 해당 법원은 법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을 구분하여 검찰이 기소한 공선법 232조 1항 2호 조항의 해당 여부만을 고려하여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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