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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14돌, 한나라당의 우울한 생일상

"열린우리당처럼은 안된다"던 홍준표 대표, 해법 찾을까

등록|2011.11.21 21:43 수정|2011.11.21 21:43

▲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창당 14주년 기념식에서 당 의원들을 대표해 이두아 의원이 국민들에게 보내는 글을 낭독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나란히 한 이 의원이 "국민의 질책 하나하나 뼛속 깊이 새기며 일하겠다"며 "자성과 질타를 혼신의 힘을 다해 극복하고 살아있는 정당,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지만 일찍 자리를 뜬 참석자들이 많아 빈 자리가 눈에 띈다. ⓒ 남소연


지난해 11월 19일, 창당기념일(11월 21일)을 이틀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창당 13주년 기념식장은 참석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행사 장소가 좁다는 것을 의식한 안상수 당시 대표는 "내년에는 좀 더 넓은 곳에서 전국 당원들과 주요당직자들이 다 모여서 성대하게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창당기념일을 맞은 2011년 11월 21일, 기념식 장소는 훨씬 넓어졌지만 그 내용은 성대하지 않았다. 전국위원회를 겸해 열린 이날 행사는 예정시각을 10분여 넘긴 시간에 전국위원 782명 중 4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객석이 군데군데 비어 있는 상태에서 시작된 이날 행사에선 친박계 중진인 김학송 의원이 만장일치 형식으로 한나라당 전국위원장에 선출됐다.

홍준표 대표최고위원은 "오늘이 창당 14주년인데도 불구하고 그리 기쁜 마음으로 여러분을 대하지 못하는 데에 대해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생일축하'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로 축사를 시작했다.

홍 대표는 "선거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선거 한 번 졌다고 해서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며 "우리는 14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고 쇄신하고 혁신해왔다, 국민들이 또다시 변화와 쇄신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가 처리되고 나면 쇄신 연찬회를 열어 당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국민의 재신임을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견을 다 모으도록 하겠다"고 쇄신의지를 밝혔다.

'힘' 빠진 대통령 축사... 길이 줄고 메시지도 없어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독한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기운이 빠졌음이 느껴졌다. 이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처한 환경은 결코 쉽지 않고 우리 앞에 놓인 과제 또한 작지 않다"며 "세계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할 일을 해 나간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당기념식에서 정진석 정무수석이 대독했던 축사에 비하면 길이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메시지도 거의 없다. 지난해 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성공적인 개최 관련 발언에 상당부분을 할애하면서 "높아진 국격에 어울리는 품격 있는 정치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격려와 당부를 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당시 안상수 대표는 축사에서 "출범 이후,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현존하는) 많은 정당 중, 유일하게 13년간 국민 속에 뿌리 내려왔다"며 한나라당의 '역사'에 자부심을 표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이날 이 대통령과 홍 대표의 축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자부심은 생략돼 있다.

"열린우리당의 전철 밟지 않겠다"는 한나라당

▲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창당 14주년 기념식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홍 대표는 이날 기념식에서 당 쇄신 시기에 대해 "민의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부터 바로 당을 재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이런 우울한 창당기념식은 지난 2006년 11월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창당기념식을 떠올리게 한다. 홍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부터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진 않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창당기념식의 분위기는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창당기념식'과 매우 흡사했다.  

2006년 창당 3주년 기념식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수는 139명. 이 중 60여 명이 창당기념식에 참석했다. 한나라당이 창당 14주년 기념식을 한 21일 한나라당 의석수는 169석인데 이 중 50여 명의 국회의원만 참석했다.

상황을 보면 더 흡사하다. 각종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해 '40 대 0'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열린우리당 만큼은 아니지만, 각종 재·보선 패배와 6·2 지방선거 패배, 강원도 등 텃밭 패배, 10·26 재보선 서울시장 선거 패배 등으로 충격이 누적된 상황이다.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도 비슷하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가장 주요한 논거는 '한나라당은 가장 유력한, 독주 중인 대선 주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유력한 대선 주자도 못 낸 열린우리당과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 한나라당이 비교가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26 재보선 이후에도 '안철수 바람'은 지속되고 있으며 '박근혜 대세론'에서 '대세론'이란 말은 빼야할 상황이 됐다.

<매일경제>와 < MBN >이 의뢰해 한길리서치가 18·19일 전국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박근혜 양자대결 결과, 안철수 47.1% 대 박근혜 39.9%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14~18일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20%)와 유선전화(80%)로 조사한 다자구도 지지율 조사에서도 안철수는 30.9%를 기록, 26.0%를 기록한 박근혜를 앞섰다.

한미FTA 이후 불어닥칠 공천 갈등, 홍준표의 해법은?

한나라당으로선 '최후의 보루'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시작했고, 당 밖에서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중도신당' 창당을 모색 중이다.

당장은 여야가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로 대립하고 있어 정계 개편과 관련된 논의가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지만, 비준안 처리가 일단락된 뒤엔 쇄신안, 그 중에서도 내년 4월로 닥친 총선 공천 관련 문제에 대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크고 '살 길 찾아 내 길 가는' 의원들이 속출할 수 있다.

과연 홍준표 대표가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진 않겠다"는 말을 지킬 해법을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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