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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인천교육청의 '유공교원 가산점제' 문제점

등록|2011.11.22 09:55 수정|2011.11.22 10:10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인천광역시 교육청이 시행하는 유공교원 가산점제를 놓고 교사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갈등이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벌어지고 있다. 2007년 제정되어 올해로 5년째 시행되는 이 제도는 승진희망 교사들이 섬 지역에 가지 못해도 가산점을 받아 승진하도록 기회를 주자는 것, 인문계 고교에서 3학년 담임을 기피하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고3 담임을 하면 가산점을 받게하자는 것이 그 취지다.

S고교는 고3에게 배정된 6명의 유공교원 가산점 수여 대상교사들을 채우지 못해 3학년 부장이 두세 번씩 교장의 부탁을 받으며 내키지 않는 교사들을 독려하여 겨우 채웠다. I고교에서는 3학년 담임교사들간에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승진을 염두에 두고 홀로 희망서(자기실적평가서 혹은 추천서)를 내는 것이 떳떳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거의 한 명도 내지 않았었다.

그러나 고3 담임으로서 아침 7시 30분경에 출근하여 자주 밤 10시에 퇴근하면서 입시지도를 위해 고단한 일상을 보냈는데, 일종의 심리적 보상차원에서라도 유공교원 가산점을 받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고민이 이어진다.

아래 사진은 유공교원 선정 규정의 일부 내용이다.

유공교원 선정 규정이 규정이 학교현장에서 승진여부에 따라 교사유형을 가르며 다수의 교사들에 대해 교육적 열정을 훼손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신남호


K고교에서는 어느 해에 3학년 담임교사 전원이 유공교원제의 자기추천서를 써내는데 안 냈다가 교장에게 혼난 적이 있었다. 또 이 학교에서 A교사는 B교사보다 교직경력과 부장경력이 앞서는데 담임을 맡았다. B교사는 A교사와 개인적으로 우의가 두터운 후배교사였으며 그 해에 부장을 했다. 그런데 B교사가 A교사를 제치고 유공교원 점수를 받아 둘 사이의 우의는 완전히 종결되었다. 동일한 조건에서 교사능력을 가려내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어려운 한계 때문이며 역시 현 교장승진제도가 모순의 원인이다.

또 시교육청에서 유공관련 규정을 쥐락펴락 주무르고 있다. '3학년 담임교사: 교사정원의 10% 이내', '기타 교사: 교사정원의 20% 이내'에서와 같이 '이상' 혹은 '이내'로 고친다. 이것이 교사들간의 갈등 양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유공교원제'는 한마디로 인천광역시 교육청이 교육현실을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교육계에 만연된 교장승진제도의 문제점을 시정하여 보다 선진화된 교육환경을 마련하려는 책무를 포기하고 단지 현 승진제도의 틀 안에서 어떻게 하면 승진열기에 길을 터줄 것인가 하는 것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현 교장승진제도는 전공 책 및 교재를 열심히 탐구하고 가르치는 교육자다운 교사를 배제하는데 문제가 있다. 선진국이면 행정보조원들이 할 업무처리를 많이 한 경력, 교장-교감이 평가하는 근무평정 점수, 짜깁기 현장연구 및 대학원 논문작성, 남발되는 각종 시범연구 학교 운영 가산점을 눈치껏 챙긴 교사들을 교장으로 배출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제도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기존 승진제도는 교장 1인 지배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학교 분위기를 경직시켜 학생과 교사들의 원활한 의견표현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 학교운영을 결정적으로 가로막게 하는데 심각성이 있다. 이는 교사들의 능력검증을 비켜감으로써 민주화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제도를 파기하고 교장을 전면 선출공모하자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금 전국에 걸쳐 적으나마 공모제 교장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폐단을 직시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교육청 장학사들은 지금부터라도 지역내에서 쌓아 놓은 인적 네트워크 등 기득권을 과단성있게 포기하고 선출공모제를 확대하는데 주력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르치는 일에 전념함으로써 학생들의 잠재력을 계발시켜 주는 교사의 본질적 역할의 복원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음으로, 고3 담임을 맡는 교사들이 과연 유공교원 점수를 받으려고 하는가 하는 점이다. 교사들이 고3 담임을 기피하는 상황은 맞다. 하지만 담임배정은 불가피한 것이므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우선 입시결과를 잘 내야 하므로 고3 입시지도 경험을 지닌 교사들에게 부탁하고, 그 후에 양육하는 어린아이가 없는 교사, 마지막으로 중학교에서 전출 오는 교사들에게 당부하여 어렵사리 배정작업을 끝낸다. 여기서 승진점수를 받으려고 고3 담임을 희망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 본인도 지금껏 그런 교사를 본 적이 없다.

결국 고 3담임을 맡도록 하는 유도하는 기능은 사실에 부합되지 않으므로 유공교원 가산점 제도는 승진대열에 있는 교사들을 배려하는 '그들만의 잔치'인 셈이다.

아래 사진은 교사들이 연말에 써 내는 근무평정 기초자료인 추천서이다.

유공교원 기초 자료인 추천서이 추천서는 자신 스스로 또는 동료교사를 대상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단일한 기준으로 교사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이 추천서는 형식적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신남호


유공교원 가산점 제도는 기존 '교원평가'(다면평가 포함)와 마찬가지로 신뢰도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학교현장의 견해를 무시하고 강행되는 유공교원제는 우리 교육행정이 얼마나 비민주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제도는 교사들간의 공동체적 응집력과 교직에 대한 열정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어느 정도의 연금만 주어지면 바로 퇴직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한다. 이제 유공교원제 5년간 실험과정은 폐지가 그 다음 수순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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