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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 1년 맞은 연평바다에 평화 심었습니다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 연평도에 '평화의 땅'기원 수중비 건립

등록|2011.11.22 15:17 수정|2011.11.22 15:17

▲ 여수스킨스쿠버회원과 인천잠수 회원들이 엑스포 성공기원 '평화의 땅' 수중비를 건립하기 위해 카페리호에 승선해 연평도로 향하고 있다. ⓒ 심명남


23일은 연평도 포격이 발발한 지 꼭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남과북은 올해로 정전 58주년을 맞고 있지만 서해5도인 연평도 앞다바에선 간헐적으로 국지전이 지속되고 있다. 1996년 6월5일 연평1차해전, 2002년 6월29일 연평2차해전에 이어  2010월 11월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발했다. 이렇듯 대한민국 최북단 섬 연평도는 불안하다.

지난 11월 5일 연평도를 찾았다. 연평도는 다가오는 23일 연평도 포격발발 1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밤낮 없이 분주했다. 반공호 공사와 전파·전소된 부서진 주택 수리를 22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이는 정부에서 1주년 맞이 큰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란다. 이들 주민은 "공구리 작업이 3~4일 만에 이루어지고 있는데 조금 늦더라도 너무 서두르지 말고 탄탄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여수스킨스쿠버회원과 인천잠수 회원들이 연평도에 있는 노인회를 방문해 쌀과 갓김치를 전하며 이들을 위로하고 있다. ⓒ 홍진수


연평도 주민대책위원장 김재식(51)씨는 "연평도 주민들 중 세대주는 300만 원, 세대주가 아닌 일반인은 150만 원을 피해 보상금으로 지급 받았는데 이는 정부가 준 것이 아니고 국민성금으로 받은 것"이라며 정부에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또 "연평도 포격사건 후 많은 주민들이 놀라서 고위험성 판정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1년 가까이 생업을 못해 영업피해가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다, 이에 대해 국가가 반드시 보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평도, 한때 조기잡이 최대 파시를 이룬 황금어장

연평도의 면적은 7.29㎢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0.9배로 여의도와 비슷한 크기다. 이곳에선 주민 1800여명에 530명의 어촌계원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연평도는 한때 조기의 최대 산지였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1950~60년대 이곳은 새끼를 밴 어미 조기들의 최대산란장이었다. 마을에 세워진 조기 박물관에 가보면, 이곳 선조들이 조기잡이로 얼마나 많은 수입을 올렸는지 어렴풋이 엿볼 수 있다. 조기잡이의 최대 파시(고기가 한창 잡힐 때에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를 이룬 곳, 이곳의 작은 포구에 한때는 350척 정도의 조기잡이 배가 몰렸다고 하니 입이 쫙 벌어진다.

조기는 남해 먼 바다에서 굴비로 유명한 영광을 경유해 이곳 연평도까지 와서 알을 낳는다. 종착역인 연평도가 조기들의 산란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곳에 조기가 마른 지 오래다. 그것은 대형 어선과 어구장비의 발달로 조기잡이 어선들이 조기가 남해로 올라오기 전(제주도나 동지나해 또는 흑산도 길목에서)에 마구 잡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기는 점차 고갈되었고 현재 연평도에서 조기를 잡는다는 사실은 먼 전설로 남아 버렸다.

▲ 평화의 땅 수중비를 세우기에 앞서 바다에 떠있는 연평도 촛대바위 앞에서 회원들이 2012세계박람회 성공기원 펼침막을 들고 한컷. ⓒ 홍진수


대신 이곳은 조기에서 꽃개의 섬으로 거듭났다. 이곳 주민에 의하면 지금은 중국어선 때문에 양이 많이 줄었지만 해마다 약 2천톤 이상의 꽃개잡이 어획고를 올리고 있단다. 전체 어획량중 꽃게가 차지하는 비중이 85~95%란다.

여수를 출발해 인천항에 도착했다. 오전 9시 연평도로 출항하는 카페리호에 승선하니 11시에 소연평도에 기착, 이후 10분을 더 달리니 11시 30분에 목적지인 대연평도항에 도착했다.

일행들이 연평도를 찾을 것은 여수세계박람회 D-200일(11/5일)을 맞아 연평도에 수중비를 설치하기 위함이다. 이날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원들과 인천잠수 회원들이 참석했다.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는 바다를 사랑하는 스쿠버 회원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벌여 여수세계박람회 성공개최의 염원을 담은 수중비를 남해·동해·서해에 건립하기로 했다.

▲ 2012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개최를 위해 여수스킨스쿠버동호회원들이 동해, 서해, 남해에 세운 수중비(위쪽은 독도수중비, 좌측은 연평도 수중비, 우측은 백도 수중비의 모습) ⓒ 심명남


지난 5월 14일 남해의 최남단 백도(D-365일)에 수중비 건립을 시작으로 7월 17일에는 범선을 타고 독도(D-300일)에 수중비를 세웠다. 이번에는 D-200일을 맞아 싸움이 멈추지 않는 이곳에 '평화의 땅 연평도'라는 생명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연평주민들에게 여수해양엑스포를 환기시켰다. 이들은 이후 마라도(D-100일)에 이어 마지막 D-day에는 박람회장인 여수오동도 앞바다에 수중비를 건립할 예정이다.

연평도에 도착해 장비를 내린 후 연평도 주민들에게 인사도 드릴 겸 노인회를 찾았다. 연합회는 준비한 쌀 200kg과 갓김치 노인회장님께 직접 전달했다.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 이민식 회장은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어르신들이 다소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엑스포 성공기원비를 세울 수 있게 협조해 주어 감사드린다, 연평도 주민들이 내년 엑스포 때 여수를 찾아 주시면 연합회에서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대한 연평도 어촌계장 강인구씨는 이렇게 화답했다.

"해양엑스포지만 어민들은 먹고 살기에 급급해 관심을 덜 가졌다. 그런데 여수스킨스쿠버가 이곳 연평도까지 방문해서 엑스포 성공개최의 염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번을 계기로 여수와 자매결연이라도 맺었으면 좋겠다."

▲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와 인천잠수 회원들이 촛대바위에 수중비를 설치하러 가고 있다. ⓒ 심명남


▲ 인천잠수 회원이 수중정화 활동후 연평도에서 건져올린 폐그물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홍진수


이후 일행은 수중비를 설치하기 위해 장비를 옮기기 시작했다. 수중비는 주민들이 원하는 연평도 해안의 촛대바위 근처에 세우기로 했다. 바위와 바위틈 사이를 오가며 조심스럽게 장비와 수중비를 옮겼다. 가장 물쌀이 잔잔한 조금인데도 이곳은 시야가 잘 나오질 않았다. 3시간 만에 6m 깊이에 수중비를 세웠다.

김재식 연평도 주민대책위원장은 "물이 빠지는 썰물 때 연평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이 엑스포 성공기념비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이것을 계기로 북한과 교전이 이어지는 연평도가 이제 평화의 섬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수중비 설치 작업이 완료된 다음날 수중정화 작업도 펼쳐졌다. 이곳 역시 폐그물과 불가사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 연평도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불가사리도 남해바다에 있는 것과 생김새가 똑같았다.

▲ 연평도에서 바라본 갈도까지는 북한령으로 불과 1.2km 떨어져 있다. ⓒ 홍진수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북한 땅이랍니다."

이곳 주민이 갈도와 석도라는 쌍둥이 섬을 가르켰다. 갈도는 연평도와 불과 1.2km 떨어져 있는데 북한령이다. 손을 내밀면 마치 잡힐 것만 같다. 잰걸음으로 달려와 훌쩍 뛰면 넘어 갈 수 있을 것 같은 거리다. 하지만 아무도 가지 못하고 60년의 오랜 침묵만 유유히 흐른다.

아름다운 해안가 절벽너머로 멀리 보이는 북한과 NLL 경계선 근처에서 우리군 함정이 순찰을 돌고 있다. 일행은 1박 2일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인천으로 출항하는 배를 탔다. 한 회원이 마중나온 주민들과 회원들에게 외친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연평도 어촌계, 노인회, 청년회원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울 고운님들 넘 멋져요, 평화의 땅 연평도에서의 아름다운 추억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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