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예산'에 몽골 서울숲 예산 28억 원이?
풀시넷, 2012년도 서울시 예산안 분석... 28일 토론회 열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2012년 예산안' 설명회에서 '한눈에 보는 2012년 서울시 예산' 화면을 보여주며 "전시성 토건 중심의 서울시정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 시민과 복지 중심으로 바꾸는 첫 단추라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지역 풀뿌리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이하 풀시넷)가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시 예산안 분석에 나선다. 풀시넷이 서울시 예산안을 검토하는 것은 올해로 3년 째.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예산 700억 원 반영 등을 놓고 서울시와 시의회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지난해, 풀시넷은 서울시가 편성한 예산안 가운데 삭감 대상, 증액 대상 그리고 전시성 예산 리스트를 만들어 발표했고, 이는 시의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대부분 반영되었다. 그러나 오세훈 전임 시장은 시의회가 단독 통과시킨 예산안 집행을 끝내 거부했다.
지난 10일, 박원순 신임 시장은 자신이 직접 2012년도 서울시 예산안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예산안의 핵심은 복지, 안전, 일자리. 특히 복지 예산은 전년대비 6045억 원이 증가한 5조 1646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26%를 차지했다. 도시안전 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44.3%증가한 7395억 원이 편성되었다. 반면, 박 시장은 오세훈 전 시장의 '역점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강예술섬, 서해뱃길 사업 등의 시행을 유보했다. 또한 서울시 시정홍보예산, 해외 마케팅 예산 등 전시·행사성·홍보성 예산도 대폭 감축했다.
2012년도 건설예산, 올해와 똑같은 2조 5000억 원 편성
복지 예산은 늘리고, 전시성·토목성 예산은 줄이고. 대략적인 내용을 보면 '박원순표 예산안'에는 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부터 요구해왔던 내용들이 그대로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박 시장 취임 직후부터 예산안 짜는 작업에 참여했다는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은 "시민사회단체에서 예산서 로드맵을 만들 당시 복지예산을 5조 1000억 원 편성했는데, 실제로 짜여진 예산안에는 그보다 많은 5조 5000억 원이 배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풀시넷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건설예산으로 지난해와 똑같은 2조 5000억 원을 편성했다. 정창수 부소장은 지난 21일 풀시넷 브리핑에서 "처음 서울시 공무원들이 (건설예산으로) 2조 9000억 원을 짜왔는데 이틀 동안 씨름한 끝에 4000억 원은 깎을 수 있었다"면서 "2조까지 줄였어야 했는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 굵직굵직한 토목예산이 반영되지 않거나 삭감됐음에도 건설예산 총액이 같은 이유에 대해 정 부소장은
"시설비는 복지 예산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난해 시의회가 깎았던 전시성·토목예산들이 다시 편성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풀시넷은 그 대표적인 예로 울란바토르(몽골) 서울숲 조성, 타쉬켄트(우즈베키스탄) 서울공원 조성 예산을 들었다. 지난해 서울시는 울란바토르와 타쉬켄트에 각각 서울숲과 서울공원을 조성하는 비용으로 26억 원, 29억 원을 편성했고, 이는 시의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당시 풀시넷은 두 해외지역에 '서울공원'을 조성하는 것과 관련해 "전시성 사업으로, 과도한 예산 낭비"라고 지적한 바 있다(관련기사 : 몽골엔 '서울공원' 건설, 무상급식은 못한다?).
그런데 서울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울란바토르시 서울숲 조성에는 28억 600만 원이(2011년 0원)이, 타쉬켄트 서울공원 조성에는 15억 7600만 원(2011년 2억 원)이 배정되었다. 올해 반영되지 않거나 대폭 삭감되었던 예산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오세훈 잔재' 남아... 충분히 검토해야"
▲ 우면산 산사태 피해 주민 위로하는 박원순 시장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지난 여름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을 둘러보는 가운데, 지팡이를 짚은 몸이 불편한 한 할머니가 고통을 호소하자 박 시장이 위로하고 있다. ⓒ 권우성
오세훈 전 시장이 편성한 예산을 충분한 검토 없이 재편성한 경우도 있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물난리 나고 나서 하수관거를 늘리겠다고 예산을 대폭 증액했는데 홍수 원인이 정확하게 조사도 안 돼 있고 효과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예산을 늘려놨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검토를 안 하고 시작하게 되면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이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우려했다. 서울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수해 및 산사태 예방 사업에 총 4조 62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또한 2012년도 '맑은환경본부' 예산을 보면 ▲ 전기 승용차 보급(약 104억 원/2011년 약 134억 원) ▲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약 49억 원/2011년 약 2억 원) ▲ 전기버스 보급(약 42억 원/2011년 약 2억 원) ▲ 전기 이륜차 보급(5억 원/2011년 약 5000만 원)에 약 200억 원이 편성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염 처장은 "전기차가 겉으로 보기에는 깨끗할 수 있는데 전기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환경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런 것들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게 되면 이후에는 몇백 억이 아니라 몇조 규모로 예산이 들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염 처장은 "시장이 바뀌면서 큰 틀에서는 바뀌었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오세훈식 전시행정의 잔재들이 남아있어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서울시 예산안 분석은 전시성·토목 예산의 뿌리를 뽑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산안 분석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교육, 문화, 환경, 여성, 도시계획, 교통, 복지, 보건 등 각 분야로 나뉘어져 진행된다. 각 시민사회단체는 3000여 개가 넘는 사업들에 대해 공약의 이행여부, 문제사업의 예산서 포함여부 등을 고려해 해당 사업의 유지, 중단, 보류, 수정을 판단한다. 구체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한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오는 28일에는 토론회도 열린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시, 서울시의회 관계자도 참석한다.
풀시넷 관계자는 "이날 시정 질문이 예정되어 있어서 박원순 시장은 직접 참석하지 못하겠지만, 서울시 실국장들과 시의원들에게 예산안에 대해 제안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안은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정된 후, 12월 15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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