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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이 기획·연출·출연...대체 뭐 길래?

대전 중구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만든 '무릉이 주민축제'

등록|2011.11.23 17:15 수정|2011.11.23 17:15

▲ 22일, 대전 중촌동 주공 2단지 임대아파트 공터에서 열린 '무릉이 마을 축제'에 출연한 노인 배우들 ⓒ 심규상


중촌주공2단지 임대아파트. 이곳은 기초생활수급자나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이 밀집돼 있다. 외딴섬처럼 대전 중구 철길 건너편에 홀로 서 있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조차 거의 없다.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도 크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 마을이 '예술이 꽃 피는 동네'로 변화하고 있다.  

22일 낮. 이 아파트 공터에서 지난 해 이맘때에 이어 '무릉이 주민축제' 막이 올랐다. '무릉이 주민 축제'는 아파트 주민들이 기획에서 진행까지 함께 참여하는 주민주도형 마을문화축제로 이번이 두 번째다.

첫 공연은 '용궁의 장수마을'을 주제로 한 인형극이다. 배우들의 모습이 보였다. 10여 명의 매부들이 모두 70~80세 이상 노인들이다.

관객들은 아파트 주민들이다. 남녀노소 수백여 명이 모여 앉았다. 노인 배우들의 익살스럽고 애교 섞인 연기에 따라 관객들의 표정도 덩달아 바꿨다. 웃다가, 진지하다가, 무릎을 치던 관객들은 공영이 끝나자 일제히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지난 1년 동안 인형제작에서, 연기 연습, 목소리 녹음까지 모두 어르신들이 직접 했다는 설명이 전해지자 박수소리는 더욱 커졌다.

20여 명의 동네 배우로 구성된 마당놀이 '효자마을 경사 났네'도 주목을 받았다. 이들 배우들 또한 1년여 동안 마당극 연습에 진땀을 흘려왔다. 행사 주관을 맡은 극단 '아낌없이 주는 나무'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교육에 참가한 어르신들과 동네이야기를 마당극으로 엮었다"고 말했다.

▲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전문화재단이 주최한 '2011 지역사회문화예술교육활성화' 사업으로 열렸다. ⓒ 심규상


행사장 분위기를 띄우는 총연출은 중촌동부녀회가 맡았다. 이들 부녀회원들은 배우들과 관객들에게 파전과 푸짐한 먹을거리를 대접했다. 중촌사회복지관과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행사를 도왔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배우들과 관객들이 어우러져 한참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뒤늦게 '배우' 호칭을 얻은 강필순(77)씨는 "처음에는 연극이 뭔지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따라만 했다"며 "이제는 친구들과 경로당에서 노는 것보다 연극을 하는 시간이 더 재미있고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극단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현수 대표는 "주민들이 배우로 나서 1년 동안 준비를 함께 해왔다"며 "지난 해 이어 두 번째인데도 오랫동안 해 온 일처럼 노하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에게 문화에 대한 잊지 못할 향유기회는 소통과 화합의 매개체가 되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극단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과 공연을 목적으로 창립된 전국 최초의 자활극단으로 저소득층의 문화서비스확충을 위한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전문화재단이 주최한 '2011 지역사회문화예술교육활성화' 사업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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