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전 재산 쏟아부었는데 돌아가라니요?"
'투신' 모로코 여성 하소연... 여수출입국사무소 "영주권 불가"
▲ 여수출입국사무소직원들의 반인권적 행태로 투신자살을 택한 자밀라씨는 2차례의 수술을 받았지만 항구적 장애 판정을 받았다. ⓒ 심명남
지난달 7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출입국 직원의 고압적인 자세와 폭언으로 한 모로코 여성이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자밀라씨는 지난 16일 전대병원에서 퇴원했고, 여수 지구촌사랑나눔회의 도움으로 여수제일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준비 중이다.
24일 제일병원에 있는 그녀를 만났다. 자밀라씨의 진단명은 '상세불명 부위의 요추의 골절'이다. 그녀는 왜소하고 수척한 모습이었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58kg이었지만 현재는 33kg 정도다.
제일병원 김유진 과장은 "전대병원에서 척추와 발목 골절 수술을 받고 여수로 내려왔는데 본격적인 재활을 앞두고 안정을 취하는 단계"라며 "몸은 비록 중환자실에 있지만 본인 의지가 중요하다,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는 소견을 밝혔다.
그녀의 남편 핫산씨는 기자에게 "여수출입국사무소가 진짜 무섭다"며 "집사람이 그 당시 직원에 대한 무서움에 떨며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내가 밤 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모로코에 더는 갈 곳이 없다"
인터뷰 도중 자밀라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척추와 발목 수술로 침대에 누워 꿈쩍도 못하다 보니 용변을 모두 남편이 받고 있다.
핫산씨는 "여수YMCA가 안 도와줬다면 나와 자밀라는 죽는다. YMCA가 계속 도와주고 있다. 진짜 고마운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모로코에서 집을 팔고 전 재산을 한국에 투자했으니 우리는 더이상 모로코에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시민단체에서 우리 부부의 영주권을 신청해 놨지만 여수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은 거짓말을 많이 해서 믿지 않는다"라며 출입국사무소에 대한 불신도 털어놨다.
한편 이들 모로코 부부에 대한 지역사회의 도움이 잇따르고 있다. 2차례 병원비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수술을 맡은 광주 전대병원 측도 피해 여성 돕기에 나섰다. 병원은 2차에 걸친 수술과 입원치료비 2000여만 원 중 600만 원을 감액해 주었고, 나머지는 추후 납부토록 배려했다. 특히 직원들의 월급을 모아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는 이 병원 '학마을 봉사회'에서는 300만 원의 성금을 지원했다.
여수지역도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여수지구촌사랑나눔회(회장 강병석)는 300만 원 성금을 기탁했고, 여수제일병원(원장 강병석)은 2개월간의 무상 입원치료를 약속했다. 또한 사랑재활병원(원장 박기주)에서도 2개월간 재활치료를 무상으로 하겠다는 지원의사를 밝혔다.
또한 여수지역 교계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여수노회 인권위원회(전승옥 목사)도 140만 원의 성금을 보냈다. 여수시민단체에서도 개개인들이 모은 200여만 원이 기탁되었다. 더불어 광주 및 전남동부지역 시민사회, 진보, 노동단체에서도 이번 사건의 피해 가족 돕기 성금모금운동을 진행중이나 더 많은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예컨대 전남동부지역 종교계, 정당, 시민사회단체, 진보, 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반인권 여수출입국관리소 투신사건 해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영주권 신청 지원을 위한 청원서를 출입국사무소에 이미 전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출입국관리소 한영춘 소장은 "개인적으로 불쌍한 점은 인정되지만 법 테두리 내에서는 월권의 소지가 있어 어쩔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 소장은 "이들 부부는 기업투자(D-8) 체류자격이 없는 상태이나 시민단체에서 청원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곧 서류를 작성해 본부에 올릴 것이다"라고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 여수출입국사무소의 반인권적인 행태에 항의해 투신자살을 시도한 자말라씨가 2번의 수술끝에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여수제일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 옆에남편 핫산씨가 보인다. ⓒ 심명남
"한국에서 쫓겨나면 우린 갈 데 없다... 영주권을 달라"
다음은 여수제일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모로코 부부의 인터뷰다.
- 지금 심정은?
"마음이 많이 아프다. 아내가 매일 운다. 58kg의 건강했던 아내는 지금 33kg으로 줄었다. 식사도 잘 안 한다. 한국에 처음 올 때 5000만 원을 가지고 왔다. 두 번째는 6000만 원을 더 가지고 왔다. 우리는 모로코에서 집을 다 팔고 한국에 와서 전 재산을 투자해 한식당을 개업한 지 2개월 되었는데 어떻게 돌아간단 말인가? 더구나 아내는 몸이 망가졌다. 의사는 아내는 이제 힘든 일 못한다고 했다. 옛날에는 집사람과 함께 돈을 벌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암담하다."
- 가장 원하는 것이 뭔가?
"한국에서 장사하려고 다 투자해놨는데 여기서 나가라고 하면 우린 어떻게 살란 말인가? 나갈 돈도 없다 지금. 아내 수술비가 2030만 원이 나왔다. 만약 여수YMCA가 안 도와줬다면 난 죽었다. YMCA가 계속 도와주고 있다. 진짜 고마운 사람들이다. 만약에 그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린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이 안된다."
- 출입국사무소에서 영주권을 달란 말인가?
"이 사람들 안 믿는다. 거짓말 많이 한다. 직원들의 반인권적 행태로 아내가 불구의 몸이 되었는데 여기서 쫓겨나면 우린 갈 데가 없다. 영주권을 달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주권이다."
- 투신자살이 있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나?
"9월 22일 느닷없이 (출입국사무소에서) 벌금 400만 원 낸 것 가지고 오라는 연락이 왔다. 갔더니 출국명령에 서명하라고 했다. 그런 문구를 보자고하니 자꾸 물으면 감금시키겠다. 당장 내일 쫓아 버린다 했다. 궁금해서 자꾸 물었더니 둘 중 당장 감금되어 내일 쫓겨나든지, 아니면 14일 이내로 나가든지 선택하라고 했다. 당연히 우린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 심한 말을 했다. CCTV가 있다면 그 장면을 한 번 봤으면 좋겠다. 이날 직원은 나에게 각서를 요구했고 함께 간 사람에게는 신원보증을 안 쓰면 사무실에서 못 나간다고 했다. 그래서 우린 신원보증서와 각서를 쓰고 사인까지 하고 나왔다. 이후 아내와 10월 6일 사정하러 갔더니 내일 신원보증인 데리고 오라고 했다. 다음날 7일 임세란(신원보증인)씨와 아내 그리고 나랑 셋이 다시 갔는데 결국 이들의 반인권적인 행태에 못 이겨 아내가 투신해 불구가 되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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