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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노동이 사회에게 천대받고 있다"

강성훈 경남도의원 등 대책위, 간병·요양보호사 노동 실태 조사

등록|2011.11.24 18:51 수정|2011.11.24 18:51
돌봄노동자(간병·요양보호사)들은 시급 2500원에도 못미치는 열악한 저임금에 시달리고, 24시간 근무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4대보험 또한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자칫 뜻하지 않은 사고라도 나면 그 부담은 온전히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생명을 돌보는 아름다운 노동이 사회로부터 천대받고 있는 것이다.

노동·보건의료·고용·여성단체와 야당들이 돌봄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에 나섰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경남도당, 경남여성연대, 여성단체연합, 고용복지센터․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보건의료산업노조 울산경남본부는 '간병·요양보호사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경남대책위'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 ‘간병?요양보호사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경남대책위’ 소속 강성훈 경남도의원과 박현성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 조직부장은 24일 오후 창원의 한 요양병원을 찾아 요양보호사들을 만나 근무실태조사를 벌였다. ⓒ 윤성효


대책위는 병·의원과 요양시설 등을 찾아 시설을 살펴보고, 요양보호사들을 만나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책위는 강성훈 경남도의원(창원2), 이옥선 창원시의원 등과 함께 24일 오후 창원지역 몇몇 요양시설을 찾아 현장조사를 벌였다.

간병·요양보호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남만 보면 현재 2만 명 이상이 병·의원과 요양시설 등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7만 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적으로 보면 요양보호사 숫자는 엄청나고, 핵가족․고령화시대를 맞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간병?요양보호사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경남대책위’ 소속 강성훈 경남도의원이 24일 오후 창원의 한 요양시설을 찾아 환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 윤성효

경남도는 김두관 지사 취임 이후 진주·마산의료원에서만 시행해 오고 있는 '보호자없는병원사업'을 2012년부터 각 시·군마다 1개 병원을 지정해 운영한다.

종합병원이 없는 산청을 제외하고, 17개 지역 19개 병원(옛 진해·마산 각 1곳)을 보호자없는병원으로 지정해 재정지원을 한다. 이렇게 되면 돌봄노동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정규직도 있지만, 상당수는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되는 비정규직이다. 간병사는 급성기․요양병원 등에서 보호자를 대신해 환자의 간병을 하는 사람이며, 요양보호사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가 시행된 뒤부터 '전문요양요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돌봄노동자들의 근무형태는 열악했다. 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A병원은 그나마 다른 곳에 비해 사정이 나았다. 150여명 환자에 간병인은 22명인데 일부 9개월 단기계약을 제외하고 상당수는 정규직이었다.

이들은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으며, 월급은 140만 원 정도였다. 이곳 돌봄노동자들은 "우리는 그나마 정규직이라서 괜찮은 편이다. 다른 사업장의 경우, 이전에는 정규직이 많았는데 점점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이고 하는 일에 비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B병원은 24명의 간병사가 24시간 상주하며 근무하고 있다. 교대근무가 없는 것이다. 4대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밤에 잠은 환자침대 옆에 있는 보조침상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한 달에 195만원 정도 임금을 받고 있다.

C병원은 간병사들이 24시간 맞교대를 하고 있다. 이들이 받은 월급은 110~120만원 정도이고, 4대보험은 적용받고 있다.

대책위는 간병․요양보호사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는 창원대 심상완 교수(노동대학원)가 분석해서 오는 12월경 발표할 예정이다.

▲ ‘간병?요양보호사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경남대책위’ 소속 강성훈 경남도의원은 24일 오후 창원의 한 요양병원을 찾아 요양보호사들을 만나 노동실태 조사를 벌였다. ⓒ 윤성효


박현성 보건의료산업노조 울산경남본부 조직부장은 "돌봄노동자들의 노동환경실태는 천차만별이다. 하루 3교대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환자를 돌보는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간병인의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해서 정책을 만드는데 기본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성훈 의원은 "돌봄노동자에 대한 조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알고 있다. 4대보험은 물론 퇴직금도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근무실태를 조사해서 개서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옥선 의원은 "현장에 가서 보니 간병인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의 특성상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제도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면서 "병원에 직접 고용이 아니라 위탁업체에 소속돼 있어 고용이 불안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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