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청년공감 토크콘서트 '청년이 묻고, 오연호가 답하다'

'무늬만' 기자회원의 첫 번째 취재기

등록|2011.11.25 17:57 수정|2011.11.25 17:57
거의 10년 만이다.

한창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새로운 언론의 영역을 개척하며 주목을 받던 시절, 그때 나도 <오마이뉴스>의 회원이 됐다. 이왕이면 어렸을 적 잠시나마 가졌던 기자의 꿈을 실현한다는 설렘으로 '기자회원'에 가입했다.

그리고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나는 3만5천 명 중의 하나였다. <오마이뉴스>에는 7만 명의 기자회원이 있는데, 그중에 기사를 한 건이라도 작성한 기자회원이 절반이요, 그렇지 않은 '무늬만' 기자회원이 절반이라고 한다. 나는 '무늬만' 기자회원이었다.

평소 언론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가끔 종이신문의 독자투고라든지, <오마이뉴스>처럼 시민기자제도를 도입한 인터넷언론 <국학뉴스>에 희망기자라는 신분으로 몇 건의 기사를 써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미 공신력을 가진, 그리고 몇 안 되는 진보진영의 대표적 언론으로 자리매김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리지는 못했다.

게으름도 게으름이지만, 직업기자 뺨치는 글솜씨와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 취재본능을 지닌 다른 시민기자들의 수준 높은 기사를 보며 감히 기사를 올릴 엄두를 못 냈던 것이다. 이 기사는 우연하지 않은 기회에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특강소식을 접한 내가 '무늬만 기자회원'이라 불리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담은 취재기다.

지난 11월 16일 오후 7시 30분. 상명대학교 밀레니엄관 301호에서 제1회 청년공감 콘서트 'Oh my 청년! 청년이 묻고, 오연호가 답하다'가 열렸다.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의 재능기부 봉사모임 '청년공감'과 <국학뉴스>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국학원과 국학원청년단이 후원한 이번 콘서트에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강사로 나섰다.

청년공감 콘서트 '청년이 묻고, 오연호가 답하다''SNS와 스마트혁명의 시대, 누가 새로운 판을 만드는가'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 정수현


주최 측에서 마련한 간단한 몸풀기 체조를 마치고, 1시간 정도 오연호 대표의 강연이 진행됐다. 오연호 대표는 강연장을 메운 젊은 청년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생각해보십시오. 지난 일주일간 여러분의 가슴을 뛰게 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늘 당신의 가슴이 뛰고 있는지를 체크하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인생을 관통하는 한 가지 질문입니다." 

오연호 대표는 중학교 시절 짝사랑에게 연애편지를 쓰며 가슴이 뛰었던 이야기, 대학에 입학해 군부독재와 종속적인 한미관계에 눈을 뜨고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설렘으로 대자보를 쓰던 이야기 등을 소재로 흥미로운 강연을 이어갔다. 국가보안법 위반 경력으로 주류언론사에 입사하지는 못했지만, 월간 <말>에 입사했던 시절, 시간이 흘러 가슴이 무뎌지는 것을 느끼다가 새롭게 도전한 미국 유학과 주재기자 생활, 노근리 사건 취재를 통해 느꼈던 비주류 언론인의 서러움, 그리고 <오마이뉴스>의 설립까지…. 오연호 대표는 순간마다 자신의 가슴이 뛰었던 경험들을 청중들과 함께 공유했다.

오연호 대표는 "다른 언론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비주류의 영역에 머물렀기 때문에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본질을 꿰뚫어보며, 새로운 판을 만드는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지금 처지가 비주류이고, 인정받지 못한다고 낙심하지 말고 새로운 판을 만드는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공감 콘서트 '청년이 묻고, 오연호가 답하다'강연후 젊은 대학생 청중들과 유쾌한 질의응답 시간 ⓒ 정수현


이어진 2부 행사에서는 청중과 오연호 대표간의 질의 응답이 오갔다. 오연호 대표는 "SNS와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실핏줄언론의 시대에 젊은 학생들이 가슴뛰는 열정으로 새로운 판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고 '청년공감'의 우상현 사무국장에게 이번 행사의 기획의도를 들을 수 있었다.

"청년들을 단순한 미래의 예비 노동자나 취업준비군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뿐만 아니라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위로 받아야 하거나 측은함의 대상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미래는 언제나 청년의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은 자신의 꿈과 이상, 철학과 비전을 청년들에게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낼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도 오연호 대표에게 뭔가를 일방적으로 듣고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묻고 답함으로써 공감이 이뤄지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청년공감'은 "앞으로도 이러한 토크콘서트의 형식을 빌려 사회의 저명인사들을 초빙해 청년들과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의 장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상의 판을 바꾸는데 주연이 되고 싶은 마음에 기자회원으로 가입했던 <오마이뉴스>. 이번 강연 취재를 통해 상큼한 청년학생들의 에너지를 느꼈다. 덕분에 나 역시 가슴이 설렌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그래, 이제 나도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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