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만 팔아선 망해... 세계 최초 LTE 전국망 구축"
[현장] '만년 3위' 엘지 유플러스, 4세대에서 대역전극 노린다
▲ 이상철 부회장이 4세대 통신시장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엘지 유플러스
"이것은 생존의 문제다. 정말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옛날처럼 통신망 팔아서 장사해선 망한다. 극단적인 방법 뿐이다. 완전히 달라진 인프라와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다."
절박함이 보였다. 엘지 유플러스(LG U+) CEO인 이상철 부회장의 말이다. 지난 25일 오후 제주시 라마다프라자호텔 기자회견장. 그의 뒤편에 커다란 화면이 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통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는 바다 위의 거대한 태풍을 나타내는 그림을 보이면서, "우리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태풍 속에 있으며, 주변에 머물러 있다간 그냥 휩쓸려 버리고 만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과 구글 등의 예를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이들이 다음에 어떤 행보를 보일까 관심을 보인다"며 "그들이 태풍의 눈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그곳엔 바람 한점도 없다"면서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이 부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엘지 유플러스가 '태풍의 눈'이 될 수 있을까. 사실 최근 1년새 통신시장에서 LG는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그룹 주력회사로 급성장하던 LG전자는 한순간 스마트폰 대응이 늦어지면서,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LG그룹 전반의 위기감마저 감돌 정도였다. LG텔레콤과 초고속 인터넷 등의 합병회사인 LG 유플러스 역시 만년 3위의 한계를 뛰어넘질 못했다.
절박감과 위기감의 LG, '통신시장 태풍' 일으킬 수 있을까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엘티이(LTE, Long Term Evolution) 바람 때문이다. LTE는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장기적으로 진화시킨 기술'이란 뜻이다.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부를 때 쓴다. 현재의 3세대 통신보다 5배 이상 빠른 통신속도를 나타낸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서고, 무선데이터 통신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LTE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LTE칩이 들어가 있는 스마트폰도 속속 선을 보이고, 통신망도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특히 엘지 유플러스가 가장 앞장서고 있다.
이 회사는 사실상 LTE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상철 부회장은 "예전처럼 통신망을 팔아선 망할 수밖에 없다"면서 "탈 통신회사로 가기 위해선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극단적인 방법'은 엘지 유플러스가 LTE로서 세계 최초의 회사가 되는 것이다.
그가 이날 내놓은 '비전'만 그대로 현실화 된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이미 지난해 7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LTE 서비스를 상용화했고, 서울을 비롯해 전국 45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말까지 전국 84개 도시와 9개 군, 전국 고속도로와 KTX 등에서 LTE 서비스가 이뤄진다"면서 "2012년 3월까지는 전국의 읍, 면 단위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최초로 전국적인 4세대 이동통신서비스가 구축되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LTE 전국망 건설... 새로운 세상 내년에 열릴 것"
▲ 엘지 유플러스 CEO 이상철 부회장이 향후 통신시장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엘지 유플러스
마지막에 그는 자연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 한장을 보여주면서, 어떤 현상이나 사물 등의 '뒤집어 보기'를 강조했다. 고정관념의 탈피와 함께 통신시장의 변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제주 사업본부가 'LTE 가입자에서 SKT를 이겼다'고 보고하길래, 오히려 꾸중을 했다"면서 "이곳에선 경쟁사의 LTE 서비스가 되지 않으니, 우리가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가 1등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엘지 유플러스가 어떻게 세계1등을 한다고 생각하겠는가. 아마 아무도 생각 못할 것"이라면서 "언제 우리는 애플이 세계적인 회사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올해 말과 내년초까지 전국적인 4세대 통신망을 갖고, 이에 맞는 각종 음성과 데이터 서비스도 내놓는다고 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현재보다 훨씬 빨리, 많은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새로운 통신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를 두고, "현재와 다른 또다른 새로운 세상이 바로 내년에 열린다"고 했다. 물론 엘지 유플러스는 SKT에 비해 3분의 1 수준의 가입자 수를 갖고 있고 LTE를 실현할 수 있는 휴대폰의 수가 여전히 부족하다. 이 부회장은 "단지 가입자 수만 따진다면, 애플은 매출만 따지면 삼성전자의 10분의 1 밖에 안 된다"면서 "질적인 면에서 1등이 될 것이고, 단말기 역시 내년까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더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대변혁 시기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유리하다'는 엘지 유플러스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할까. 내년 이맘때면 어느정도 그 성패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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