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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꼬꼬면에 열광하는가?

꼬꼬면의 인기, 그 이면에 숨은 의미

등록|2011.12.01 17:49 수정|2011.12.01 17:49
꼬꼬면 열풍의 비결, 맛

새로운 강자의 등장 <꼬꼬면>꼬꼬면의 인기 비결은? ⓒ 한국야쿠르트

지난 8월에 출시된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꼬꼬면은 지난달 10일까지 누적 판매량 4500만 개, 매출 315억 가량을 달성함으로써 라면 시장의 격변을 주도하고 있다.

한 달에 1000만 개 이상 팔리는 라면 브랜드가 고작 5개 정도라고 하니, 꼬꼬면의 인기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대형마트에서도 꼬꼬면은 없어서 팔지 못하던 소중한 존재이지 않았던가.

실례로 본 기자 역시 꼬꼬면을 처음 먹었던 것은 시장에 제품이 출시된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나와 아내는 꼬꼬면을 먹겠다는 일념만으로 주말에 대형마트를 찾아간 적도 있었건만, 그때마다 퇴짜를 맞았고 매장 직원들에게 꼬꼬면을 구입하려면 제품의 매장 입고 시간에 맞춰와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야만 했다. 도대체 사람들은 이리도 꼬꼬면에 열광하는 것일까?

꼬꼬면의 인기 비결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다. 어떤 식품이 아무리 마케팅을 잘 한다고 할지라도 결국 식품의 인기는 그 맛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터, 꼬꼬면의 인기를 논함에 있어 그 맛을 이야기 않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그렇다면 꼬꼬면은 맛있는가? 개인적인 소견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꼬꼬면을 먹으면서 까무러치게 맛있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꼬꼬면이 기존 라면들과 다르다는 사실. 꼬꼬면은 그 어느 라면보다 단백하고 칼칼했다. 기존 라면들의 느낌이 구수하다면, 꼬꼬면은 청양고추의 알싸한 맛으로 그 단백함과 칼칼함을 더하고 있었다. 덕분에 꼬꼬면은 술 많이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딱이었는데, 이는 기존 라면들과 달리 밥 말아 먹고 싶은 욕구가 덜 생기는 꼬꼬면의 아쉬운 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꼬꼬면의 마케팅 전략

꼬꼬면 요리왕 경연대회그 인기를 이어나가기 위한 몸짓 ⓒ 꼬꼬면 홈페이지


꼬꼬면의 인기를 논함에 있어서 또 하나 살펴보아야 할 것은 바로 꼬꼬면의 마케팅 전략이다. 비록 식품의 맛은 인기의 전제라고 하지만, 상품이 넘쳐나는 이 시대 제대로 된 홍보가 없으면 인기를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라면 광고를 보자. 대충 떠올리더라도 현재 라면시장의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라면들의 광고는 이미 우리들의 입에 붙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심 신~라면"부터 시작해서 "나는 짜파게티 요리사",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등 이 모든 광고가 우리에게 얼마나 친숙한가.

이와 같은 맥락으로 꼬꼬면은 마케팅 부분에 있어서 태생적으로 매우 유리한 제품임에 분명하다. 탄생 자체가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 이뤄졌으며, 게다가 발명의 주체는 다름아닌 이경규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경규를 보며 꼬꼬면을 떠올릴 것이고, 꼬꼬면을 보며 이경규를 떠올릴 것이다. TV나 매점대에서 두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시청자나 소비자들은 그들을 항상 묶어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유행인 수많은 오디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제품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에 관련된 스토리를 소비하지 않는가.

현재 한국야쿠르트는 이경규와 그 딸을 모델로 내세워 꼬꼬면을 광고하고 있는데 이는 이후 꼬꼬면의 인기가 지속되느냐, 마느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대부분의 인기 라면의 경우 그만의 문구, 표어 등을 가지고 있는데 꼬꼬면이 이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 향후 판세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꼬꼬면을 먹으면서 느끼는 대리만족

꼬꼬면만의 차별화 된 맛과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이것만으로 현재 나타나고 있는 꼬꼬면의 인기를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다. 2% 부족하다. 꼬꼬면의 인기를 설명하려면 또 하나 중요한 요소를 이야기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꼬꼬면을 구입하면서 느끼는 쾌감, 즉 라면업계의 독점이었던 농심의 신라면에 대한 응징이다.

사실 꼬꼬면의 인기가 많은 이들에게 이슈가 되는 것은 이경규의 콘테스트 입상이라는 사실 외에, 꼬꼬면이 신라면을 중심으로 구축되어진 농심의 독점체제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라면 시장의 꼴찌 한국야쿠르트가 농심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듣도 보도 못한 꼬꼬면이 라면의 상징 신라면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라.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업계 70%나 점유하고 있는 농심을 10% 안팎의 한국야쿠르트가 위협하다니. 따라서 1등만 기억하는 이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꼬꼬면은 균열의 상징이요, 희망이다. 사람들은 꼬꼬면을 구입하면서 농심 신라면의 독점적인 위치가 흔들린다는 사실에 쾌감을 느낀다.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전복의 대상이 하필 농심이다. 범 롯데 가의 일원이요,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조중동 불매운동과 관련하여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던 바로 그 농심.

사실 농심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우지파동은 차치하고서라도(1997년 대법원 판결로 공업용 우지와 관련하여 무죄를 받은 삼양은 우지파동을 계기로 농심과 삼양 간 업계 순위가 바뀌었다고 주장하지만, 농심은 이미 그 전부터 업게 1위를 차지했다고 주장한다. 자신과 우지파동은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 분야의 독점적인 위치를 배경으로 많은 이들에게 건방지게 비쳐진 것이 사실이다.

농심은 쥐머리 새우깡 등 식품에서 불순물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대처했고, 소비자의 의향과는 상관없이 기존 라면값 대비 2배 비싼 신라면 블랙을 출시하여 소비를 '강권'하였으며, 최근에는 라면값을 인상하여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지 않았던가. 물론 농심의 입장으로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겠으나, 어쨌든 소비자들에게 농심은 그 독점적이인 영향력만큼 사회환원이나 공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꼬꼬면이 혜성 같이 등장한 것이다. 신라면의 독점이 영 탐탁지 않지만 사먹을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들에게 신라면의 대항마로서의 가능성을 가진 꼬꼬면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이와 관련하여 꼬꼬면에 대한 입소문이 유독 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 결국 2008년 촛불의 주체들이 SNS의 사용자들이며, 그들이 SNS를 통한 여론의 주도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심의 입장에서 꼬꼬면의 열풍은 위협적이다. 그들을 적극적으로 비토한 바 있는 주체들이 기존 미디어를 바탕으로 탄생한 꼬꼬면을 기존과 전혀 다른 언로를 통해 빠르게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분야나 독점은 위험하다. 그에 걸맞지 않은 책임의식을 보여주지 않으면 독점에 대한 거부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며, 그 반작용의 열망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나게 되면 이는 곧바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 애니콜이 그 대표적인 예 아니던가. 삼성 독점에 따른 피로감이 아이폰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실.

농심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기 바란다. 그 분야의 독점이라면 그만큼 겸손하고 사회공헌도 많이 하기를. 더도말고 덜도말고 農心, 제 이름값만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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