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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순례자 마을을 변화시킨 중국 상인들

[배낭돌이의 서(西)티베트 여행기] 티베트 순례자의 쉼터 파양

등록|2011.12.01 19:44 수정|2011.12.01 19:44
티베트 작은 마을에서 만난 꼬마 천사들.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로 나의 마음마저 행복으로 가득 찬다. 처음 보는 나에게 다가온 꼬마 천사들. 카메라 하나로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카메라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의 얼굴에도 어느새 꽃이 피어난다. 아이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잠시 뒤로 하고 티베트 작은 마을 파양을 돌아보기로 하고 마을 한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 티베트 작은 마을 파양 ⓒ 오상용


티베트 작은 마을 파양. 종바 초원 바로 옆에 있는 이 마을은 양과 야크를 초원에서 키우면서 생활을 하는 티베트인들이 주를 이루는 마을이다. 흙과 야크 배설물로 외관을 지어 만든 티베트 전통 가옥에서 생활하며 낮에는 주로 종바 초원에서 생활하고 저녁 시간에는 마을로 돌아와 잠을 자거나, 약 1~2시간 거리에 떨어진 초원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을 한다.

푸른 풀이 자라나는 초원 근처에서 터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점차 생겨난 건물들은 서 티베트 카일라스를 찾아가는 순례자들을 위한 쉼터로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 파양마을에 하나 둘 생겨난 중국 상점들 ⓒ 오상용


영리를 목적으로 순례자 마을을 점령한 상인들...

하나 둘 건물이 생겨나고, 중국 정부가 티베트를 강제 점령하면서 순례자들의 쉼터 파양은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라싸와 네팔을 연결하는 우정공로의 완공, 우정공로와 서 티베트 카일라스를 연결하는 도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발 빠른 중국인들은 이곳 파양까지 이주하여 중국어 간판을 내걸고 영리를 목적으로 장사를 시작하였다.

예전과 달리 오체투지나 도보를 이용한 서 티베트 순례자들은 사라지고 자동차를 이용하여 서 티베트로 가는 여행자들과 순례자들이 생겨나면서 파양은 예전 순례자의 쉼터가 아닌 자동차 그리고 여행자들이 쉬어 가는 중국의 작은 마을로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 중국 찻집으로 바뀐 티베트 가정 집 ⓒ 오상용


티베트인들이 거주하기 위해 지어놓은 집을 저렴한 가격으로 사들인 중국인들은 찻집, 식당, 게스트하우스 등 돈을 벌기 위한 가게로 탈바꿈하고 그곳에서 영업하고 있다. 오프로드를 달려 이곳까지 오면서 기대했던 티베트의 마을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을 보고 있으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무엇인지,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티베트인들이 라싸에서 차량으로 꼬박 2일을 달려서야 올 수 있는 이 마을에 나타난 중국인들에게 얼마의 돈을 받고 삶의 터전을 내어주고, 그곳을 떠나 유목 생활을 하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에 속이 상한다.

▲ 파양에서 만난 꼬마이이와 강아지 ⓒ 오상용


중국인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의 터전을 떠나는 티베트인들. 돈을 받고 다른 곳으로 가서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중국인들이 내미는 돈과 주변에서 집을 파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를 하는 중국인들과 내통한 일부 티베트인의 말에 헐값에 팔아넘기고 지낼 곳이 없어 초원에서 텐트 생활을 하거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으로 가 야크 배설물로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있다.

▲ 파양에서 바라보는 히말라야 산맥 ⓒ 오상용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히말라야

중국인들로 인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작은 마을 파양에서 예전의 모습과 달라지지 않은 것이 한 가지가 있다. 초원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마을 파양은 히말라야 산맥이 보이는 곳 한쪽에 있어 마을 어디에서도 히말라야 산맥과, 높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가는 구름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마을의 모습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어 티베트 마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아쉽지만 티베트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의 모습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본다. 마을 전체가 중국인들로 인해 중국화 되고 있지만, 이곳을 떠나지 않고 사는 티베트인들은 변하지 않는 자연의 모습을 보며 순례자들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 파양에서 바라보는 히말라야 ⓒ 오상용


건물 한쪽 홀로 바위에 앉아 저 멀리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티베트와는 조금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역시 아픈 역사의 시간을 보내었다.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사람들은 군화를 신고 무기로 무장을 하고 무력으로 우리를 진압한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빼앗기고 변화되었다.

전기 시설과 방송 시설이 생겨나고, 자동차가 늘어나고 기차가 생겨나면서 많은 것이 변화되면서 삶은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씻을 수 없는 아픈 상처가 가슴 가득 새겨졌다. 티베트인들의 현재의 모습 속에서 옛 조상이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 그려진다. 그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고 상처인가?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중국의 무력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는 티베트이지만 하루빨리 그들의 틀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나라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 파양에서 만난 꼬마 천사들 ⓒ 오상용


더는 티베트 순례자들이 찾지 않는 티베트 작은 마을 파양. 많은 것이 변화되고 달라진 이곳이지만 티베트의 자연과 그곳에서 순례자들을 기다리는 티베트인들은 변함없이 그곳을 지키며 생활을 하고 있다. 예전과 같이 순례자들의 쉼터의 공간이 될 수 있는 파양이 되길,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보고 티베트의 정신과 염원을 이어나가는 아이들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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