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깜박이 넣고 기회날 때마다 좌회전해야"
[현장] 진보통합 다지는 이정희·유시민·노회찬, "대통합? 그 전에 서로 신뢰부터 쌓았어야"
▲ 민주노동당 이정희·국민참여당 유시민·새진보통합연대 노회찬 대표가 1일 저녁 노원구 상계2,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유쾌한 정치토크쇼'에 출연했다. ⓒ 이경태
"지난해 8월 이정희 대표를 사석에서 처음 뵈었다.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의 의미로 밥을 사는 자리였다. 그때 처음으로 넌지시 진보통합 가능성을 여쭤봤지만 이 대표가 못 알아듣는 척하셨다. 그리고 1년 걸렸다. 대통합, 이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창당을 앞둔 통합진보정당의 '얼굴' 중 한 명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말이다. 유 대표는 민주당·혁신과 통합 등이 추진 중인 민주통합과 통합진보정당이 향후 하나의 당이 될 가능성에 대해 "통합이란 상당한 정도의 시간을 두고, 조심스레 의사를 타진해보고 해야 할 일"이라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통합 이전 연대·협력을 통해 다졌어야 할 신뢰, 호감이 마련되지 않았단 얘기였다.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대표도 "통합진보정당은 한국 정치의 양당체제를 삼당체제로 바꾸는 역사적 장면"이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정권이 왔다 갔다 하는 사슬을 끊기 위해서 진보통합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이들 세 대표는 1일 노원구 상계3·4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유쾌한 정치콘서트'에서 통합진보정당의 필요성을 이처럼 다시 단단히 다졌다. 이 정치콘서트는 홍세화·조세희·진중권·강풀·김여진 등이 거쳐 간 마들연구소의 명사초청 특강 39번째 자리로 마련됐다.
"익숙한 것과 결별이 진보... 왼쪽 깜박이 넣고 기회날 때마다 좌회전해야"
유 대표는 열린우리당 당시의 경험도 토로했다. 민주통합과 진보통합 간의 통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민노당이 하자고 한다면 우리도 하겠다"고 답하는 이유는 "열린우리당 당시 당헌·당규를 혁신적으로 만들더라도 그 뜻을 담보할 수 있는 당내 세력이 없다면 모든 조항이 뒷걸음질 치게 되던" 경험 탓이라고 설명했다.
또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간의 선거연대가 되지 않았던 까닭은 민노당의 득표력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며 통합진보정당이 높은 당 지지율을 확보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통합진보정당이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을 때야 비로소 민주당이 성실하게 대의에 따른 야권연대에 나설 것"이라며 "방법은 딱 한가지다, 통합진보정당이 지지율 20%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야권이 하나의 당이 되지 못한다면 총선에서 반드시 지나, 그렇지 않다"며 "6.2 지방선거 때도 여러 가지 손해를 보며 야권연대한 정당은 민노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5% 대로 내려앉으면서 민주당이 통합효과도 무시하며 10.26 재보선 당시 선거연대가 잘 되지 않았다"며 힘 있는 정당을 건설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표는 "민주진영과 진보진영이 각각 서로 뭉쳐 정권교체할 때까지 선거연대·정책공조 등을 하면 된다"며 보다 폭 넓은 '진보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진보진영은 숙명적으로 함께해야 한다"며 "현재 함께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지만 앞으로 더 정성을 들이고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정당의 방향은 이들 세 대표가 규정한 '진보'에서 잘 드러났다. 이 대표는 진보의 키워드로 책임·단결·대중성·진심 등을 언급하며 폭넓고 힘 있는 진보정당을 재차 강조했다. 더 이상 말로만 반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정당, 국민이 표를 주는 대로 당선되고 그 힘으로 진보 정책까지 만들어내는 정당을 얘기했다.
"진보 심사를 겨우 통과했다"던 유 대표는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일이 내가 생각하는 진보"라고 밝혔다. 진보로 묶을 수 있는 주장들은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지만 유일한 공통점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의 타당성에 대해 의심하고 이상하다면 다르게 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진보정당은 정치 현실에서의 '진보'를 의미했다. 유 대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만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국회를 만지작거리는 현실, 이것을 지키려 하면 보수고 이것을 깨려 하면 진보라 생각한다"며 "통합진보정당은 내년 4월 총선에서 확실한 정치적 진보의 성취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왼쪽 깜빡이를 켜고 계속 좌회전 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보"라고 말했다. 그는 "4~5년 전 스웨덴 총선에서 정권을 움켜쥔 우파연합의 공약이 당시 민노당의 공약보다 더 급진적이었다"며 "심하게 우편향된 사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기회가 날 때마다 좌회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 좌회전이 이념적·교조적 의미의 왼쪽이 아니라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으로서의 왼쪽"이라고 밝혔다. 노 대표는 "진보의 깃발을 들고 있지만 '진부'로 보이는 이들도 있다"며 "진보는 스스로 늘 혁신할 줄 알아야 하고 늘 껍데기를 벗어던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당 전당원투표 무난히 성사될 듯... 5일 수임기관 합동회의 통해 창당 공식화
한편, 민노당-참여당-통합연대는 오는 5일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창당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마지막 절차로 남겨진 참여당의 전당원투표도 이날 오후 5시 투표율 60.1%을 기록하는 등 순항 중이라 무난한 통합 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통합 세 주체는 오는 3~4일 공모한 복수당명을 대상으로 '당원전수조사 50%·국민여론조사 50%'를 진행해 새 당명을 결정하고 이를 중앙선거관리위에 등록할 예정이다. 또 11일 중앙당 창당보고대회를 시작으로 12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시·도당별 창당대회를, 1월 15일에는 대규모 창당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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