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행궁 길', 예전 그곳 맞아?
수원 행궁 옆 테마거리를 가다
▲ 행궁길예술인들의 노력으로 새롭게 탈바꿈을 한 수원 행궁길 테마거리 모습 ⓒ 하주성
예전에, 아마 10여 년은 되었을 것이다. 현재 수원 행궁 앞에서 매교동으로 내려가는 현재의 행궁 길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날만 저물면 술이 취해 비틀거리는 취객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저 몸을 흔들면서 노상방뇨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 행궁 길에 대한 기억이 영 가시지를 않았다.
12월 첫날, 오후에 들려본 행궁 길. 예전에 모습은 단 한 곳도 찾을 수가 없다. 깨끗한 거리에는 커다란 화분 위에 사철나무가 심겨져, 날이 추워졌는데도 푸른 색을 자랑하고 있다. 몇몇 집은 공사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 행궁길 안내보고 느끼고 먹고 즐기고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행궁길 안내도 ⓒ 하주성
▲ 축제 홍보아직도 거리에는 축제를 알리는 홍보물들이 걸려있다. 3월부터 토요일에 거리축제를 한다고 ⓒ 하주성
아름다운 행궁 길, 이름에 걸맞아
행궁 길이라는 어둡고 우중충한 뒷골목이 변화를 한 것은 몇몇 사람에 의해서였다. 하루 종일 기다려보아도 몇 사람 지나다니지 않는 뒷골목으로 들어 온 예술가들에 의해, 어둡고 침침하던 행궁 길이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현재 이곳에는 20여 명의 예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이 거리를 살리기 위해 자비를 들여, 거리축제로 시작을 했다. 그리고 아는 예인들을 끌어들여 함께 축제에 동참을 했고, 서서히 그 축제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기와벽을 아름답게 장식한 기와. 이렇게 외벽을 기와를 이용해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 하주성
▲ 간판행궁 길의 간판은 아름답다. 외벽과 함께 어우러져 길을 아름답게 만든다 ⓒ 하주성
▲ 외벽기와를 이용해 외벽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 하주성
행궁 길 테마거리 예술인회 박영환 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하루 종일 기다려보아도 사람을 볼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날이 저물면 술 한 잔으로 시름을 달래기도 했고요.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거리축제를 시작하게 되었죠. 이 거리가 이렇게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서부터 였나 봐요. 2~3년 전부터 도로를 파헤치는데 하나가 끝나면 또 파기 시작하고, 참 대책이 없었죠."
그렇게 아름답게 변한 도로에 걸 맞는 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행궁 길에 입점한 예술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끝에,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본격적인 거리축제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입점을 하기도 힘들어
"현재 이곳에는 공방이 15군데 정도 들어와 있어요. 이곳에 입점을 하려고 도자, 공예작가 등 5~6명이 대기를 하고 계신데 점포가 비질 않아요. 이렇게 길이 아름답게 변했으니 누가 이곳을 떠나려고 하겠어요?"
'나녕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행궁 길 테마거리 예술인회 김난영 사무국장은, 이제는 들어오려는 예술인들이 있어도 자리가 없다고 귀띔을 한다.
▲ 길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 하주성
▲ 조형물길을 걷다가 보면 재미있는 조형물들도 눈에 띤다 ⓒ 하주성
▲ 국시방음식을 파는 집 같지가 않다 ⓒ 하주성
행궁 길을 걷다 보면 재미가 있다.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집들이 있고, 가끔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들도 보인다. 걷는 재미만으로도 쏠쏠한 행궁 길에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행궁 길에서 '소담 국시방'이라는 잔치국수전문점이 보인다. 겉모양으로만 보아도 예사 국수집이 아니다. 알고 보니 주인 김영수씨는 칠보공예작가라고 한다. 이렇게 나름대로의 예술인들이 모여 자비를 들여 축제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거리를 조성하는데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바로 간판과 기와로 만든 외벽의 장식, 그리고 집 앞에 놓인 커다란 화분입니다. 이 화분에는 각자 이름이 적혀 있어요. 관리를 맡은 점주들이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바로 딴 것으로 옮겨다 놓습니다. 그래서 각자 명패를 달고 있는 것이죠."
▲ 예술인회행궁 길 테마거리 조성에 남다른 노력을 한 예술인회 박영환 회장(우)과 김난영 사무국장(좌) ⓒ 하주성
염태영 수원시장의 그린정책에 동반하여, 수원을 더 알릴 수 있는 공예품을 생산하겠다는 아름다운 행궁 길 예술가들. 2011년 3월부터 시작한 거리축제는 이제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들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팔달구청과 행궁동에서 많은 신경을 써주어 더 좋은 거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수원의 아름다운 행궁 길. 앞으로 이런 아름다운 길이 수원의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와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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