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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뿌리가 막은 하수관, 어떻게 됐을까?

보이지 않는 세계 속으로

등록|2011.12.02 12:06 수정|2011.12.02 12:06

▲ 집 뒤뜰에 있는 하수관이 터져서 온갖 똥물이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 박현국


어느 날 아침 변을 보고 변기의 물을 내리는데 변기 안에 물 내려가는 속도가 예사스럽지 않습니다. 며칠 뒤 역시 일이 났습니다. 물이 내려가는데 변기 위까지 아슬아슬하게 넘치기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큰 일이 나기 전에 일을 처리하기로 하고 용수철 형태로 된 쇠막대기를 변기 안으로 집어넣고 쑤셔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하면 대부분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신통치 않았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여 일단 일을 마쳤습니다.

역시 저녁이 되어도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용수철로 된 쇠꼬챙이로 쑤셔 보았지만 별로 신통치 않았습니다. 일단 일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변기가 막혔을 때 뚫는 법이라고 입력한 뒤 여러 곳을 뒤져 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변기에 세제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고 변기 안에 세제를 붓고 끓인 물을 여러 번 부었습니다. 그러나 신통치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집에서 사용하는 물이 모아서 내려가는 뒤뜰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역시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세제와 뜨거운 물을 변기에 너무 부어서 하수구 뚜껑이 열리고 똥물과 온갖 오물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  하수관 이음새로 뚫고 들어온 나무뿌리를 자른 뒤 찍은 사진입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부엌 설겆이 물과 변기 물이 합류하는 멘홀 전체 모습입니다. ⓒ 박현국


일단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 하수구 통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이상한 물체가 보였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뒤뜰에 심겨진 나무뿌리가 하수구 관 이음새로 파고 들어가서 하수구 관을 막아버린 것이었습니다. 영화 괴물이 생각났습니다. 인간이 버린 화학약품이 한강으로 흘러들어 결국 괴물이 출현한다는 내용입니다.

역시 보이지 않는 물 밑이나 지하세계, 어둠의 세계는 무언가 인간에게 호기심과 무서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공포영화, 납량시리즈나 여고생 시리즈 영화는 어둠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저희 집 하수구에 은행나무 뿌리 괴물이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이 은행나무는 씨로 심어서 지금까지 키워온 것입니다. 1999년 1 월 어느 날 교토 시청 부근의 공원에 간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은행나무가 있고 은행 열매가 떨어져서 썩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주어다 심었는데 벌써 이층을 넘을 정도로 자랐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그동안 여러 가지로 충고를 했습니다. 은행이 열릴 때 쯤 냄새가 심하니 빨리 처분하는 것이 좋겠다. 은행나무가 자라서 뿌리가 집 아래로 뻗치면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 등등 말이 많았습니다.

씨부터 키워온 은행나무를 잘라버리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올 1월에는 가지를 다 잘라서 장대처럼 키웠습니다. 일단 가지가 없으니 볕도 잘 들고 나무가 크게 자라지 않아서 부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해를 넘기지 못하고 일이 터지고 만 것입니다. 과연 은행나무를 잘라야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두고 미리미리 뿌리를 잘라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  집 앞, 뒤, 그리고 옆에 심은 은행나무입니다. 뒤뜰에 심은 나무가 하수관과 가까워서 뿌리가 하수관 이음새 사이로 뚫고 들어가서 하수관을 막아버린 것입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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