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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문자 확인했더니...

<소통의 기술> 강의 듣고 아내가 보낸 문자

등록|2011.12.02 21:01 수정|2011.12.02 21:01

▲ 아내가 보낸 문자. ⓒ 임현철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그래서 부부 이외의 사랑을 '불륜(不倫)', 즉 윤리를 저버린 사랑이라 부르는 거겠지요.

그렇지만 "부부의 사랑은 지고지순하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낭패 당할 수도 있습니다. 거의 매일 얼굴 맞대는 사이여서 지겨울 때도 있을 테니까. 하여, 부부도 가끔 기분 전환이 필요합니다.

어제 오전 10시 40분, 핸드폰에서 문자 도착 벨이 울렸습니다. '어디서 왔지?' 봤더니 '내 사랑'이더군요. 닭살이라고요? '내 사랑'은 아내가 제 핸드폰에 새긴 자신의 닉네임입니다. 여하튼 아내에게서 뜻밖의 문자가 왔더군요.

"사랑합니다 ♡ 고맙습니다 *^^*"

생각지도 않았던 아내의 문자에 남편으로서 당연히 빙그레 웃음 짓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웬일…. 거의 없던 일이라, 어째 영 개운치가 않더군요. 대신 머릿속에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왜 이런 문자를 보냈지? 무슨 일 있나?'

문자를 보낼까 하다가 이게 낫겠다 싶어 발신통화를 눌렀습니다. 받기를 기다렸습니다.

"여보세요? 당신…."
"저, 지금 강의 듣고 있어요. 끊어요."


개미처럼 속삭이는 목소리였습니다. '강의 듣는 사람이 왜 문자를 보냈을까?' 싶었습니다. 잠시 뒤, 아내에게서 또 문자가 왔습니다.

▲ 아내의 해명 문자. ⓒ 임현철


"월례 조회 '소통의 기술' 강의 중에 강사가 시켜서…. 어떤 반응이 오는지 보라고 해서^^"

나 원 참, 싱겁기는….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보다 '당신이 보고 싶어서 그랬어?'하고 돌려 말하면 어디 덧날까? 이럴 땐 여우같은 마누라가 부럽지요. 허공에 썩은 미소 한 번 날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거 묘하더군요.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기분이 괜히 좋아지는 거 있죠. 강사가 좋은 일 시켰습니다. 그래섭니다. 강사가 시키지 않더라도 부부지간에 한 번쯤 이런 문자 보내는 것도 기분 전환에 완전 '짱'일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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