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해체론에 탈당설까지... 한나라당 '공중분해' 되나
디도스 사태에 한나라당 공황 상태... 구주류 반격에 계파 충돌 양상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5일 의원총회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과 관련, "4년 반을 끌어오던 한미FTA을 무난히 처리하고 난 뒤 최근 디도스 공격 사건이라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야당은 의혹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지만 우리는 수사당국의 요청이 있을 시에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떤 내용이라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 남소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파문이 커지면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당내에서는 지도부 사퇴, 당 해체,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까지 불거지면서 당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6일 한나라당 내에서는 지도부 총사퇴론이 재점화됐다.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한 홍 대표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두고 집중 성토가 이어졌다.
'파도론' 되풀이 하는 홍준표... 당내 여론은 "실망스럽다"
홍 대표는 이날 라디오 연설을 통해 "경찰에서 엄중히 조사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건으로 처리되기릴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도부 내에서조차 비록 경찰 조사 중이긴 하지만 당이 관리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 사퇴론에 대해서도 "대표인 나부터 솔선수범하고 모든 열정과 노력을 다해 당을 쇄신하고 혁신하는 데 선봉에 설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히 홍 대표는 '파도론'을 되풀이하고 있다. 홍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는 파도와 같은 것, 큰 파도를 넘으면 끝인가 싶었는데 돌아보면 더큰 파도가 온다. 정치도 세상사도 그런 이치다. 문제는 그 파도를 어떻게 타고 넘느냐에 달려있다"라고 적었다. 그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같은 이야기를 꺼내면서 "파도 속에서 허우적 거리지 말고 파도를 타고 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김정권 사무총장도 홍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댓글을 달아 "그 파도만 보고 다음 파도를 예상 못하는 오늘의 정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쓰나미가 지나가면 더 좋은 어류천국의 바다가 되기도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의원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이번 디도스 공격 파문에 당이 '차떼기'와 '탄핵' 때 보다 더 깊은 위기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는 것이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선관위에 대한 사이버테러에 한나라당 비서가 연루된 것은 파도가 아니라 쓰나미"라며 "쓰나미를 어떻게 타고 넘겠다는 것인지, 홍 대표의 인식이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쇄신파의 리더격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여기가 바닥인가 하면 또 추락이고, 정말 바닥이다 싶으면 또 추락"이라며 "이 와중에 지도부와 지도자는 꿈쩍도 않고, 나같은 자도 이제 더 이상 떠들 기력도 없다"라고 썼다. 정 의원은 전날 의총 직후 "한나라당의 수명은 다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 기능 이미 마비"... 최고위원들 사퇴 고민 중
때문에 당내 여론은 홍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해온 원희룡 최고위원은 물론 유승민, 남경필 최고위원도 사퇴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3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홍준표 지도체제'는 사실상 무너지게 된다.
▲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과 구상찬 의원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귓속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이 이대로 가면 살아남을 수 없다, 백지 상태에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당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앞이 캄캄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당 지도부가 상황 판단 능력도 없고, 자체 진상 파악 노력도 없고 정치적 책임질 의사도 없다"며 "이미 당 지도부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은 전날 안성지역 당원 교육에서 "한나라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5명이 있다"며 "정치를 멀리 하고 공권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잘 못하고 인사를 전횡한 이상득, 이재오, 대통령이 잘한 것은 협조하고 잘못한 것은 시정하게 해야 하는데 외면해 온 박근혜, 진중하게 행동하지 못한 홍준표"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의원들 중 일부는 탈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간판을 내려야할 상황에까지 몰려 있는데도 당이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어 희망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로도 안 된다"며 탈당 움직임... 재창당론에 계파 충돌 양상
서울 지역의 한 쇄신파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인내하고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의 한계선을 넘어버린 것 같다"며 "홍준표 체제 사퇴 후 박근혜 전 대표 등판도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보는 의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탈당을) 직접 행동으로 옮길 의원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도 "상황이 절망적이다, 지금 탈당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로는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재창당론도 힘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위기 때마다 당을 깨고 부수면 정당정치의 발전이 힘들어진다. 통합, 화합을 통해 재창당 수준의 한나라당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수도권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해산 후 재창당론이 분출했다.
원희룡 최고위원 등 수도권 친이계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당 해산 및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재창당에 뜻을 모았다.
여권의 대선 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최측근인 차명진 의원은 이날 아침 수도권 지역 의원 모임에서 "한나라당이 재창당해야만 국민의 뜻에 부응할 수 있다"고 말했고 안형환 의원도 "단순한 쇄신이 아니라 재창당 수준의 또는 그 이상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에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 직후 구체적인 재창당 계획을 제시하라는 요구와 함께 "즉각 실행이 가능한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함께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단체 행동은 당내 비주류로 전락한 친이계가 홍 대표를 중심으로한 당권파와 재창당에 부정적인 박근혜 전 대표 측에 반격하고 나선 모양새여서 계파간 정면충돌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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