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둥이만 아프게 하는 너, 매력 없다!
[두 바퀴에 싣고 온 이야기보따리 110] 구미보에서 상주보까지 새로 난 낙동강 자전거길
▲ 낙동강 자전거 길우리가 자주 다니던 길목에 낙동강 자전거 길이 새로 깔렸어요. 자전거 타는 이들한테는 매우 소중하고 반가운 소식인데, 그 길을 손수 달려보니... 글쎄요. ⓒ 손현희
"우와! 여기 어느새 자전거 길을 다 놨네?"
"오호, 그러게 오늘 이 길로 가보자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우리 눈으로 확인해야지."
"꽤 잘 만들었다. 진짜 우리 내년 여름휴가 때는 구미서부터 낙동강 따라 자전거 길 타고 한 번 가봐야겠다."
"맞다. 내년쯤엔 어지간하면 길이 다 놔지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진짜 며칠 날 잡아서 한 번 가보면 좋겠다."
"좋다, 내년 여름휴가는 4대강 자전거 길 탐방이다. 하하하!!!"
드디어 자전거 길이 새로 났다. 달려보자!
▲ 낙동강 자전거 길새로 깔아놓은 자전거 길이 아스팔트로 되어있네요. 지금이야 잘 모르겠지만, 한여름 땡볕에 이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면, 하이고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네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어찌 다 받아낼까? ⓒ 손현희
몇 해 동안 터만 닦아놓고 늘 자갈길인 채로 있던 곳이 새롭게 바뀐 걸 보니, 무척 기분이 좋더군요. [낙동강 자전거도로]를 알리는 알림판이 서 있고, 그 길을 따라 아스팔트가 쫙 깔려있었어요. 빛깔을 보니, 길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이네요. 자전거 길이 새로 난 건 좋았는데 하필이면 아스팔트로 깔았는지는 좀 이해가 안 되었지만, 위험한 찻길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자전거 길이니 반갑고 고맙기까지 했답니다.
▲ 낙동강 자전거 도로구미시 해평면 도리사 들머리에 이렇듯 [낙동강 자전거 도로]를 알리는 알림판이 서 있어요. 드문드문 길과 길이 이어지는 곳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알림판을 세웠더군요. ⓒ 손현희
지난날 같으면, 온종일 달려도 잘 볼 수 없는 풍경이었지요. 몇 사람한테 길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해평면 일선교까지는 공사가 다 되었다고 하네요. 이 사람들은 벌써 이곳에 자전거 길이 새로 난 것을 알고 몇 차례 타 본 이들이더군요.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라면, 찻길이 아닌 자전거만 따로 갈 수 있는 이런 길이 무척 반가울 테니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와보고 싶은 곳이었을 거예요.
"어라! 쭉 뻗은 아스팔트 자전거 길, 이거 보통일이 아니네?"
"아이고 궁디야! 이거 원 평지만 냅다 달리려니까 힘드네."
"어, 자기도 그래? 나도 그런데."
"아까 처음에는 좋았는데, 암만 달려도 끝없이 곧게 뻗은 길만 달리려니까 영 죽겠네. 자전거 길이 이래서 어디 낙동강 칠백리 갈 수 있겠나?"
"하하하! 왜? 자기 아까 내년 여름휴가 때 자전거 길 한 번 달려보자매?"
"아이고 그거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차라면 몰라도 자전거는 이런 길 매력 없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진 길만 보고 가야하고, 어째 길을 이리도 곧게만 놨냐? 그래도 자전거 길은 웬만큼은 구불구불 하기도 하고 오르락내리락 해야지, 당최 쭉 곧은길만 가려니까 죽어라고 밟아야 되잖아."
▲ 시골풍경을 보며 달리는 자전거지난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이런 풍경을 쉽게 만납니다. 한적한 길과 어우러진 시골마을 풍경을 보면서 달리면 매우 기분이 좋지요. ⓒ 손현희
그랬어요. 자전거 길은 찻길과 달라서 오로지 사람이 밟는 대로 굴러가는 것인데, 쭉 뻗은 길이 여간 힘든 게 아니네요. 그것도 눈에 보이는 풍경이라고는 낙동강만 보고 달려야하니 영 심심하고 재미없네요. 게다가 지금이야 겨울이니까 덜하지만, 한여름 땡볕에 이 길을 달리라고 하면, 참으로 힘들 것 같았어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견디며 죽어라고 페달만 밟아야 하니 고생이 눈앞에 훤히 보이는 듯합니다. 곧은 길,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한 10km 남짓 쭉 가자니 엉덩이도 아프고 재미도 없고 견디기가 힘들더군요.
▲ 구미보얼마 앞서 아직 공사도 덜 끝난 구미보에서 축하행사를 한다고 거창하고 떠들석하게 하더니,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요. 그런데 오늘 이곳을 지나가며 보니,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더군요. 게다가 구미보 뿐 아니라 상주보, 함안창녕보까지 물이 샌다는 기사도 올라왔던데... 그야말로 말 많고 탈 많은 보 현장입니다. ⓒ 손현희
▲ 구미보 꼭대기구미보 꼭대기에는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저 높은 꼭대기에서 몇 사람이 올라가서 한창 일을 하고 있네요. 무언가 까만 덮개를 벗겨내는 듯한데... ⓒ 손현희
구미보에서 상주보까지 달려보자!
구미 숭선대교에서 해평면 일선교까지 거리가 11km 쯤 되는 길이 한결 같이 이런 길이었답니다. 일선교에서는 다시 지방 국도로 나와서 얼마쯤 가다가 또다시 이어지는 자전거 길로 들어섭니다. 저 앞, 강 한복판에 뭔가 새롭게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바로 '구미보'였어요. 얼마 앞서 공사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앞 다투어 축하행사부터 거창하게 열었다가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그 말 많았던 '구미보'가 보이네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아직도 보 꼭대기에서는 한창 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이날 나들이를 다녀온 뒤, 기사를 보고 알았는데, 구미보 뿐 아니라, 상주보, 함안창녕보까지 온통 물이 새서 난리라는 기사가 떴더군요. 나라에서 하는 큰일인데, 어찌 저렇듯 꼼꼼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어이가 없더군요.
또다시 낙동강을 따라 새로 난 자전거 길, 너무나 곧게 뻗은 길 때문에 좋았던 기분은 오간데 없고 차츰 우리나라 강줄기를 따라 만든 모든 자전거 길이 이런 길이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더군요. 구미보를 지나서 상주시 낙동면, 그러니까 낙단보까지 가는 길이 또 14km쯤 되는데, 어김없이 똑같은 길이더군요.
어느새 25km를 달려왔는데, 너무나 밋밋하고 쭉 뻗은 길, 게다가 아스팔트로 깔아서 벌써부터 한여름 걱정이 되는 자전거 길, 아직은 아무런 볼거리도 없고, 그저 시커먼 길만 보고 달려야하는 일이 여간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 자전거를 타는 이들지난날보다 확실히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이 여자 두 분은 해평에서부터 우리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함께 낙동강 자전거 길을 따라 왔지요. 구미보 곁을 지나가고 있네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오르막이라고는 이곳 딱 한 군데 뿐이더군요. 구미 숭선대교에서 상주 낙동까지 이어지는 25km 남짓 되는 자전거 길은 오로지 곧게 쭉 뻗어만 있답니다. ⓒ 손현희
▲ 자전거 타는 이들을 만나다일선교를 지나서 지방국도로 나갔다가 다시 낙동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길로 들어서니, 저 앞에 구미시 선산에서 왔다는 이들을 만납니다. 이들도 새로 깔린 자전거 길을 구경삼아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고 하네요. 어쨌거나 이 길 덕분에 자전거 타는 이들을 드문드문 만날 수 있다는 게 반갑네요. 지난날에는 우리 부부가 이 길을 수없이 다녔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이랍니다. ⓒ 손현희
곧게 쭉 뻗은 잔찻길, 이건 아닌데….
지난날 같으면, 한적한 지방 국도를 따라서 정겹고 살가움이 묻어나는 시골마을을 보며 사진도 찍으면서 달리니 그 재미가 퍽이나 남달랐는데, 똑같은 길, 똑같은 풍경이 몹시 지치게 하더군요(우리가 자주 다녔던 이 둘레 길, 지방 국도에는 새로 난 길이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도 무척 한가롭게 구경하며 다닐 수 있었답니다).
낙단교를 지나서 상주시로 들어와서는 다시 이어진 자전거 길을 만납니다. 바로 상주보까지 이어진 길이에요. 옛 '강창나루터'에서 시작해 난 이 길도 구미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길이더군요. 예전과 달라졌다면, 드문드문 자전거 타는 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 뿐이었어요.
▲ 상주보상주시로 들어와서 옛 강창나루터가 있는 곳까지 오면 다시 자전거 길을 만납니다. 거기서부터 이곳 상주보까지 구미와 똑같은 자전거 길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아스팔트로 깔린 곧게 쭉 뻗은 길이지요. 이곳이 상주보라는 걸 이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네요. 벽면에다가 자전거 문양을 넣었어요. 역시 자전거의 고장, 상주입니다. ⓒ 손현희
▲ 상주보이곳 상주보는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곳이랍니다. 아마도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된 듯한데, 이곳에서 경기도 여주에서 왔다는 자전거 동호인들도 만났어요. 상주는 확실히 자전거 도시가 맞나봅니다. 구미보다는 자전거 타는 이들이 훨씬 많았어요. 그러나, 이곳 역시 아직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라네요. ⓒ 손현희
우리가 오늘 손수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자전거 길을 달려보니,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답니다. 낙동강 자전거 길 공사가 모두 마무리 되면, 어떤 모습으로 또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먼 길을 가는 내내 이런 길이라면, 참으로 한심하단 생각이 앞섭니다.
차타는 이들이야 곧게 뻗은 길, 아스팔트로 잘 놓은 길을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전거는 영 아니랍니다. 이 길을 다녀와서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는 이들 가운데에 많은 이들이 이런 것들을 지적하더군요. 우리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그 거리가 하루에 거의 120km 쯤 된답니다. 그런데, 오늘 다녀본 이런 길로만 가야하면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곧게 뻗은 길이 시간을 줄일지는 몰라도 참말로 매력은 꽝입니다.
▲ 새로 난 다리상주보 곁에는 새롭게 난 다리가 있더군요. 지난날 경천대에 갔을 땐 이 다리가 없었는데, 상주보를 만들면서 이 다리를 새로 놓았더군요. 모양이 꽤 멋스럽습니다. ⓒ 손현희
▲ 도남서원상주보를 지나가는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니, 뜻밖에 큰 옛집을 만납니다. 바로 도남서원이랍니다. 그 규모가 매우 크고 전각들이 무척 많더군요. 생각도 못했는데, 옛 문화재를 만나니 무척 반갑더군요. ⓒ 손현희
강줄기를 따라 온 나라에 자전거 길을 놓겠다고 부지런히 공사를 하고 자랑삼아 내놓기도 하겠지만, 진정으로 자전거 타는 이들의 처지에서 한 번쯤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면, 길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자전거 길도 둘레 자연과 풍경을 헤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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