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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재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요?"

[연재동화] 안내견 뭉치와 로봇 친구 또또 (2) 민재와 뭉치의 만남

등록|2011.12.08 15:43 수정|2011.12.08 17:01
뭉치는 번개와 설악이가 떠나고도 계속 훈련을 받았습니다. 뭉치와 함께 훈련을 마친 모란이, 짱구는 시각장애인 주인을 만나 안내견센터를 떠났습니다. 아롱이와 뭉치는 열심히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뭉치의 사고는 줄지 않았습니다. 워낙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덜렁거리는 성격이 변할 리가 없지요. 어느 날 아롱이가 뭉치에게 말했습니다.

"뭉치야. 나도 곧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될 것 같아. 어제 김선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
"그래? 잘 됐다. 너의 새로운 주인은 어떤 사람이래?"
"아직은 잘 몰라. 그냥 고등학생이라는 것밖에."
"그렇구나. 아롱이 네겐 학생이 좋을 거야. 넌 얌전하니까 도서관이나 학교 같은 곳을 안내하는 일은 네 성격에 잘 맞을 거야."

며칠 후 아롱이와 새로운 주인도 합숙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생활하려면 안내견과 함께 생활하는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이 기간에 시각장애인은 안내견과 호흡을 맞추며 안내견 목욕시키기, 응가나 쉬-를 처리하는 법 등 안내견을 보살피는 방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합숙 훈련을 위해 아롱이의 주인이 될 학생이 안내견센터로 왔습니다. 키가 크고 얼굴에 여드름이 잔뜩 난 남학생이었습니다. 곁에는 어머니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 녀석이 아롱이입니다. 이제 1년 8개월이 된 라브라도리트리버종이죠. 아롱이는 얌전하고 성격이 차분한 편입니다. 민재가 공부하는 학생이라 아롱이가 민재의 안내견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롱아. 이제 네 주인이 될 민재란다. 인사해라. 민재도 인사하고…. "

김선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예쁘게 생겼네요. 아롱아. 우리 아들 민재를 잘 부탁한다."

민재의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아롱이구나. 난 민재라고 한다. 김민재. 반가워."

민재는 김선우 선생님이 가르쳐 준 방향으로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롱이도 반가운 듯 민재에게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민재가 내민 손을 혀로 핥았습니다. 그러자 민재는 싱글벙글했습니다.

"어이. 아롱아 우리 한번 달려 볼까? 내가 안내견을 만나면 제일 먼저 해보고 싶었던 게 마음껏 달려 보는 거라고."

민재는 김선우 선생님이 건네준 하네스(강아지 가슴줄) 손잡이를 잡고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아롱이가 그런 민재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뭉치는 새로운 주인을 만난 아롱이가 매우 부러웠습니다. 자기도 빨리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2주간의 합숙 훈련이 끝나고 드디어 아롱이도 안내견센터를 떠났습니다. 뭉치는 함께 훈련을 받은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자 조금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아롱이... "다른 안내견으로 대체 분양 해야겠지요"

그런데 몇 주일이 지난 후였습니다. 새로운 주인과 함께 떠났던 아롱이가 안내견센터로 돌아왔습니다. 아롱이는 떠날 때와는 달리 매우 지치고 힘들어 보였습니다.

"아롱아. 무슨 일이야?"

걱정이 된 뭉치가 물었지만 아롱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견 방의 한쪽 귀퉁이에 몸을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뭉치는 그 이유를 며칠 후에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뭉치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이광훈 선생님과 김선우 선생님이 훈련용 자동차 앞좌석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김 선생님 아롱이가 스트레스를 아주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민재 학생과 성격이 안 맞은 모양입니다. 민재는 매우 활동적인 데 비해 아롱이는 얌전한 편이라서요. 아마 민재의 활동 패턴에 스트레스를 받은 듯합니다."
"아롱이가 조금 힘들겠네요. 그리고 민재도 안내견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는데 이런 일이 있어서 많이 당황했을 것 같고요."
"네. 민재에게는 다른 안내견으로 대체 분양을 해야겠지요. 아롱이도 조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 "

뭉치는 그제야 아롱이가 돌아온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아롱이를 위로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롱이를 힘들게 만든 민재라는 학생이 미워졌습니다. 뭉치가 탄 차가 안내견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사무실 건물 앞에 몇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뭉치의 이마가 자연히 찡그려졌습니다. 아롱이를 힘들게 했다는 민재와 어머니의 모습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광훈 선생님이 자동차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뭉치는 민재를 째려보며 자동차에서 내렸습니다.

"민재 어머니. 조그만 더 기다려 주세요. 저희도 지금 온 힘을 다해서 민재에게 적당한 안내견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 민재가 안내견이 있던 기간 동안 너무너무 좋아했어요. 그동안 민재는 혼자서 학교에 다니느라고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안내견이 있으니 안전하기도 하고…. "
"네. 어머니 말씀 잘 알고 있습니다. 전화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안내견과 사용자는 성격이나 기타 여러 가지가 맞아야 하는데 현재 민재의 안내견으로 적당한 안내견이 없어 문제예요. 아롱이 이후 두세 마리를 시험해 보았지만 다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요."
"안내견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건 우리 민재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요? 그럼 우리 민재는 이제 안내견 사용이 힘들다는 소리죠?"
"아. 그건 아닙니다. 다만 민재의 활동 패턴이 그동안 안내견 훈련을 받은 안내견들에겐 조금 생소할 수도 있어서 말이죠…."

민재라는 학생의 어머니와 황윤덕 선생님의 대화가 뭉치에게 들렸습니다. 뭉치는 다시 민재를 째려보았습니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재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뭉치도 민재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화창한 봄날의 맑은 하늘이 보였습니다. 그 맑은 하늘로 흰 선을 그리며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뭉치는 불현듯 민재가 아롱이를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안내견을 만나면 제일 먼저 마음껏 달려 보고 싶었다는 말' 말이죠.

'혹시 저 형은 지금 저 넓은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거나 달리고 싶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민재에 대한 미운 마음이 조금 사라졌습니다. 뭉치는 민재에게 다가갔습니다. 뭉치가 다가가자 민재는 알아차렸는지 하늘을 쳐다보던 고개를 아래로 향하면서 두리번거렸습니다. 뭉치는 민재의 발을 툭툭 건드렸습니다.

"어? 누구야? 아롱이니?"
"민재야. 얘는 뭉치란다. 우리 안내견센터의 사고뭉치인 뭉치."

민재의 물음에 뭉치 대신 황윤덕 선생님이 대답하셨습니다.

"뭉치? 하하하하. 무지하게 재미있는 이름이네. 너도 사고뭉치니? 울 엄마도 매일 나더러 사고뭉치라고 하는데. 그럼 나도 뭉치겠네. 하하하하"

민재의 맑은 웃음이 하늘로 퍼졌습니다.

'그래? 형아도 뭉치란 말이지. 우헤헤. 형 우리 한 번 달려 볼까?'

뭉치는 민재에게 말하며 엉덩이를 들썩거렸습니다.

"우리 뭉치가 민재하고 달리기 하고 싶다고 하는데요."

뭉치와 민재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시며 이광훈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함께 달리자고? 좋지. 얼마든지 환영이다."

민재가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광훈 선생님은 뭉치에게 견줄을 채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견줄을 민재에게 건넸습니다. 민재가 견줄을 잡자마자 뭉치는 갑자기 후다다닥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예쁘고 착한 아롱이를 힘들게 한 벌로 민재형을 골려 주려고 말입니다. 뭉치가 느닷없이 달리기 시작하자 "어- 어-"하며 민재가 딸려왔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민재도 함께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민재는 오랜만에 땀에 흠뻑 젖도록 달렸습니다. 뭉치도 오래간만에 달린 듯 기분이 가뿐해졌습니다. 민재와 뭉치가 헉헉거리며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는 아무도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사무실에 있나?'하고 뭉치가 두리번거리는데 다시 황윤덕 선생님과 이광훈 선생님 그리고 민재의 어머니가 건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말씀대로 일단 뭉치와 민재를 매칭(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연결되는 것) 하도록 하죠. 그러나 아롱이 때와 같은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저희도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하겠습니다."
"뭉치도 아주 잘 생겼네요. 얘도 골든리트리버종인가요?"
"아니요. 뭉치는 골든리트리버와 푸들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 안내견센터에서 특별히 개발된 품종이죠. 안내견들은 리트리버종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의 약 90퍼센트 이상의 안내견들이 골든리트리버종이나 라브라도리트리버가 활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리트리버종은 안내견으로 매우 우수한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수한 리트리버종도 단 한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털이 아주 많이 빠진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처럼 방에서 많이 생활하는 문화에서는 이런 면은 조금 불편합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과 같이 실내 생활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안내견센터에서는 안내견으로 가장 적합한 골든리트리버와 푸들의 장점만을 갖춘 새로운 개 종류를 만들었습니다. 뭉치도 골든리트리버 엄마와 푸들 아빠에게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닮아 황금빛 털을 가진 예쁜 용모와 충성심 그리고 똑똑한 머리를 물려받았습니다. 푸들인 아빠에게선 털이 잘 안 빠지는 특징을 물려받았습니다. 엄마, 아빠에게서 장점만을 물려받은 뭉치는 안내견으로 최적의 자질을 갖추었습니다."

황윤덕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성격이 너무 덜렁거리는 것은 돌연변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광훈 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민재도 마찬가지예요. 엄마, 아빠를 닮아 머리도 좋고 운동도 잘하는데 장난이 심한 것은 돌연변이 같아요."

민재 엄마가 말씀하시자 모두 웃었습니다. 민재만 머리를 긁적거렸고 뭉치는 영문도 모르고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홈페이지 ⓒ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여러분. 안녕하세요? 말썽꾸러기 안내견 뭉치예요.

우리나라에는 저 같은 안내견을 양성하는 기관이 두 곳이 있어요 보통 사람들은 삼성안내견학교만 알고 있는데요. 사실 삼성안내견학교보다 먼저 안내견을 훈련시키고 실제 시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배출한 기관이 있어요. 바로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가 그곳이지요.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을 위한 청각도우미견, 지체장애인을 위한 지체도우미견, 그리고 정서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치료도우미견도 양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선보인 안내견은 전 대구대학교 임안수 교수가 1972년 미국유학에서 데려온 독일산 셰퍼트종인 '사라'였고 국내에서 배출한 첫 안내견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가 1993년 배출한 '나들이'와 '마실이' 였습니다. 저의 왕선배님들이시죠.

안내견 등 도우미견을 배출하는 곳이 두 곳이나 있지만 삼성안내견학교나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모두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게 문제예요. 이렇게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도우미견 양성을 민간단체가 전담하다 보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도우미견 배출이 어렵게 됩니다.

실제 지난해에 삼성안내견학교는 이건희 회장의 말 한마디로 삼성안내견학교의 예산과 조직을 크게 줄였다고 하네요. 장애인복지법에는 국가가 장애인 도우미견들의 양성을 위한 지원을 해야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 이들 양성기관에 지원하는 내용은 별로 없다고 하네요. 국가가 책임지고 장애인을 위한 도우미견을 양성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우리 같은 훌륭한 도우미견들과 친구가 되고 저의 왕선배 나들이 마실이의 이름처럼 장애인이 바깥 나들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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