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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미 핵무기급 우라늄 농축기술 갖고 있다"

[인터뷰] 팩션 <모자씌우기> 펴낸 오동선 평화방송 PD 주장

등록|2011.12.08 20:57 수정|2011.12.08 20:57

▲ 2000년 원자력연구소의 무기급 우라늄 농축실험을 다룬 오동선 PD의 <모자 씌우기> ⓒ 모아 북스

"한국은 이미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우라늄 농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지난 2000년 1~2월 실시한 우라늄 분리실험 과정에서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 실험에 성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2004년 9월 발생한 이른바 '남핵(南核)' 파동 당시 '일부 과학자가 가돌리늄이라는 물질을 분리하려다가 학문적 호기심에서 우라늄 농축을 같이 했을 뿐'이라는 정부의 공식 해명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오동선 평화방송 PD는 최근 출판된 자신의 팩션(사실에 근거한 소설) <모자 씌우기>(오동선 저, 모아북스 펴냄)에서 당시 실험에 관여했던 관계자와 참여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크로스 체킹'했다고 밝혔다.

오 PD는 7일 기자와 만나 "보도 형식으로 다루기에는 내용이 민감했고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요구한 이들과의 약속도 깰 수 없어 소설형식을 빌렸지만, 이 소설은 팩트(fact)에 가까운 사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오 PD는 "원자력연구소 과학자들이 실험한 우라늄의 농축도는 애초 10%로 알려졌지만, 실제 과학자들은 3차례 연속으로 우라늄235를 90% 이상 농축하는 실험에 성공,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완벽한 우라늄 농축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0년 원자력연구소 실험, 무기급 우라늄 농축에 성공"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자력 발전과 원자폭탄은 그 원리가 같지만, 발전용이냐 원자폭탄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우라늄의 농축 정도다.

지구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천연우라늄 원석에는 핵분열하는 성분인 우라늄235가 약 0.7%, 핵분열을 하지 않는 성분인 우라늄238이 99.3% 들어있다. 발전이나 핵폭탄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우라늄235의 농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한데, 바로 이 과정이 우라늄 농축이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에서는 핵반응이 천천히 일어나지만 핵폭탄은 그 반응을 빨리 일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우라늄235를 3~5% 정도로 저농축시킨 핵연료에 비해 한 순간에 많은 에너지를 발생시켜야 하는 원자폭탄은 우라늄235가 90% 이상 고농축된 우라늄을 사용한다.

오 PD는 "지난 2000년 원자력연구소 과학자들이 이같은 실험을 당시 세 차례나 연속 성공해서 90%대의 완벽한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PD는 "나는 핵무기 절대 옹호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일방적으로 북핵에 대한 공포에 떠는 것은 반대한다"며 "차제에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것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하나의 카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오 PD와의 일문일답.

- 2000년 1~2월의 우라늄 농축실험이 당시 정부도 모르게 진행되었다는 게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실험에 직접 관련된 관계자에게 '정말 당시 김대중 정부와 상의 없이 실험을 한 것이냐'고 몇 번을 물어 보았더니, 이 관계자는 '만약 청와대에 사전에 이야기를 했더라면 이 실험을 허락했겠느냐'고 대답했다. 극비 실험이었다는 얘긴데, 김대중 정부의 성격상 난 그 말이 맞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농축 실험이 성공하고 나서도 4년 동안이나 밝혀지지 않고 있다가 2004년도에 확 불거지게 된 것이다. '모자 씌우기'란 말이 거기서 나오는데, 이는 국제 감시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의 감시와 규제까지도 피해서 실험을 했다는 뜻이다. 내가 이 책에서 포인트로 삼고 있는 것은 우리가 금지되어 있는 농축실험을 했다는 것, 그것도 무기급 우라늄 농축 실험에 성공을 했다는 것이다."

- 당시 실험의 목적은 무엇이었는가.
"모든 핵실험은 군사적 또는 산업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 있는 원자로 21기의 원료인 우라늄을 매년 4000억 원 이상씩 해외에서 사오고 있다. 또 이것을 발전용으로 쓰기 위해선 4~5% 정도로 농축해야 하는데 이것도 전량 해외위탁을 한다. 이 농축 비용만 연간 1000억 원 이상이 든다. 매년 5000억 원 이상의 원료수입·농축비를 지불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시 실험은 기본적으로 핵연료 국산화란 목적이 첫째였다. 발전용 핵연료 농축을 넘어서 무기급 수준까지 갔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핵(무기)개발을 목적으로 비밀리에 농축을 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단언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본다.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그렇게 볼 수 있지만, 당시 과학자들은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실험을 했다. 정치적·군사적 시각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과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 당시 실험은 레이저를 이용한 농축실험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방식으로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고 있는 이란의 경우는 농축도가 15%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실험의 성과는 정확하게 어느 정도인가.
"내가 '정말 무기급 수준 농축에 성공을 했느냐'고 몇 번을 확인했는데,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통상적으로 무기급 농축 수준은 90% 이상인데, 책에 쓰진 않았지만 이 관계자는 '95%까지도 갈려면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무기급 수준의 농축에 성공한 이상 95%냐, 96%냐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 지난 2004년 이 실험이 문제가 되어 이른바 '남핵' 파동이 일어났다. 한국의 핵개발 의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뻔 했는데, 당시 정부는 "일부 과학자에 의해 실험실 차원에서 실시된 것으로 핵재처리 프로그램 등과는 관련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고 "농축도도 10%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IAEA 사찰단이 입국해서 샅샅이 조사활동을 벌였는데, 어떻게 이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나.
"당시 실험에 참가했던 과학자들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 하나는 농축된 우라늄 농도를 역실험을 통해 다시 떨어뜨려 증거를 희석시키는 방식이었고, 또 하나는 '모자 씌우기' 방식이었다. 역실험은 희석 실험을 말하는데, 우라늄 235에 우라늄 238을 섞어 농축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모자 씌우기'는 다른 실험을 전면에 내세워 본 실험을 감추는 이른바 '그림자 실험'을 의미한다. 당시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동위원소 분리 레이저 연구장치에서 가도리늄, 탈륨, 사마리움을 분리 실험하다가 과학자들의 흥미와 호기심이 발동해 우라늄 추출 실험을 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고농축 우라늄 추출 실험이었다."

- 당시 정부는 실험에 사용되었던 장비는 이미 해체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실험에 사용된 기술과 데이터들은 남아 있는가.
"제보자에게 장비는 해체되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기술과 데이터는 당연히 남아있다고 본다. 실험 성공 자체가 엄청난 국가의 자산인데 그것을 실험에 참가한 과학자들끼리만 공유했다가 문제가 생기니까 파기해 버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기술은 지금까지 남아 있고 더 발전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 무기급 우라늄 농축 기술을 보유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NPT(핵확산금지조약), IAEA(국제원자력기구) 체제 아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으로 한미 양국에 의해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김관진 국방장관이 '북한 핵이 이미 소형화·경량화 단계에 들어갔다고 본다'고 했는데 이것은 엄청난 얘기다. 또 북한은 광명성을 쏘아 올렸는데, 이게 대륙간 탄도미사일 아닌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일본 역시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미 재처리가 끝난 플루토늄을 46톤이나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미사일 협정으로 우리 미사일의 사거리를 300km로 묶어두고 있다. 국가안보의 측면에서 나는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반드시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양측의 힘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재래식 무기만 가지고 있는 우리가 미국이 빠져나간다면 무엇인가 방법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또 하나, 북핵을 폐기하는 데 있어서도 재래식 무기만 가지고는 협상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본다. 우리가 이런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북한 핵무기의 효용성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나는 전쟁도 원하지 않고 핵무기 절대 옹호론자도 아니다. 하지만 북핵에 의해 한국 국민들이 일방적으로 공포에 떠는 것은 반대한다. 우리도 핵무기 제조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선언하고 자위권 확보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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