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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집 삼형제, 가족해체의 시대에 전통적 우애 복원

공진영 공영해 공영구, 시 시조 수필 묶어 두 번째 공동문집 펴내

등록|2011.12.13 13:53 수정|2011.12.13 13:53

▲ 삼형제 문집 <방앗간집 아이들> 표지 ⓒ 정만진

10년 전, 방앗간집 삼형제의 맏형이 칠순을 맞았다. 삼형제는 기념으로 공동문집 <방앗간집 아이들>을 출간하였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삼형제가, 글의 갈래는 시, 시조, 수필로 각각 달랐지만, 모두들 문인들이었던 덕분.

다시 10년이 흘러 삼형제는 두 번째 공동문집을 발간했다. 책의 제목은 10년 전과 같은 <방앗간집 아이들>. 차이는, 두 번째로 펴낸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 새 책에 '제 2집'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는 것.

10년 세월이 흐른 뒤에 펴낸 이번 2집에도 형제들은 자기 분야의 작품을 실었다. 맏형인 공진영 수필가는 수필을, 둘째인 공영해 시조시인은 시조를, 막내인 공영구 시인은 시를 게재한 것이다. 작품 수는 모두 94편. 특이한 점은, 이번 2집에는 막내 공영구 시인의 아내인 백금태 수필가의 수필들도 '찬조 작품'으로 실렸다는 사실이다.

삼형제는 방앗간집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동네사람들은 이들 삼형제를 일러 '방앗간집 아이들'이라 불렀다. 세월이 흘러 그것은 책의 제목이 되었다. 게다가 표지 제자와 그림은 '방앗간집 두 딸'인 공홍규씨와 공한예씨가 맡았다. 이만 하면 남들이 한결같이 부러워할 만한 예술 가족인 셈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1집을 낸 이후 맏이였던 누나 공홍규씨가 타계한 사실이었고, 그 탓에 장남인 공진영씨의 팔순을 앞두고 발간한 이번 2집을 누나가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삼형제는 '열정이 식기 전에 다시 두 번째 문집을 발간하기로 마음을 모으게' 되었고, '비록 글의 갈래는 다를지라도 담고 있는 내용만은 토속적인 인간애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존재의 근원을 궁구함에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공동문집에 밝히기로 했다. 형제들은 서문을 통해 '시간의 과정에 순응하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문학으로 말하고 행동하며 세상의 가치를 빚어내기 위해 우리 삼형제는 한눈 팔지 않고 기꺼이 문학의 길을 의롭게 동행할 것'을 천명했다.

삼형제는 모두 국어교사로 재직하다가 다들 퇴임하였다. 그 중 맏이인 수필가 공진영씨는 현재 대구향교 교무처장으로 봉사하고 있고, 시조시인인 둘째 공영해씨는 창원문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시인인 막내 공영구씨는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대구 문단 일에 성심껏 애쓰고 있다. 그의 부인인 수필가 백금태씨는 경산시에 있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공영구 시인의 시 '꽃물'을 읽어본다. 우리나라의 모든 다른 집들도 이들 형제들처럼 공동문집을 내면서 살아간다면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워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 3형제(사진 위)와 5형제자매(사진 아래)의 모습 ⓒ 정만진

벚꽃이 피었다.
커다란 고목에 꽃
자욱하다

달빛 아련히 비춰주고 있는데도
왠지
수은등 불빛이 더 그리운 밤

보송보송한 꽃송이 뭉클한 빛깔
술렁이는 어문 생각 불그레한 꽃물

대구문인협회 구석본 회장은 발문을 통해 '방앗간집 아이들의 깊은 우애와 그 우애의 푸른 잎과 향기로운 꽃과 탐스러운 열매의 자양분이 문학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부러웠다. 가족 해체의 시대, 이 세 분 형제들의 삶은 그 자체가 시, 시조, 수필이라 할 수 있겠다'면서 <방앗간집 아이들>과 같은 공동문집의 발간은 '점차 흐려지고 있는 전통적 우애의 가치를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덕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공진영 공영해 공영구 공저 <방앗간집 아이들>, 도서출판 그루 펴냄(2011년),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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