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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는 살인행위,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인터뷰] 구속 감수하고 경찰 출두한 김진필 전 대우자판지회장

등록|2011.12.14 14:11 수정|2011.12.14 14:13

▲ 인천 부평구 대우자판 본사. 대우자판은 국내 유일의 자동차 판매 전문회사이며, 인천의 대표적 향토 기업이었으나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 한만송


국내 유일의 자동차 판매 전문회사이며, 인천의 향토기업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이하 대우자판)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지난 9일 대우자판을 3개 회사로 분할하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회생절차(=옛 법정관리) 개시 4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대우자판은 대우자동차판매(버스판매사업), 대우산업개발(건설사업), 대우송도개발 등 세 부문으로 분할된다. 대우자동차판매는 대우버스로부터 330억 원, 대우산업개발은 중국 신흥산업개발유한공사로부터 200억 원을 투자받아 회생계획 기간인 2021년까지 사업을 계속하게 된다.

대우자판의 공중분해로 인해 차량 판매 사원을 비롯한 노동자 1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또한 주식 가치가 '10분의 1'로 하락해, 소액주주 수천 명이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우자판은 2000년 초 이동호 전 대표이사가 취임할 당시만 해도 자본금 1500억 원, 부채비율 70% 수준이었다. 자산가치만 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초우량기업이었다. 창사 이래 한 번도 적자 없이 건실하게 운영됐고 아이엠에프(IMF: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요청 시에도 자본금을 상회하는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경영진의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인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고, 올해 초 직원 수백 명을 정리해고 했다. '명예퇴직'자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많다.

김진필 전 전국금속노조 대우자판지회장은 13일 오후 대우자판 전·현직 대표이사의 횡령과 배임 혐의 관련고발인으로 경찰서에 출두했다. 김 전 지회장은 지난 9일 새로운 지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8년 동안 대우자판지회를 이끌었다. 대우자판지회는 사측의 직원 대기발령에 맞서 589일 동안 투쟁했으며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3일 현재 324일 동안 본사를 점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김 전 지회장은 업무방해와 건조물 침입 혐의로 회사로부터 고발된 상태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 구속이 예상된다. 김 전 지회장의 경찰서 출두에 앞선 12일 <부평신문>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영진 고발은 정리해고 분풀이 아니다"

▲ 대우자판 김진필 지회장. 13일 경찰 출두에 앞서 기자회견장에서 마지막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한만송


- 경찰에 출두하면 구속될 것 같은데, 자진 출두 배경은?
"전·현직 경영진을 고발한 것은 정리해고에 대한 분풀이가 아니라, 무능하고 부패한 경영진의 잘못을 노동자에게 전가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다. 나도 구속되어도 좋으니, 전·현직 임원의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이들도 구속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출두하는 것이다.

올해 초에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본사 점거 농성에 들어갔는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얼마 지난 뒤였다. 이번 주가 어머니 첫 기일인데, 참석도 못 할 것 같다. 나중에 가족들에게 전해달라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해 놓았다."

- 회사가 이제 세 개로 쪼개지고 본인은 구속이 예상되는데, 지금 심정은 어떠한가?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한다. 8년 동안 대우자판지회장으로 투쟁을 이끌면서 하루도 편안하지 않았다. 노조도 새로운 분위기에서 고용승계 싸움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지회장도 내려놓았다. 새로운 지회장이 향후 투쟁을 잘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한 쪽으론 10여 년의 대우자판 투쟁이 승리하지 못한 것이 조합원 등에게 미안하다. 2000년 초반에 이동호 전 대표이사가 취임해 회사를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 할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았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차량을 판매하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노동력으로 가족을 부양하면서 행복을 얻고자 하는 것인데, 그 끝이 정리해고라니 정말 아쉽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쌍용자동차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에 비해 언론의 관심 등을 못 받았다.

"정리해고를 당한 분들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목숨을 던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이다. 정리해고는 말 그대로 살인행위다. 우리 조합원들도 10여 년 동안 회사의 온갖 탄압을 받으면서 투쟁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예전에 녹색병원에서 조합원 건강검진을 해보니 우울증이 70%가 넘었다. 상담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이 절반을 넘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처럼 직접적으로 불행한 일은 없었지만, 언제 그런 불행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렇다 보니 조합원들을 세심하게 챙기게 되고, 조합원들에게 그런 부분도 많이 언급했다. 노조가 가정과 자살 등까지 걱정해야 하는 힘든 세상이다.

언론이 자극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우리 같은 정리해고 문제를 잘 다루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언론이 정리해고 문제가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심층 보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금속노조 산하 대우자판 지회와 민주노총 인천지역 본부 등은 13일 대우자판 본사 앞에서 대우자판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배임 및 횡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 한만송


- 힘든 지회장을 왜 8년이나 했나?
"대학 졸업 후 대우자판에 입사했다. 마산지점에 발령받고 열심히 차 팔았다. 영업을 8년 정도 했는데, 당시 노조 상황이 좋지 않아 선배들에게 밀려 지회장을 했다. 당시 회사가 임금체계를 개악하면서 노조를 탄압했다. 지회장이 구속돼 결국 내가 직무대행을 했다. 그러다보니 지회장을 8년 했다.

고2 아들과 중3 딸이 있다. 애들이 아빠를 1년째 못보고 있다. 미안하다. 사춘기 시절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나마 내가 아내에게 잘 해, 아내가 씩씩하게 아이들 키워주고 있다.(웃음) 주어진 책임을 수행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 지회장을 8년 동안 하는 동안 회사가 망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대우자판은 자동차 판매 전문회사다. 차량을 생산하는 현 한국지엠의 차량을 받아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그 이익을 챙기는 회사다. 경기 침체로 인해 약간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지만, 절대로 손해 보는 회사가 아니다. 전·현직 경영진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방만한 경영과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망한 것이다.

특히 최대 주주가 없는 대우자판의 경우 이동호 전 대표이사가 회사를 자기 손아귀에 넣기 위해 건설부문에 무리하게 투자했다. 더욱이 워크아웃 과정에서 전·현직 임원들이 배임과 횡령한 정황들이 있다. 검찰에 고발했지만,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이번에 경찰에 출두하는 것이다."

- 인천상공회의소 전 임원은 대우자판이 망한 이유가 강성 노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대우자판지회는 2006부터 2007년까지 뇌출혈로 사망한 최동규 조합원에 대한 투쟁을 했다. 고인이 된 최 조합원 역시 당시 정리해고의 압박을 받는 과정에서 사망한 것이다. 당시 농성장을 설치해 투쟁했는데, 이에 대한 오해가 지역사회에 있는 것 같다. 상공회의소 임원이 정말 경제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나마 노조가 견제해서 대우자판의 생명이 연장됐다. 노조 탄압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것이다. 노조원 100여 명을 3년 동안 대기발령하거나 도저히 차량을 판매할 수 없게 타 지역으로 발령했다.

조합원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회사의 방식은 노조 말살 정책이었다. 대우자판이 망한 이유는 경영진의 불투명한 경영이었다. 이에 대한 어떠한 견제장치가 없었다. 우리사주나 소액주주 중심이라, 내부적 감시망도 없었다. 만약 노조가 강해 내부적 감시가 활성화됐다면 대우자판은 절대로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 대우자판이 망해서 조합원뿐 아니라, 명예퇴직자와 정리해고자,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크다.
"대우자판이 망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자산을 매각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금융감독원 등에서 조사했지만, 드러난 것이 없다. 저축은행 사태와 같이 대우자판도 권력 실세가 비호하고 있다는 설이 증권가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동호 전 대표이사가 권력 실세와 친분이 있고, 인천시 고위공직자들과도 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대우자판 부도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검찰과 경찰이라면, 선의의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대우자판이 부실하게 된 과정과 배임, 횡령 의혹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

- 향후 투쟁은 어떻게 전개되는가?
"새로운 집행부가 할 몫이다. 다만 내년 초부터 고용승계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우버스(영안모자)에 대우차판매가 넘어갔다. 차량 판매 권한(=한국지엠의 차량판매 계약 해지)은 경영진들의 문제였다. 노동자 고용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판권을 단절한 것도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 영안모자 자본이 자동차 판매 부문을 가져가겠다고 했으니, 고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정리해고 된 사람들은 양질의 판매노동자들이다. 내가 알기론, 영안모자가 자동차판매를 인수하지 못하면 대우버스의 판권도 해지하겠다고 협박했다. 영안모자는 자동차판매를 인수해 엄청난 자산을 헐값에 가져가게 됐다. 대우자판 본사 건물과 땅, 전국 12곳의 정비사업소 땅과 사업권을 가지게 됐다.

영안모자가 양심적 기업이라면 사회적 책임인 고용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판매사원들은 전국 어디를 가든지 차량을 판매하는 능력이 있다. 수입차, 렌터카, 버스도 판매할 수 있다. 또한 대우자판이 망한 이유에 한국지엠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지엠에 대한 투쟁도 진행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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