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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결대 총장 해임하라" 교수·교직원들 점거농성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총장 버티기에 이사들 징계 미뤄

등록|2011.12.15 11:52 수정|2011.12.15 18:25

▲ 이사회가 열린 회의실을 나와 귀가하려는 이사들과 이를 저지하는 교수 및 교직원들 ⓒ 최병렬


성결대학교 정상운 총장이 학교식당 업자로부터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됨에 따라 지난 14일 오후 학교법인 이사회가 열려 정 총장의 징계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이사들의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교수·교직원들이 점거 농성까지 불사하는 사태를 빚었다.

특히 이사회가 열린 이 학교 본관(재림관) 8층을 점거한 교수와 교직원들이 정 총장의 사퇴 결정을 요구하며 정 총장과 이사장, 이사들의 귀가를 저지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탑승을 가로막자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해 경찰관과 119구급대까지 출동하기도 했다.

학교법인 성결신학원 이사회는 이날 오후 1시 조석환 이사장과 석광근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정상운 총장을 비롯 이사 15명과 감사 2명 등 모두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본관(재림관) 8층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 총장의 징계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이들은 6시간 여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정 총장이 징계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이사장이 당초 입장을 번복해 징계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내년 1월12일 다시 이사회를 열어 정 총장의 거취 표명을 듣기로 하고 이사회를 종료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징계 당사자인 정 총장이 회의장에 참석한 상태였으며 향후 사직 의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 본인의 징계 문제가 상정된 이사회에 참석한 정상운 총장(오른쪽 머리가 하얀 사람) ⓒ 최병렬


뇌물수수혐의 기소 총장 정관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이사회

이는 검찰이 뇌물수수혐의로 기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정 총장 자신이 사퇴할 뜻을 표명하지 않고 이사들 또한 학교 정관의 해석을 놓고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결신학원 정관 제45조(직위해제 및 해임) ①항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교원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고 제45조 ②항 1호에는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자, 교원으로서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자'로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이사장이 지난 10월 5일 총장 직위를 해제했기에 이사장이 또다시 직권으로 징계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기소된 총장이 사직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사들의 태도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와 직원 40여 명은 이사회가 열린 대학본관 8층을 점거하고, 귀가하려는 이사들의 엘리베이터 탑승을 막은 채 "다시 들어가 정 총장의 해임을 결정하라"고 요구하자 일부 이사가 "나도 할만큼 했다"고 맞서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 이사장(모자쓴 사람)과 총장(머리가 하얀 사람)의 귀가를 저지하는 교수 및 교직원들 ⓒ 최병렬


교단 총회장 "나 같으면 벌써 사임하고 나갔습니다"

이사회를 끝내고 복도에서 교수 및 교직원들과 만난 총회장인 석광근 목사는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뜻대로 되는게 아니다. 정 총장이 내년 1월 1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거취를 발표하겠다고 했으니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정관에 (검찰 조사나 기소시) 직위해제하도록 되어 있다. 이사들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이 규정을 지키겠냐"고 따지면서 "총회장님, 정 그러면 정 총장이 계속 총장으로 남아 있게 하십시요"라며 항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교직원들은 "지난 번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 면담시 총장이 기소되면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고 총회장께서 말씀하지 않았나. 왜 징계를 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협의회의 한 교수는 "총장도 문제지만 이사들도 문제다. 교수 81명 중 69명과 직원 38명이 서명한 정 총장 사퇴 요구서를 이사회에 전달하고 정관에 명시한 것처럼 해임을 결정해 만신창이가 된 학교를 살리자고 했음에도 이사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신변보호 요청으로 경찰과 119구급대까지 출동해 휠채어를 타고 귀가하는 조석환 이사장 ⓒ 최병렬


귀가 저지하자 신변보호 요청해 경찰과 119구급대까지 출동

"식당비리 주범 물러가라", "인간의 탈을 쓰고 뭔 짓이냐", "정 총장을 해임하라", "비리목사 파직하라" , "야, 이제 그만 해라", "사직서를 써!"

교수들과 교직원들은 오후 7시 30분께 총장실에 들어가 있던 정상운 총장과 이사장실에 있던 조석환 이사장이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자 이를 가로막고 구호를 외치며 거칠게 항의했다. 결국 정 총장과 조 이사장은 다시 총장실과 이사장실로 되돌아갔다.

이후 정 총장과 일부 이사들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또 조 이사장은 환자이송을 요청해 경찰관 및 119구급대원들이 출동했다. 조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은 저녁 8시 18분 경찰의 호위 속에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를 내려갔으나 총장은 내려가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이 학교 교수협의회가 지난 4월말 성명을 통해 전·현직 총장들이 학교식당 운영자로 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진정서를 접수하는 등 진실 규명과 총장 퇴진 요구가 불거지면서 대학 학사운영에 심각한 사태를 불러왔다.

그동안 "흠집내기"라고 주장하며 "식당 사업자가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은 허위"라고 일축해 왔던 정 총장은 6개월여 만인 지난달 31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의해 뇌물수수(배임수재혐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정 총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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